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 소년이 사는 법

2000년, 「해피」라는 이름의 월간지가 창간하면서 시작된 서문다미의 『이 소년이 사는 법』은 그때까지의 그녀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조금 의외였다. 격주간지 이슈를 통해 보여준 『수중화』같은 단편집에서 보여준 신인답지 않은 강렬하고도 깊은 인상이나, 이어진 첫 장편 『E...

2002-04-12 김정묵
2000년, 「해피」라는 이름의 월간지가 창간하면서 시작된 서문다미의 『이 소년이 사는 법』은 그때까지의 그녀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조금 의외였다. 격주간지 이슈를 통해 보여준 『수중화』같은 단편집에서 보여준 신인답지 않은 강렬하고도 깊은 인상이나, 이어진 첫 장편 『END』에서의 전투적이고 소년만화적인 경향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강철’을 모토로 삼는(?) 그녀와 「해피」라는 저학년용 아동 월간지와의 접점을 찾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내 보자면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소년이 사는 법』은 제법 괜찮은 작품이었다. 처음 접근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막상 접하고 나면 SMDM이라는 특이한 이니셜만큼이나 강렬하게 끌리게 되는 서문다미의 세계가 여기에서도 예외 없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아동지 연재작이 실제로 잡지를 보게되는 대상에 맞추어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보통임에도 『이 소년이 사는 법』은 그 패러디성 제목에서부터 ‘소년’이 주인공임을 강조했다는 사실이 일단 서문다미답다는 생각에 눈길을 끈다. 단행본과는 달리 잡지에서의 연재란 많아봐야 수십 페이지 내외에서 매번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녀가 그러한 사실을 계산에 넣었던 혹은 우연이던, 최근의 장르 파괴적인 경향을 계산에 넣더라도 겉모습은 순정만화지만 실은 소년만화에 가까운 내용물을 가진 『이 소년이 사는 법』의 제1회는 창간지라는 임팩트에 더해 독자들에게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갔을 것이 틀림없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무작정 한국으로 날아온 주인공 소년이 소매치기에게 전 재산을 털리고 우연찮게 잘못 가지고 온 여동생의 가방 덕에 여장남자가 되어 그 신분을 숨기고 여학생으로 통한다는 황당하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은, 바로 그 소매치기와 다시 만나 거리생활을 하게 된다는 내용까지 기본적인 부분에서 우연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아 설득력은 좀 미약하지만, 단순히 그것을 가져다 놓기만 한 것만이 아닌 적재적소에서 써먹는 능력은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는다. 또, 자칫 가볍고 무게 없는 개그로만 흘러가기 쉬운 이런 스토리에서조차 그녀가 신인 단편작가 시절부터 일관되게 그려왔던 힘 없고 소외 받는 존재들 - 졸지에 길바닥에 나 앉아 부랑자 신세가 되어버린 주인공 유도훈과 그 리더역을 맡아버린 앵벌이 출신의 소매치기소년 임재우 같은 - 의 이야기가 여기에서도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슈의 공모전을 통해 배출된 슈퍼 루키’라는 수식어가 그저 의례적이고 입에 발린 칭찬만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그 탓에 어린 독자들을 위한 잡지의 연재작치고는 그 표현 방법에서 너무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만화의 홍수시대에 거꾸로 만화다운 만화를 보기 힘들어진 요즘, 재미있는 만화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픈 생각이 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를 제공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점도 부정 할 수 없다. 결국은 정통적 순정만화의 왕도인 러브스토리로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밟게 되겠지만, 요는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요리사의 독창성을 인정받느냐 하는 것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매번 다음 회가 기다려지게 만드는 슈퍼루키 SMDM의 『이 소년이 사는 법』은 만화로서 제법 먹음직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