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툰
1998년, 정필용은 서울문화사에서 주최한 신인공모전에서 은상을 받고 만화계에 입성한다. 그가 수상한 작품은 지구를 지키는 한 우스꽝스런 수퍼맨의 이야기. 그를 담당한 「영점프」의 편집부는 공모전 원고의 후반부를 수정하여 잡지에 장편 연재하길 원했으나 공모전용 단편 원...
2002-01-26
강영훈
1998년, 정필용은 서울문화사에서 주최한 신인공모전에서 은상을 받고 만화계에 입성한다. 그가 수상한 작품은 지구를 지키는 한 우스꽝스런 수퍼맨의 이야기. 그를 담당한 「영점프」의 편집부는 공모전 원고의 후반부를 수정하여 잡지에 장편 연재하길 원했으나 공모전용 단편 원고로 기획되었던 작품을 장편 연재로 전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몇 번의 원고 수정 끝에도 마땅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편집부는 정필용 씨에게 새로운 형태의 만화를 기획, 제안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정필용 씨의 첫 연재작 『포툰』이다. 『포툰』은 사진을 만화의 형식을 빌어 편집해놓은 일종의 사진집이기도 하고, 사진을 활용한 만화책이기도 하다. 4컷 만화, 혹은 짧은 단편 만화 형식으로 컷을 나누고 컷에 따라 실제 사진을 배치해 만화적 상황을 연출한다. 그리고 여기에 컴퓨터 작업을 통해 만화적인 표현법을 가미했다. 만화적 상상력과 실제 사진의 현실감이 집약 새로운 형태의 만화랄까? 작가 정필용은 자칫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사진의 나열을 만화적인 문법으로 잘 소화해 냈다. 만화적인 문법에 맞춰 충실히 배열한 사진들은 여타의 만화책을 읽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인간이 이 이상 망가질 순 없다! 『포툰』의 재미는 이러한 형식이 아니라 웃음을 멈추지 않게 하는 작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있다. 소재는 가리지 않는다. 무당집, 도박판, 군인, 의사, 자객, 심지어 태권V까지. 작가 자신부터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분장하고 정필용 식 개그액션을 선보인다. 80년대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슬랩스틱 코미디는 저리가라다. 여기에 재치있는 아이디어를 잘 표현해내는 등장 인물들의 얼굴 표정이 더해진다.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필용 작가 자신의 변화무쌍한 마스크를 비롯, 고정출연하는 정필용 작가의 동료 만화가 김영근 씨의 표정 연기는 압권!! 여기에 매회 포툰을 사랑하는 애독자들의 자발적인 출연은 이 만화를 재미 이상으로 특별하게 만드는 한 축이 된다. 『포툰』의 성공 이후, 작가 정필용은 「아이큐 점프」에 『닝구』를 연재를 통해 몸으로 연기하는 만화가가 아닌, 그림 그리는 만화가로 변신한다. 그리고 서울문화사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늘 버스에 앉아야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정필용 씨. 그가 다음에 내어 놓을 아이디어 박스는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