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K2 (Kill Me Kiss Me)

몇 편의 단편 연재이후 장편 연재를 시작한다는 보편적인 신인의 등용문을 교과서적으로 밟아나간 『K2』는 2000년 후반기 격주간지 「이슈」를 통해 ‘밀레니엄 새연재’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쌍둥이 남매가 옷을 바꿔입고 각자의 학교로 등교한다는 아이디어 자체...

2002-04-15 김정묵
몇 편의 단편 연재이후 장편 연재를 시작한다는 보편적인 신인의 등용문을 교과서적으로 밟아나간 『K2』는 2000년 후반기 격주간지 「이슈」를 통해 ‘밀레니엄 새연재’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쌍둥이 남매가 옷을 바꿔입고 각자의 학교로 등교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신선했지만, 그러나 바로 제1회부터 이 만화에 과연 그런 거창한 타이틀이 어울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생긴다. 그러한 의문은 199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한 많은 신인만화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점이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만화만을 통해 만화가로 키워진 많은 수의 신인들이 스스로의 작품에서 만화가 가지는 문화로서의 가치 -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는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채, 일본만화의 아류에 불과한, 자극적인 화면과 대사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오락적인 면만을 극대화시킨 ‘상품’들을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본인도 잘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창작이라는 허울아래 보여주고 있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K2』역시 그런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러웠다는 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도 학교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소위 불량청소년들이 대담하게 담배를 꼬나 물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슬럼으로 타락한 탓인지는 몰라도 『K2』의 지면은 그 반이상이 스토리와는 그다지 개연성이 없는 폭력서클의 집단폭행 장면 따위로 채워져 있고, 안타깝게도 그런 현실을 ‘멋있다’는 한마디로 간단히 미화해 버리고 있다. 모든 만화가 그렇게 삶의 무게에 짓눌려야 할 필요는 없지만 (물론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한 비현실로 가득한 자극적인 화면으로 범벅된 환타지는 작가에게 요구되는 주제의식이라는 말로 대신되는 현실이 가지는 최소한의 삶의 무게조차 거부한다. ‘독자가 가볍고 자극적인 것을 원하니까’라는 것은 잡지 연재에 있어서는 멋진 모범답안이 되겠지만, 담배를 꼬나 문 불량한 꽃미남이 아무리 예뻐도 가벼운 것은 금새 잊혀지고 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진리이다. 마치 『럭키 짱』을 필두로 한 김성모의 만화가 ‘상품’으로서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만 ‘작품’으로서는 많은 이들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군데군데 ‘불량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착한 녀석들’이라는 묘사를 감안하더라도 『K2』의 세계는 너무나 가볍고 깊이가 얕다. ‘아주 특별한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공언이 허무할 뿐인 - 일본작품의 패러디에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매진하지만, 10년 후에는 상업 만화가이기를 포기 할 것이고, 팬레터를 보내오는 독자들 역시 캐릭터의 성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단지 그림이 멋져서 그녀의 만화를 사랑한다는, 지극히 마이너스적인 동인지 출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2부 시작 첫머리에 실린 작가 인터뷰를 읽다보면 솔직히 한숨밖에 안 나오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동인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 만족을 위해서 그려지는 물건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과연 10년 후에도 『K2』라는 만화를 기억하고 있을 독자가 얼마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코드인 엽기라는 말로 얼버무려 버리기에는 신인 만화가들의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몰이해가 너무나도 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많은 신인들에게서 작가적 역량이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비참한 생각을 젊은 세대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사회 전체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그래도 아직 희망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