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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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전설

대개 전설 속의 인물은 대중의 우상이다. 물론 전해지면서 살이 붙여지고 나름대로 각색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압도당한다. ‘17대 1’에서부터 일대 지역평정까지, 특히 학교에 떠도는 전설은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경이롭다. 또 궁금하...

2002-08-20 김경임
대개 전설 속의 인물은 대중의 우상이다. 물론 전해지면서 살이 붙여지고 나름대로 각색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압도당한다. ‘17대 1’에서부터 일대 지역평정까지, 특히 학교에 떠도는 전설은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경이롭다. 또 궁금하기도 하다. 전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 걸까. 정말 ‘만들어’가는 걸까, 아니면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일까. 『엔젤전설』은 전설의 속내를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남들보다 무섭게 생긴 기타노는 보기와는 달리 마음씨 착한 소년이다. 하지만 늘 불량학생으로 오해받기 일쑤다.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마찬가지. 첫날부터 같은 반 아이들은 그를 멀리하고 학교 선배와의 오해까지 겹치면서 어느덧 기타노는 ‘학교 짱’으로 불린다. 게다가 인근 학교에까지 새로운 전설의 인물로 알려지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결국 기타노의 진심을 알게되고 기타노도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이루게 된다. 현대는 시각이 기형적으로 발달한 사회다. 모든 정보는 인쇄된 활자, 모니터에 비친 영상을 통해 전달된다. 그러므로 "본다"는 행위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우리의 정신체계를 지배한다.『엔젤전설』에서 사건의 발단은 바로 기타노의 심상치 않은 외모다. 결국 사람들의 ‘눈’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오해를 낳고 엉뚱한 전설까지 만들어낸다. 이미 자신의 눈이 들어낸 세계에 함몰된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공포만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기타노의 진심은 "끼에엑-"이라는 알 수 없는 비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작가의 거친 그림도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한몫 한다. 현상 수배 전단에서나 볼 듯한 흉악한 주인공의 얼굴은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독자를 얼어붙게 만든다. 문제는 진심 어린 말조차 협박으로 굴절되어 나타난다는 점. 결국 무지는 공포를 낳고 공포는 다시 오해로 발전,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낸다. 눈덩이가 불어나듯 급속도로 전개되는 사건에 독자는 웃을 수밖에 없다. 사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기타노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그의 말을 듣기보다는 보이는 것에 함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작가 노리히로 야기는 극단적인 외모의 소유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사람들의 편견에 일침을 가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신작 『클레이 모어』에서도 반복된다. 『엔젤전설』은 귀머거리들의 유쾌한 세상이다. 사람들의 통상적인 믿음을 통째로 뒤엎으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동시에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귀를 막고 있는 사람들은 비단 만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