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Le Virus Manga

비루스 망가는 망가와 아시아권 만화 전반에 대한 소식, 비평, 발견과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잡지입니다. 망가의 사전출판 형태를 지니는 잡지는 전혀 아니고, 오히려 망가에 대한 담론의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보이는 잡지라고나 할까요.

2004-06-01 한상정

한상정- 오랜만이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페랑- 그럼요, 오늘은 무슨 주제로 인터뷰를 하실 건가요?
프랑스에서 망가의 여러 가지 현황과 전망이랄까요? 일단 독자들을 위해서 <비루스 망가>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주시죠.



페랑- 비루스 망가는 망가와 아시아권 만화 전반에 대한 소식, 비평, 발견과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잡지입니다. 망가의 사전출판 형태를 지니는 잡지는 전혀 아니고, 오히려 망가에 대한 담론의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보이는 잡지라고나 할까요. 올해 1월부터 2달에 한 번씩 출간되는 잡지로, 지금까지 3호가 출시되었고, 가격은 3.9유로(약 5천5백원 정도)로 45,000부를 찍어내며, 약 80페이지로 구성되어있죠. 애니메이션 전문잡지인 아님랑드(Animeland)의 자매지로, 중요한 점은 출판사와 독립적이란 점이죠. 프랑스에서 거의 대부분의 만화잡지는 주로 만화출판사에서 출간해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잡지사에 종속적인 측면이 있었다면, 비루스 망가는 출판사와는 무관하게 비판을 할 수 있는 셈입니다. 현재 저를 포함한 3명이 이 작업에 매달려있고, 20명 가량의 독립적인 필자들과, 2명의 현지 통신원(일본)들이 있습니다.



한상정- 망가 또는 아시아권 만화를 다루는 다른 잡지가 또 한권 있었던가요? 
페랑- <망가 스피리트>라는 잡지가 또 있죠. 이 잡지를 제외하면 유일한 셈입니다.
 
한상정- 3.9유로라면 망가 한 권보다 싼 가격이군요. 
페랑- 네. 그걸 노린 거라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출시되는 모든 망가에 대한 자료를 싣고 있으니, 일단 책을 사기전에 잡지를 보고 참조로^^
 
한상정- 주 독자군은 어디로 잡고 계시죠?
페랑- 주로 20대에서 35살 정도까지 입니다.
 
한상정- 반응은 어떤 가요?
페랑- 설마 나쁘다고 제가 말할거라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아주 좋은 편입니다. 저희의 유통망이 일반서점라인과 지하철 판매점 양쪽을 다 가지고 있고, 이제는 대형 슈퍼에까지 들어가고 있기에 판매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작년 12월 이후 프랑스에서의 잡지판매가 모두 침체로 들어간 것에 비하면 좋은 셈입니다. 프랑스 문화(France Culture), 국립서적센터(CNL)등이 공식 파트너로 저희를 지원하고 있고, 현재는 아르테(Arte) 방송과 파트너를 위한 논의 중입니다. 얼마 전엔 시립도서관 사서 모임에 가서, 망가에 대한 열광적인 질문을 받았답니다. 아마도 조만간 시립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에 잡지를 공급하게 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합니다.



한상정- 잡지의 수준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런 공적인 문화기관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 군요, 기뻐할 일이네요. 여하간 앞으로 지속적으로 좋은 잡지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자,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 이렇게 오타쿠가 되었는지 말씀해주시죠?
페랑- ^^ 오타쿠라뇨...진지한 비판자죠...아마도 저희 세대들의 대부분처럼, 80년대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텔레비젼 방송이후, 망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그 이후, 항상 망가와 프랑스 만화, 양쪽 모두에 집착해왔답니다. 전문적으로 이쪽의 일과 관련이 된 것은 1993년부터로, 만화전문서점에서 일하는 것으로 이 질긴 인연이 시작되었군요. 그 다음해에는 망가 관련 팬진을 만들기도 했고 망가 유통업체를 거쳐, 아님랜드 인터넷 버전 편집장...그리고 비루스 망가의 창간을 하게 되었죠.
 
