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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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ONE PIECE)

24권 한 권의 초판 발행부수가 252만부를 넘어서고 (닛캇스포츠 –2002년 7월 6일자) 제 6회 데츠카 오사무 문화상에서 6위, 독자 투표 1위를 기록한 만화 『ONEPIECE』. 만화 불황에 몸살을 앓는 일본에서도 이 만화는 『슬램덩크』21∼23권 의...

2002-11-29 박소현
24권 한 권의 초판 발행부수가 252만부를 넘어서고 (닛캇스포츠 –2002년 7월 6일자) 제 6회 데츠카 오사무 문화상에서 6위, 독자 투표 1위를 기록한 만화 『ONEPIECE』. 만화 불황에 몸살을 앓는 일본에서도 이 만화는 『슬램덩크』21∼23권 의 초판 기록 250만 부를 넘어서며 인기리에 연재중이다. 이 만화의 매력은 유년기의 꿈을 훼손당하지 않고 이어가는 주인공들에 있다. 해적 선장 빨간머리 샹크스를 만난 루피는 해적왕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해적왕’은 우리의 유년시절 꿈과 맞닿아 있다. 과학자, 대통령, 우주비행사 등 유년시절의 장래희망은 현실에 찌들지 않은 ‘꿈 같은’ 것들이다. 인간은 꿈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어른’이 된다. 그것은 성장이자 상실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 이후에도 사람은 끊임없이 유년을 추억하며 그리워 한다. 루피는 그 필연적인 ‘상실’을 거치지 않는 캐릭터다. 고무고무 열매는 루피에게 초인적인 능력(온 몸이 고무처럼 늘어나는)을 주었다. 그리하여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루피의 동료 나미, 우솝, 상디, 조로 역시 마찬가지다. 전세계의 바다를 모두 측정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해도(海圖)를 만들려는 나미, 세계 제일의 검사가 되려는 조로, 모든 바다의 물고기가 모이는 오올블루를 보고 싶은 상디와 아버지 같은 해적을 꿈꾸는 우솝 등은 어린 아이의 꿈을 대변한다. 그래서 루피 일행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유년시절의 꿈을 외치는 인물들이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어쩐지 어색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같은 외모의 루피는 물론 나미, 조로 등의 동료들은 많이 봐야 중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들의 나이는 한번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먹을 것에 집착하고 허풍을 일삼는 캐릭터 역시 어린 아이들의 사회화되기 이전의 모습을 닮았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집은 탱크만한 개를 키운다”, “우리 집은 비행기만해”라고 자랑하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배고프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아이들이다. 루피 일행의 외모와 캐릭터는 이들이 유년의 꿈을 이어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말과 생각은 결코 어린아이의 그것이 아니다. 루피들은 결국 우리 자신(어른)의 투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외모에 어른 같은 대사라는 이질적인 조합은 이 때문에 발생한다. 인어족과의 결투, 바로크 워크스와의 대결에 임하는 루피 일행의 자세는 성숙한 어른을 닮았다. 독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어느덧 주인공과 동일시한 자신을 본다. 그럼에도 이들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태도는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고 명쾌하다. 어른의 방식으로 어릴 적 꿈을 이어간다는 것은 이미 그가 현실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는 의미다. 그것은 더 이상 어릴 적 그대로의 꿈이 아니다. 재단되고 변형된 꿈이다. 따라서 주인공들이 진정 어린아이에 투영된 어른이 되려면 우리가 버리고 온 유년의 모습 그대로 그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 사실 『Onepiece』는 초등학생 연령의 잡지매체에서 발표되는 만화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이 보았을 때 비로소 빛이 나는 만화다. “사람의 꿈은 끝나지 않아” 그렇다. 만화에서 만이라도 우리는, 유년의 꿈이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