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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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캡터 체리 (CARD CAPTOR)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누구는 주사 맞는 것일 수도 있고, 교통사고 혹은 암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유령이나 귀신이 가장 두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것도 무서운 일이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감쪽같이 잊...

2002-11-24 김경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누구는 주사 맞는 것일 수도 있고, 교통사고 혹은 암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유령이나 귀신이 가장 두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것도 무서운 일이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감쪽같이 잊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카드캡터 체리』는 이러한 불행을 막기 위해 카드를 모으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체리는 운동을 좋아하는 활발한 초등학생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교수인 아버지와 고등학생인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집안 청소 중 봉인된 크로우 카드를 건드리게 되고 잠자던 케로베로스를 깨운다. 그는 카드를 모으지 않으면 세상에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서 체리에게 카드를 찾아올 것을 부탁한다. ‘카드 캡터’로 임명받은 체리는 없어진 크로우 카드를 하나씩 찾아낸다. 클램프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고 그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 주인공들은 이런 소박한 꿈을 안고 나름대로의 치열한 싸움을 펼친다. 『성전』에서 아수라왕이 자신의 일족을 외면하면서까지 야차를 감싼 것, 『X』에서 지구의 사활을 놓고 천룡과 지룡이 대결하는 것, 『위시』에서 천사 고하쿠가 천계에서 추방될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에게 집착하는 것 등. 공통점은 바로 ‘좋아한다’는 감정이다. 클램프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사랑을 그려낸다. 『카드캡터 체리』도 마찬가지다. 카드를 만든 크로우나 이를 모으는 체리, 둘 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한다. 이들의 사랑, 좋아하는 감정은 ‘상냥함’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클램프 작품을 읽어내는 키워드인 셈이다. 다정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관계가 형성된다. 클램프의 작품들에서 주인공의 사랑은 상대방의 상냥한 말 한마디, 행동에서 시작된다.『카드캡터 체리』에서 체리가 청명, 소랑을 좋아하게 된 것도 다정하기 때문. 작품마다 인품의 최고봉으로까지 꼽히는 상냥함, 클램프가 적극 밀고 있는 인간적 매력이다. 『카드캡터 체리』는 클램프의 작품답게 화려한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체리의 아빠, 오빠인 도진, 오빠 친구인 청명 등 수려한 외모의 장신 군단은 물론이고 체리, 지수, 민지와 같은 깜찍한 소녀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볼거리는 체리의 전투복. 민지가 직접 제작한 체리의 의상은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토끼, 고양이, 레이스 가득한 원피스 등등. 체리의 귀여움은 한껏 빛을 발한다. TV만화 시리즈에서는 원작에서 미처 선보이지 못한 다양한 전투복을 감상할 수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예전 어느 경영자가 한 말이다. 공부도 해야하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도 찾아야 하고, 부모님께 효도도 해야하고 생각해보면 인생이 짧게 느껴지기도 하다. 때문에 늘 사랑타령만 하는 만화책 주인공이 부럽기보다는 한심하게 생각되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상대적인 것 아닐까. 혹자는 사랑만 해도 모자란 한평생이라고도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