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파파
웃음은 의외성에서 나온다. 상식적으로 "이럴 것이다’ 라고 예측한 것이 어긋났을 때, 즉 자신의 기대가 깨어졌을 때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이것을 활용한 대표적 장르가 코미디다. 멀쩡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자빠지는 식의 몸으로 웃기는 종류에서부터 말장난에 이르...
2002-11-27
박소현
웃음은 의외성에서 나온다. 상식적으로 "이럴 것이다’ 라고 예측한 것이 어긋났을 때, 즉 자신의 기대가 깨어졌을 때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이것을 활용한 대표적 장르가 코미디다. 멀쩡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자빠지는 식의 몸으로 웃기는 종류에서부터 말장난에 이르기까지 그 응용은 다양하다. 요즘은 시트콤 등 타 장르에서도 건장한 남성에 소심한 성격을 결합시킨다든가 근업한 표정의 철없는 대학교수 등 캐릭터의 의외성을 활용한 예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만화에서는 이 의외성을 통한 웃음 유발이 보편적이다. 본 작품 『야쿠자 파파』 역시 캐릭터의 의외성, 불협화음에서 쏟아지는 웃음에 주력한 만화다. 극악무도한 조직폭력배 보스인 몬마 쇼고와 천진난만한 여자아이 고다마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간다. 더구나 이들은 혈연관계도 없다. 몬마 쇼고가 하룻밤의 여자에게서 얼떨결에 아이를 떠맡았기 때문이다. 조직폭력배의 일반적 이미지와 어린아이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상반된 두 캐릭터가 함께 살면서 겪게 될 잦은 충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작가는 두 캐릭터의 극적인 불협화음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캐릭터 묘사를 사용한다. 만화책 1권 첫 페이지부터 몬마 쇼고에 대한 묘사는 심상치 않다. 비열한 웃음을 띈 쇼고의 얼굴 옆으로 굵은 글씨가 두드러진다. "삐삐치기보다 사람 하나 해치우는게 더 쉽다는" 극악무도한 몬마파 보스, 그에게 무서운 것은 없다’ 뒤이어 앙증맞은 아이 고다마가 발랄하게 유치원을 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쪽은 어둠의 상징이고 다른 한쪽은 빛의 상징이다. 게다가 어른 남자와 여자 아이다. 무뚝뚝하고 냉정한 성인 남성과 귀엽고 애교 넘치고 여자 아이의 상반되는 두 이미지, 첫번째 웃음은 이 의외성에서 나온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캐릭터가 가족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 의외성 말이다. 두번째 의외성은 ―이것이 본 만화가 웃음을 유발하는 주 원인인데 앞서 말한 전형적인 두 캐릭터가 뒤집히는데 있다. 만화를 읽어가면서 독자들은 순진하고 정에 휘둘리는 조직폭력배 보스와 영악하고 담대한 어린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유치원 바자회에서 백만엔짜리 골동품을 천엔에 팔아치우는 대담성, 애인과 맘껏 통화하기 위해 “아빠와 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 라는 핑계로 핸드폰을 선물받는 영리함 등이 고다마의 참모습이다. 그리고 극악무도한 보스지만 언제나 어린 고다마에게 휘둘리는 것이 쇼고다. 이 만화가 계속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고다마와 쇼고의 이미지를 가져가야 한다.중요한 것은 점점 선해지는 보스가 아니라 여전히 잔인한 보스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딸 고다마를 향한 그의 행동에 "의외성"이 성립하고 그 속에서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고다마에 대한 사랑이 부각되어 쇼고가 점점 선하고 인정많은 캐릭터로 변모하더라도 여전히 "조직폭력배-사랑 많은 아버지"의 연결에서 의외성이 존재하지만 이것만으론 약한 감이 있다. 아버지로서의 쇼고가 부각될수록 그의 행동은 여느 아버지라면 예측 가능한 평범한 그것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만화 사이마다 몬마 쇼고의 잔인함을 상기시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쇼고의 고다마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작가는 어김없이 1권의 몬마를 강조한다. 독자는 주위를 환기하고 다시금 본래의 쇼고와 고다마를 대하는 쇼고간의 간극을 확인한다. 고다마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언제나 감동과 화해를 이끄는 것은 순수한 고다마의 역할이다. 아버지와 자신을 닮은 고릴라 부녀 인형을 얻기 위해 자진해서 유괴되는 순수함을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고다마의 계산 빠른 모습에서도 의외성이 성립할 수 있다. 웃음이 무엇에서 나오는지 재미와 긴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만화다. 덕분에 작품 내내 줄지 않는 웃음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