다이어트 고고
중세의 풍만한 여인들이 미인으로 여겨지던 시절은 어디로 갔는가. 자고로 남자는 살집이 있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또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가. 그런 이야기들이 쏙 들어가버린 요즘에는 다이어트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내 몸을 척척...
2002-12-04
정모아
중세의 풍만한 여인들이 미인으로 여겨지던 시절은 어디로 갔는가. 자고로 남자는 살집이 있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또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가. 그런 이야기들이 쏙 들어가버린 요즘에는 다이어트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내 몸을 척척 휘감고 있는 두꺼운 지방덩어리를 단번에 없애주고 나에게 기름기 쏙 빠진 날씬한 몸매를 주는 그런 초코볼이 여러분 앞에 있다면… 먹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하지만 너무 좋아하지 마시라. 일본 속담에 “공짜가 가장 비싸다”라는 뼈아픈 말이 있으니. [다이어트 고고]는 다이어트를 아주 특이하게, 그리고 신선하게 만화의 소재로 사용한 재미있는 액션 만화이다. 500킬로그램이 넘는 거대한 몸무게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불쌍한 주인공 방만해는 어느날 친구 지나가 준 헤비스트 초코볼을 먹게 된다. 맛있게 먹으려고 입 속에 넣은 찰나, 갑자기 만해의 엄마가 방으로 들어온다. 이 코끼리만한 아들이 먹는 것을 보고 좋아할 엄마가 있을까? 먹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이불 속으로 들어가 초코볼을 삼키는 만해. 그런데 별안간 몸에 이상을 느끼고… 엄마가 젖힌 이불 속에서 나온 만해는 벼락을 맞은 듯 괴로워하더니, 단숨에 초슬림의 몸매로 변신을 한다. 거기에다 넘쳐 나는 힘에 전봇대가 다 부러질 지경! 갑자기 날씬해진 몸매에 주체할 수 없는 힘이라? 알 수 없는 일들은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바로 그 날, 경찰복장으로 위장을 하고 만해를 공격하고자 나타난 거구의 사나이가 온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초코볼 하나 먹은 것 때문에 만해는 너무나 많은 신상의 변화를 경험하고 초코볼을 준 지나를 다그친다. 도대체 이 초코볼은 뭐냔 말이다!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었다. 바로 다이어트교에 대한 이야기! 만해는 지나에게서 다이어트교와 그 교주인 앙드레 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앙드레 쵸가 헤비스트 초코볼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용으로 그의 추종자들을 마루타로 만들어 실험에 썼으며 그 희생자 중에는 지나의 가족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지나만이 그 잔혹한 교주로부터 가까스로 탈출하여 앙드레 쵸에게 대항하고 그 만행을 세상에 알리려 한다. 헤비스트 초코볼을 먹은 이상 만해도 앙드레 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몸. 만해는 앙드레 쵸와의 대결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이어트 교주가 보낸 헤비스트 맨들과 만해의 계속되는 대결. 단숨에 날씬한 몸매를 갖게 해주는 초코볼 하나 가지고 시작된 거대한 인간들의 피 터지는 싸움은 장장 14권의 단행본으로 완성되었다. 그럭저럭 보기 좋은 그림체와 가끔씩 튀어나오는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은 평이하지만 볼만하다. 하지만 그림체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이 작품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역시 편하게 살 빼는 길은 없는 것 같다. 쉽게 날씬한 몸매를 가지게 된 만해는 [다이어트 고고] 14권까지 죽어라 싸워야 했으니까 말이다. 자,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오우, 저런… 그러시다면 제발 운동을 하세요. 잘 알지도 못하는 건강식품에 몸 상하지 마시고. 가볍게 헤비스트 초코볼 하나 먹어버리고 싶다구요? 그러다가 헤비스트 맨들 때문에 집을 부수어도 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