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맑음
현대판 ‘콩쥐와 팥쥐’의 성격을 띤 제목 그대로 맑은 이야기. 어려서 친어머니를 여의고 새어머니와 이복 형제에게 구박을 받는 콩쥐가 왕자를 만나 고난으로부터 구원받는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갖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명의 왕자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2002-07-13
김규진
현대판 ‘콩쥐와 팥쥐’의 성격을 띤 제목 그대로 맑은 이야기. 어려서 친어머니를 여의고 새어머니와 이복 형제에게 구박을 받는 콩쥐가 왕자를 만나 고난으로부터 구원받는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갖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명의 왕자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세명의 왕자-양주호, 이태리, 강운비-가 나타나 구박받는 콩쥐 역인 하이안을 친구로서 받아들이면서 함께 성장기를 지내고 웃고 즐거워하며 미묘한 관계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내일도 맑음』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관계는 한 명의 여자를 여성이 아닌 친구로서 받아들임으로서 오랜 친구였던 세명이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연인의 선을 넘지 않으려는 아슬아슬한 설정을 만들고 고난받는 여주인공에 대한 동정과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보고 싶게 만드는 즐거운 기다림을 안겨준다.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명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4명의 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우정은 맑고 깨끗한 느낌을 계속 주면서 ‘정말 제목과 같은 느낌을 주는구나’라는 표현을 안 할 수가 없게 만든다. 작가는 계모에게 고난을 받으면서도 밝고 깨끗한 심성을 지키는 여주인공 하이안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 하려한 순수하고 착한 콩쥐의 행복은 지금 시대에도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보는 이에게 주지만 이러한 해피엔딩 식의 이야기 구조는 보는 이에게 괴리감을 줄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하이안처럼 한없이 착한 주인공이 세상의 모든 미덕-예쁘고, 착하고, 참을성 있고, 이해심 많고-을 겸비하고, 고생만 하다가 좋은 친구들을 만나 결국에는 행복한 삶을 살게된다는 이야기는 고전동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맑고 투명한 느낌을 주려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아니 거의 볼 수가 없는 주인공으로 독자에게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을 양분된 반응을 일으키게 하여, 이러한 맑고 투명한 주인공의 느낌을 가지려 하는 이와 현실에서 이러한 주인공을 볼 수 없다는 거부감을 가지는 이를 만든다. 이러한 양반된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점이 이 『내일도 맑음』에서는 상당히 부족하다 것을 느낀다. 동화 같은 따스함과 맑은 기분의 분위기는 이 작품의 강점이지만, 한없이 착하고 예쁜 주인공에 대한 괴리감은 이 작품을 보는 데에 있어서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서 보기를 바란다. 그래도 하이안 같은 한없이 맑고 깨끗한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믿음을 갖고싶다. 척박하고 혼탁한 세상에서 하이안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이 세상이 매일 맑은 느낌을 가지게 될 테니 말이다. 깨끗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아서 언제나 내일은 맑을 거라는 희망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