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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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 (多情多感)

IMF사태로 월간으로 돌아섰던 잡지 「이슈」가 다시 격주간으로 복귀한 1999년 6월1일자 분부터 연재가 시작된 박은아의 『다정다감』은 제목만큼이나 얌전하고 조용한 만화이면서 동시에 뻔하디 뻔한 소재를 만화로 옮긴 내용이다. 그러나 『다정다감』 , 팬들은 줄여서...

2002-04-17 김정묵
IMF사태로 월간으로 돌아섰던 잡지 「이슈」가 다시 격주간으로 복귀한 1999년 6월1일자 분부터 연재가 시작된 박은아의 『다정다감』은 제목만큼이나 얌전하고 조용한 만화이면서 동시에 뻔하디 뻔한 소재를 만화로 옮긴 내용이다. 그러나 『다정다감』 , 팬들은 줄여서 [다다]라고도 부르는 이 만화는 뻔한 이야기이면서도 일견 그에 걸맞지 않는 듯 보이는 무척이나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단지 햇수로 4년, 지금까지 출간된 단행본이 7권이라는 분량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분량이 많아도 지겨운 이야기는 어차피 아무도 보지 않는다.) 그 뻔한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재미’라는 것이 독자들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 앞에서부터 계속 반복되는 ‘뻔하다’ - 정말로 너무나 뻔하디 뻔한 이야기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일들이 다 그렇게 뻔하고 뻔한 일 투성이 아니던가. 그런 일을 이렇게까지나, 항상 다음 호 잡지가 기다려지도록 만드는 능력은 바로 만화가의 몫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하였듯 꽃이 난무하는 ‘만화적 상상력’ 속에서 역시 다분히 만화적인 배경을 가진 미남 캐릭터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다정다감하지만 ‘현실적인’ 배경을 가진 주인공 배이지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소박하지만 다사다난한 이야기는 다분히 순정만화적이다. 그래도 고교생활에서 누구나 겪어봤을 - 특히나 여성작가가 청소년지에 그리는 순정만화이니 만큼 그 또래의 여학생들이 실제로 고민하고 겪었을 소재들에 약간의 만화적 상상력을 보탠 무리 없는 이야기를 단 한 줄의 감상으로 표현해 보라면 정말로 ‘뻔한 이야기’라는 식으로 밖에는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동용 월간지인 「파티」에서 연재중인 『스위티 젬』 역시 백설공주 이야기를 약간 각색한 역시 뻔한 이야기를 - 『스위티 젬』 역시 소박하면서도 정감어린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다정다감』과 매우 유사하다. - 연재중이면서도 그 팬층 역시 상당한 것을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 순정만화적인 재미를 뽑아내고 캐릭터들에게 확실한 성격을 부여함으로서 그것들을 맛깔 나는 만화로서 구축해 나가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그저 감탄 할 뿐이다. 또한, 같은 동아리 출신인 서문다미와는 정반대 되는 정적인 이미지의 복잡하지 않은 단순하고 깔끔한 펜선, 그러나 차츰차츰 발전해 가는 모습이 눈에 띄는 박은아의 그림에서는 ‘정감’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너무 뾰족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편안한 느낌, 바로 『다정다감』이라는 제목에 딱 어울리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단행본 1권의 첫머리에서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마음가는 대로 그린 수필 같은 만화가 되었으면 한다는 스스로의 소원을 들어주기에 딱 어울리는 그림실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문장 속에서 지겹게도 반복하였지만, 박은아가 그리는 이야기는 역시 뻔하다. 그러나 돌려 말하자면 좋은 의미로서 자극적이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의 짜증스러운 자극에 지친 사람들에게 라면 어차피 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뒷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다정다감』 같은 정감어린 이야기들을 꼭 한번 권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