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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표지 이미지중 |
마을에 오랜 기근이 들어 신의 노여움이라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한 소녀를 제물로 바쳤고 그 뒤 비가 내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들어오던 고대이야기이다. 소녀의 희생은 때론 아름답게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소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 옛날 제물로 바쳐졌던 이들의 유골이 발굴되는 지금에서도 신의 존재와 영역은 아직까지 인간에게는 없다고 단정 짓기에도, 있다고 하기에 확실치 않은 미지의 존재이다.
2003년 윙크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레일로드」라는 중편을 낸 작가 윤미경이 2006년 새롭게 내놓은 작품 「하백의 신부」는 제물로 바쳐진 소녀의 뒷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재치 있게 풀어낸다.
사실은 밝고 재미난 러브 스토리
하백의 신부로 바쳐지기 위해 혼인 의상을 입고 비통한 표정으로 잠겨 있는 인간계의 주인공 소아. 눈을 뜬 세계는 사후 세계가 아닌 하백이 있는 신계. 수국이다. 하백신은 신부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어린아이의 모습. 밤이 되면 성인의 모습으로 바뀌지만 소아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성인의 모습인 무이에게 끌리게 된다. 작품은 이 지점에 신계의 신들의 여러 이해·역학관계를 얽어 들어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어둡지 않다. 오히려 일면 밝고 명랑하기까지 하다. 수려하고 진지해 보이는 인물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지나치기 쉽지만 이 작품의 정체는 기본적으로 ‘러브 스토리’인 것이다. 그것도 개그와 알콩달콩함이 적당히 섞여 있는 염장물!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작가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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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 "L"과 "라이토"의 이미지 컷 |
이 작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신들에 대한 묘사와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이다. 일본 만화에서 흔히 차용되는 기모노와 달리 우리나라 만화에서 전통의상이 차용되는 경우는 힘들다. 시도가 있긴 하지만 왜색에 가깝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하백의 신부」는 그 시도에서 합격점을 얻었다. 전통의상을 완벽히 재현하지는 않았지만 만화의 장점을 십분 살려 설화와 판타지적인 요소를 결합해 의상과 분위기를 좀 더 한국적이고 독창적으로 표현하러 애쓴 흔적이 보인다.
작품은 아직 2권까지 나온 초반부이다. 1권의 기대에 비해 점점 지루해 진다는 평도 있으나 소아가 하백=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는 것과 후예와의 심상치 않게 얽힐 것이라는 예상, 그리고 하백의 옛사람인 낙빈까지 여러 가지 복선이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좀 더 지켜보며, 앞으로 내용을 기대해 보자.
- 기본 정보 - 책 제목 : 하백의 신부(하백의 新婦) 작 가 : 글,그림 윤미경 출 판 사: 서울문화사, 총02권(미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