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부 (MR.BOO2)
전상영의 『미스터 부』는 96년부터 「소년 챔프」에 연재되기 시작한 만화이다. 아동 대상의 개그만화로, 영화나 만화, 게임 등 여러 매체를 소스로 한 패러디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던 만화였다. 주인공은 싸릿골인 날백수 미스터 부. 그 외에 만화가 전군, 피그로우...
2002-03-04
하성호
전상영의 『미스터 부』는 96년부터 「소년 챔프」에 연재되기 시작한 만화이다. 아동 대상의 개그만화로, 영화나 만화, 게임 등 여러 매체를 소스로 한 패러디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던 만화였다. 주인공은 싸릿골인 날백수 미스터 부. 그 외에 만화가 전군, 피그로우와 배아구 등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고담면민들이 겪게 되는 요절복통할 모험담을 담고 있다...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화를 보다보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평가도 쉽게 내리기 힘든 것들을 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작품들을 "괴작"이라고 부르는데,『미스터 부』는 90년대의 한국만화에 서도 손꼽히는 괴작이다. 무엇이 그렇게 괴상한가? 앞서 말했듯이 이 만화는 소년지에 연재되는 아동지향의 개그만화로 출발했다. 방귀나 때, 코딱지 등의 오물이나 코믹한 캐릭터 묘사를 중심으로 한 개그와 패러디와 격투를 전면에 내세운, 어찌 보면 과거 일세를 풍미했던 이재석의 『달숙이』와도 닮은 만화였다. 어찌됐든 저런 스타일의 개그로선 발상이 기발하고 재미있기도 했거니와 간간히 선보였던 만화, 영화 포스터, 패션 광고를 패러디한 챕터 표지들도 나름대로 유쾌했었기에 『미스터 부』는 소년지 개그만화로서 꽤 볼만하다는 정도의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눈치챘어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미스터 부가 최초로 소환했던 정령 매너 황을 봤을 때, 그 때 깨달았어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중반부를 맞이하면서 『미스터 부』는 만화가와 편집부의 현실을 희화화하여 스토리에 등장시키고 있었고, 이제는 표지까지도 장식하게 된 패러디는 가요, 잡지 기사, 고전 미술 등등 정말 작가의 눈에 띄는 모든 시각 매체가 "꺼리"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다채로웠다.(한국 대중가요에서도 시각적 요소는 빠질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 IMF파와의 맞대결에 이르게 되면, 어째서 『미스터 부』가 그렇게 웃겼던 건지를 깨닫게 된다. 한국. 『미스터 부』가 패러디의 ꡐ꺼리ꡑ로, 개그의 소재로 쓰고 있었던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시사문제, 한국의 대중문화, 한국에 소개된 외국 문화, 한국의 광고, 한국의 먹거리...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 독자가『미스터 부』에 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는 동안 『미스터 부』는 종반부에 접어든다. 그리고 전술했던, 작품의 구성 요소들에 또 하나를 추가한다. 그것은 바로 작가의 의식이다. 작가 본인의 사고의 과정을 여과 없이 지면 위에 쏟아내는 것이다. 마치 시와 같은 선문답, 현대 산업 사회의 병폐, 존재의 인식 등에 대한, 결론 나지 않은 듯한 작가의 뇌내 활동들이 원고 속에서 폭주한다. 지면을 뒤덮은 글씨들, 코믹한 그림체이기에 넘어갈 수 있었던, 소년만화에서 유래없는 잔혹씬까지도. 대체 어떻게 이 같은 표현들이, 상업지 그것도 소년지에서 허용될 수 있었는가는 지금 생각해봐도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 무관심 혹은 방조였을까. 아무튼 이렇게 수많은 의문들을 남기고 『미스터 부』는 끝난다. 어딜 봐도 급조 같은 이 어색한 엔딩에, 씁쓸하게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왜일까. 『미스터 부』에 어떤 정의가, 무슨 논의가 필요할 것인가. 다만 거기에 『미스터 부』가 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들고 컷을 따라가며 페이지를 넘겨 가면 그만이다. 『미스터부』는 애초에 그렇게 즐기도록 만들어진 만화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