한상정- 그렇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망가에 관한 질문으로 들어갈까요? 현재 프랑스에서의 망가의 시장을 좀 간략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시장의 황금기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페랑-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만화시장은 8년째 성장을 해오고 있는데, 2003년의 결과를 본다면, 전체 서적의 13를 차지하면서, 2002년 대비 10 판매 성장세입니다. 그 속에서 망가판매량은 총 75가 성장, 실지로 전통적인 프랑스의 방드 데시네(bande dessinee)는 2 성장에 불과합니다. 이 <캐피탈(Capital)>지 1월호를 참조하자면, 1992년의 한해 새 만화작품 출간수가 412권이었다면, 2003년엔 1780권에 달하고 있습니다. 10년간 거의 4배 이상이 뛴 셈이죠.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망가 또는 만화 등의 아시아권 만화들이 그 중 521권으로 거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상정- 망가 관련 출판사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페랑- 망가 관련 총 판매를 보자면(2003년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글레나(Glena) 33, 카나(Kana) 30.5, 피카(Pica) 19.8 로 이 세 출판사가 83.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나머지 16.7를 제뤼(Jai lu) 8.8, 델쿠르(Delcourt) 4.7, 그리고 나머지 출판사들이 마지막 4.2를 서로 나누고 있습니다. 글레나가 <아키라>로 프랑스에 망가시장을 대대적으로 열어제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카나는 1996년, 전통적 만화출판사인 다르고(Dargaud)에서 “시험삼아 한 번” 시작했던 망가섹션 출판사로, 현재는 다르고 그룹의 25를 차지하는 섹션이 되어버렸습니다. 빠른 속도로 글레나 출판사를 따라잡고 있습니다. 이 출판사가 최초로 한국의 만화를 출판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한상정- 아, 이현세씨의 <아마겟돈>말이죠? 불행히도 이 작품들 이후에 카나가 한동안 한국의 만화에 손대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예요.
페랑- 그렇죠. 하지만, 앙굴렘 전시 이후로 카나의 시선도 좀 바뀐 듯 합니다. 좀 기다려봐야죠. 그리고, 피카 출판사는 앞의 두 출판사와는 달리 기존의 방드 데시네 출판사와 무관하게 출발한 출판사입니다만,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이곳에서 양경일씨의 <암행어사>가 일본에서 사온 형태로 출간되고 있죠.
 
한상정- 그래도 군소그룹을 리드하던 몇 출판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요. 통캄(Tonkam)이나 제너레이션 코믹스(generation comics)보다 델쿠르가 앞서네요? 통캄의 설립자가 델쿠르로 가버려서 그럴까요?
페랑-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도 무시 못하겠죠. 여하간 제뤼, 델쿠르, 통캄, 제너레이션 코믹스, 그리고 솔레이으(soleile) 출판사가 위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출판사들입니다. 그리고, 망가시장이 커지자, 이것을 노리고 뛰어드는 새로운 출판사들이 올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상정- 복잡하겠군요. 그다지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겠는데요. 위의 5출판사중 그래도 1985년, 가장 빨리 생겨난 통캄 망가 전문 출판사를 제외하고 나면 그래도 자본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출판사들을 끼고 있는 곳들인데요, 새로 시작할 출판사들도 그런가요?
페랑- 그렇잖아도, 여기저기서 걱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아마 지금이 가장 황금기이고, 이것을 경계로 망가출판이라는 과자가 다 부스러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실지로 판매가 어떤 작품을 수입해오느냐에 많이 좌지우지 되고 있고, 현지에서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군요. 즉, 한 작품에 너무 많은 구매자가 달려드는 겁니다. 새 출판사들 중 2 군데 정도(뒤피(Dupuis)와 플러브 느와르(Fleuve Noir ; 아직 이름 미정)는 기존의 출판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출판사들이 망가섹션을 새로 시작하는 형태가 될테고, 다른 출판사들, 임호(IMHO), 기옹(Ki-Oon), 뮈테키(Muteki), 카뷔토(Kabuto(SEEBD)), 아스카(Asuka), 마티에르(Matiere) 등은 군소규모 형태일 겁니다.
 
한상정- 뒤피마저 망가 시장에 들어오면, 사실 프랑스 벨기에의 모든 전통적인 방드 데시네 출판사들이 모두 들어오는 거군요. 그럼 올해 총...
페랑- 그렇죠. 총 19군데의 망가관련 출판사의 활동들을 보게 되겠죠. 아시다시피 카스테르망(Casterman)과 이고 껌 익스(Ego comme X) 출판사, 베르티지 그래픽(Vertige Graphic)에선 주로 수준 높은 아시아권 작품들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활동을 벌일 겁니다.
 
