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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상쾌한 기분

“저스트 고고”, “뉴욕뉴욕”, “아기와 나” 등으로 유명한 마리모 라가와의 “언제나 상쾌한 기분”은 3명의 개성 뚜렷한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물로 읽어 가다보면 만화의 제목처럼 왠지 기분이 상쾌해지는 작품이다.

2006-12-01 안성환

언제나 상쾌한 기분 표지 이미지
[언제나 상쾌한 기분] 표지 이미지
“저스트 고고”, “뉴욕뉴욕”, “아기와 나” 등으로 유명한 마리모 라가와의 “언제나 상쾌한 기분”은 3명의 개성 뚜렷한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물로 읽어 가다보면 만화의 제목처럼 왠지 기분이 상쾌해지는 작품이다.

“시대가 낳은 야생마”라는 웃기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아카우마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거친 중학생활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자신과 사귀고 있던 이노마타로부터 이유도 모른 채 차여버린 그는 새로 시작하는 고등학교 생활임에도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어느 날, 아카우마는 등교 길에 몇몇 불량학생들로부터 곤경에 처한 소년을 구해주게 되고 자신과 같은 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귀여운 얼굴과 작은 키를 가진 그 소년이 마유무라라는 이름을 가진 같은 반임을 알게 된다. 마유무라는 솔직 담백한 성격과 당당한 자존심을 가진 소년으로 우울하던 아카우마에게 따뜻함과 웃음을 선사하게 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 또 하나의 주인공 히데는 학교복도에서 벌어진 우연한 사건을 통해 아카우마를 알게 되는데 190이 넘는 큰 키에 순진무구 그 자체인 소년으로 피가 섞이지 않은 누나 쿠리코를 가슴 깊이 사랑하는 이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카우마는 마유무라가 주는 따뜻함과 유쾌함, 히데가 주는 안정감과 순수함에 평온함을 느끼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셋이 어울려 다니게 된다. 다도부에서 활동하는 히데의 누나 쿠리코의 부탁으로 폐부직전의 다도부에 들어가게 된 세 명의 소년들과 아카우마와 예전에 잠깐 사귀었던 레이코, 정체불명의 캐릭터 미치요까지 합세하여 여섯 명으로 구성된 다도부에서 재밌고 상쾌하면서도 파란만장한 주인공들의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된다.

마리모 라가와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아기자기한 이야기 구성능력으로 읽는 이를 매료시키는 작가로 한 번 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빠지게 되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어떤 때는 치밀하다고 느껴질 만큼 촘촘한 감정선을 작품 전반에 깔아 놓는데 그것이 나중에 가서는 작가가 하나하나 안배해놓은 감정이입의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독자는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가의 작품은 모두가 따뜻하다. 등장인물이 게이이든, 반항아이든, 아기이든 간에 마리모의 아이들이 품고 있는 훈훈한 온기가 읽는 이를 매료시키는 가장 큰 힘이라 하겠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아카우마는 자신과 사귀던 이노마타가 왜 자신을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지 이유를 몰라 답답해한다. 고민이 계속되던 어느 날, 이노마타의 가장 친한 친구 이즈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해오자 그제야 이유를 깨닫는다.
주위에 친구라고는 여자친구 이즈미와 남자친구인 이키우마뿐인 좁은 세계에 살고 있던 이노마타에게 이즈미가 아카우마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서로의 교제사실을 비밀로 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고 결국 이즈미마저 진실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심각해진다.

친구냐, 사랑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항상 가혹한 일이다. 어차피 선택이라는 것은 어느 한 쪽,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기적이던 이타적이던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누구나 그렇게 누군가를 상처 입히며 하루하루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잔인한 선택을 강요하는 이 에피소드에서 작가는, 감수성이 미묘한 시기의 소년소녀들의 감정을 평온하고 잔잔하게 다루기 시작해서 서서히 감정을 증폭시켜간다. 에피소드의 결말에서 아카우마와 이노마타는 다시 사귀게 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은 작가의 안배에 의해 답답해졌다가 상쾌해졌다가를 반복한다. 특히 이즈미와의 우정도 아카우마와의 사랑도 모두 다 갖고 싶은 이노마타의 고민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간의 사랑이야기가 등장한다. 주말연속극의 단골 소재인 남매간의 사랑도 마리모 라가와가 다루면 매우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모님끼리의 재혼으로 남매가 되어버린 쿠리코와 히데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은 쿠리코에게 대쉬하는 마츠다의 존재로 인해 급격하게 진전된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매우 두텁고 세간의 이목은 너무 두렵다. 과연 히데와 쿠리코는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 것 인가?

무언가 답답하고 일이 안 풀려 짜증나시는 분들에게, 사랑이나 우정, 이별, 질투 등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분들에게, 사는 게 힘들고 지쳐서 술 한 잔 하시고 싶은 분들에게 마리모 라가와의 “언제나 상쾌한 기분”을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건강함과 풋풋함,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가지길 소망한다.

- 기본 정보 -
책 제목 : 언제나 상쾌한 기분
작 가 : 글/그림- 라기와 마리모
출 판 사: 대원씨아이㈜, 총3권(미완)



2006년 12월 vol. 46호
글 : 안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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