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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042>의 표지 이미지 |
당신에게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신은 무얼 하고 싶은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곧잘 나오는 이 같은 질문이 만화에서도 적용된 작품이 있다. 단, 1년이 아닌 3년으로 유예기간이 늘었고, 주인공은 환자가 아닌 사형수의 신분이다. 그렇게 <사형수042>는 극한의 상황에서 감동을 추출한다.
만화의 상상력, 끝이 없다일본만화가 취하는 소재에 대해서 가끔씩 그 기발함과 상상력의 너비 때문에 탄식이 나오고는 한다. 거기에서는 땅에서부터 하늘 끝까지, 시공과 생사를 가리지 않고 걸리는 것은 모조리 만화화가 가능할 듯하다. <사형수 042>만 해도 그렇다.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는다는 설정부터 우리에게는 다소 위험한 발상이지 않은가. 적어도 ‘생체실험’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외형적인 모습은 자못 부담스럽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기발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추리극이 되기도 한다. <사형수 042>는 사형수, 생체실험 등 자극적인 소재를 가져왔을지라도 인간의 감정을 하나하나 체크해 나감으로써 엽기잔혹물이 아닌 감성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단순한 소재주의에 그치지 않고 치밀한 스토리와 인물을 가져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진정한 만화적 상상력이 아니겠는가.
인간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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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042>중 한장면 |
사실, ‘사형수’라는 소재에 이미 작품은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음을 내포한다. 잘해봐야 개과천선하여 선한 죽음을 맞이하거나 못하면 ‘과인의 잘못은 세상 탓’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 하지만 <사형수 042>는 죽음을 통해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선택했다. ‘죽음’과 ‘행복’이라는 화해하기 힘든 두 가지 단어를 조합시킬 수 있었던 까닭은 주인공 료헤이로 하여금 남아 있던 시간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비록 제한된 환경 속에서 한정된 사람들과 접촉이 허락되지만 그는 시한부 삶 속에서 눈물을 알게 되고 사랑도 배운다. 헐리우드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탈옥하여 수사권이 미치지 못하는 다른 나라에서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 아니라 갇혀 있는 공간 그리고 제도 및 타인들의 감시 속에서도 일상의 감동들을 깨닫게 하여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형수’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이슈화되는 문제다. 문제의 성질상 찬성 아니면 반대 중 한쪽에 자신의 견해를 보여줘야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한쪽을 완벽히 설득시키기에는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사형수 042>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논리보다는 감동을 통해 새로운 이해의 접근방식을 보여준 작품이다.
- 기본 정보 - 책 제목 : 사형수042 작 가 : 글그림 카테가와 유아 출 판 사: ㈜학산문화사, 총 5권(완결) |
2006년 10월 vol. 44호
글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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