한상정- 출판사들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지 않으면 곧 명멸하겠군요...뭐, 이건 어차피 몇 년 안이면 명확해질 듯 하구요, 프랑스에서 번역된 한국만화의 상황은 어떤지요? 혹시 읽어보셨나요?
페랑- 네. 냉정하게 말하면, 전 아주 실망한 상태입니다. 잘 이해도 되지 않구요. 2003년 앙굴렘에서 열렸던 한국만화전은 앙굴렘의 역사상 회자될만한 전시였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 프랑스 시장에 소개된 한국만화는 앙굴렘에서의 기대감을 단시일안에 깍아 내렸다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괜찮다고 평가를 받는 작품은 <암행어사>지만, 안타깝게도 판매는 8000부를 넘기지 못했죠. 시베데(SEEBD)에서 출판되고 있는 한국만화나 도깨비라는 잡지를 통해서 본 만화들 중 제가 구입하고 싶은 책은 한권도 없었습니다. 한국의 국제만화세미나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만화>가 <질낮은 망가>와 동의어가 되어가는 현상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사고 싶은 책이 있다면 예컨대, 박건웅씨의 <꽃>과 같은 작품입니다. 카스테르망에서도 <꽃>의 프랑스 출판을 위해 많은 관심을 보였죠.
 
한상정- 제가 <꽃>의 스토리라인을 카스테르망에 넘겨준 이후, 아직 별 연락을 못받았는데, 일이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페랑- 그때 비천무의 작가 작품도 피카에 소개해주지 않았었나요?
 
한상정- 예...피카에선 장기적으로 한국만화섹션을 만들어서 2-3년을 보면서 출판할 의도가 있었는데...한국출판사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페랑- 아깝네요. 혹시 앙굴렘 전시를 지원했던 코카(KOCCA)나 다른 국가기관에서는 어떤 번역 지원이나 정책 제도가 없나요?
 
한상정- 아아. 내부사정은 정확히 알수 없지만 코카가 현지 출장소를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유럽에 세웠는데, 영국에 사무소가 생겼더군요.
페랑- 아니? 프랑스도, 스페인도, 이탈리아도 아닌 영국에요? 묘하군요...프랑스에 세우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텐데요...만화에 대한 인식도 있는 편이고...
 
한상정- 글쎄요. 뭐...별로 재미없는 이야기가 계속 되네요. 한국만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 정리하고, 당신이 보는 프랑스에서의 망가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호황이 지속될까요? 
페랑- 음...전망이 그다지 밝다고 보진 않습니다. 사실 전술한 것처럼 너무 많은 출판사가 뛰어들면 문제가 생기죠. 그러나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출판시장도 곡선을 그리는 것이니까요. 제가 볼땐 이젠 소녀망가나 성인망가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소년망가는 거의 시장의 최고조에 달한 상태이거든요. 그리고 일본출판사가 직접 유럽에 발을 디디는 상황도 예상해야 합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같은 망가가 자신의 위치를 점유한 곳이 많으므로, 번역만 달리해서 직접 판매하는 경우도 가능하죠. 이럴 경우 망가 수입 번역 출판사들은 꽤 곤란을 겪게 될 겁니다. 그런 이유로, 망가만이 아니라 다른 아시아권 만화들, 한국이나 중국, 대만의 만화들에 점점 더 관심이 기울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제는 망가식의 표현법을 익힌 유럽만화가들의 출현도 서서히 표면화될 것입니다.
 
한상정- 극동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일이 유럽에서도 생기겠군요. 참, 소녀망가가 프랑스에서 여성팬들을 형성해냈나요?
페랑- 그렇습니다. 전통적으로 여성독자가 희귀한 영역에서 소조망가의 역할은 지적할 만하죠.
 
한상정- 소조망가를 남성들도 많이 읽는다고 하던데 실지로 그런가요?
페랑- 그렇습니다. 사실 여성의 심리를 알기위해 아주 좋은 소재이니까요^^. 남성에게 있어서 여성이야 말로 언제나 미스테리 아니겠습니까? 소조망가가 가지는 섬세함이 분명히 존재하죠. 그리고, 어린 시절에 망가를 읽으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독자들을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성인용 만화가 중요하죠. 지로 타니구치의 망가가 독자들을 끄는 이유는 그런 거라고 봅니다.
 
한상정- 그렇죠. 저도 그 작품이 굉장히 좋더라구요. 또 어떤 현상들이 발생하게 될까요?
페랑- 아마 쟝르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까요? 애니 매트릭스만이 아니라, 만화로 된 매트릭스나, 또는 아시아권 영화를 만화로 만든 작품들도 등장할 거로 보입니다. 실지로 얼마 전에 중국의 용호장룡을 만화화한 작품이 소개 되었구요.
 
한상정- 이런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군요. 장시간 감사드리구요, 한국만화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페랑- 좋은 작품이 있다면 제게도 보여 주십시요.
 
한상정- 물론입니다. 독자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페랑- 물론입니다만...음...진지하게 찍어야 하는거죠? ^^
 
한상정- 혹시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페랑- 아, 좋은 한국만화를 프랑스의 독자들과 함께 즐겨읽을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상정- ^^ 그럼, 이만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악수...)

필진이미지

한상정

만화평론가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