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Story (사이드 스토리)
순정 학원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면 이성문제, 성적문제, 진로에 대한 고민, 가족간의 갈등 등이다. 대부분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학원물이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 이러...
2002-09-08
이가진
순정 학원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면 이성문제, 성적문제, 진로에 대한 고민, 가족간의 갈등 등이다. 대부분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학원물이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 이러한 소재들이다. 김지윤의 초기작 『사이드 스토리』(1990)는 이러한 소재들이 고루 나타나는 전형적인 학원물이다. 김지윤의 특징이라면 일상적인 소재를 코믹하고 깔끔하게 묘사하는 것인데 이런 특징은 초기작인 『사이드 스토리』에도 잘 드러난다. 최근의 작품에 비해 다소 거칠고 가는 펜선이나 섬세한 터치 등 초기작에서 볼 수 있는 신선함이 엿보이는데 군더더기 없는 컷 분할과 연출력만큼은 최근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캐릭터로 자유분방한 해수, 우등생이자 모범생인 명, 다소곳한 이미지의 해수의 여자친구 다은이 등장하고 이들의 행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수와 명의 부모들이 주변 캐릭터로 등장한다. 해수의 어머니와 명의 아버지가 재혼함으로써 평소에 무관심하게 지내던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이자 형제가 된다. 둘은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해 주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데 부모의 재혼이라는 자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갈등이나 반목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간다. 그러다 다은이 자상하고 차분한 명에게 점점 끌리게 되면서 갈등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해수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어 해수와 명이 친형제(이복형제)임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심화된다. 해수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명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해수는 대학에 진학하여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게 된다. 서로가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성숙한 모습으로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품은 행복하게 끝을 맺는다. 이러한 스토리의 흐름에 비한다면 세부적인 연출은 크게 극적이거나 격렬하지 않아 다소 밋밋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이것은 김지윤이 전반적인 작품활동을 통해 보여주는 특징이다. 강렬함 보다는 일상에서 웃음과 감동을 찾아내는 작가의 작품 경향인 셈이다. 작품의 제목 또한 무겁지 않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이는 제목이 복잡하지 않아야 기억하기가 쉽다는 이유도 있겠고, 아직은 인생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어진 상황(부모의 재혼과 죽음)에 의해 결정적으로 작용되는 주변인으로서의 청소년기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을 읽는 사소한 재미라고 한다면 두 주인공의 음주와 흡연에 관한 묘사이다. 이런 행위가 흔히 묘사되듯 전형적인 청소년의 일탈적 행위로 그려지지 않고 어른들이 그러하듯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음주와 흡연이 도피처가 아니라 오히려 유흥으로 그려지는 모습은, 너무 교훈적이지도 않지만 크게 상식을 벗어나지도 않는 자유분방한 작가의 작품경향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