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하이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 4년마다 돌아오는 지구촌 축제 올림픽의 표어다. 각국의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스피드, 높이, 힘을 겨루고 승자는 금, 은, 동메달을 얻게 된다. 특히 금메달을 땄다는 것은 세계에서 ...
2002-11-30
김경임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 4년마다 돌아오는 지구촌 축제 올림픽의 표어다. 각국의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스피드, 높이, 힘을 겨루고 승자는 금, 은, 동메달을 얻게 된다. 특히 금메달을 땄다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높고, 강한 사람임을 증명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플라이 하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꿈을 향해 높이 뛴 한 체조선수의 이야기이다. 후지마끼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품은 소년이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체조부에 들지만 알고 보니 학교에서 유명한 것은 남자 체조부가 아닌 여자 체조부. 더군다나 후지마끼는 체조부 규칙조차 모르는 초보자다. 부상당한 선배를 대신해 대회에 나가게 되지만 형편없는 성적으로 데뷔전을 기록한다. 물구나무서기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간 후지마끼는 점차 체조기술을 익히게 되고 자신의 꿈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 작품은 초보자 주인공을 내세워 체조의 ABC부터 시작해나간다. 작가는 처음부터 누구나 잘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주인공이 피나는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커 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주인공과 함께 출발지점에서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은 독자도 마찬가지다. 규칙에서부터 기술의 난이도까지 익혀가면서 체조의 묘미를 하나씩 깨우치게 된다. 이러한 초보자의 성장기는 『슬램덩크』이후 많은 스포츠 만화에서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은 구도다. 백호가 드리블에서 풋내기 슛, 점프 슛으로 점차 자신을 키워가듯 『플라이 하이』의 후지마끼도 물구나무서기, 드가체프 등의 고난도 기술을 익혀가면서 성장해간다. 주인공과 함께 독자도 체조의 재미와 뭔가를 이루어내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스포츠 만화라고 해서 기술의 충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스포츠 만화는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드라마적 요소도 필수적이다. 어느 정도 스포츠 경기를 실감나게 재현했는가, 만화적 재미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가에 따라 만화의 성공/실패가 엇갈린다.『플라이 하이』는 어느 정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해박한 체조 지식은 물론이고 꿈 하나로 막무가내 뛰어든 주인공의 엉뚱함, 선후배간의 끈끈한 우정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결국 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주인공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일구어낸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 후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기분 좋은 주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기도 하다. 스포츠 경기의 짜릿한 역전과 감동의 드라마, 이젠 더 이상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정말 꿈은 이루어지겠지?『플라이 하이』가 보여주는 세상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