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소개하는
"오늘은 마요일"은 허영만이 1995년에 발표한 만화로 샐러리맨들의 삶에 경마라는 소재를 결합시킨 이색적인 만화라 할 수 있다. "미스터Q", "세일즈맨", "아스팔트 사나이" 등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한 허영만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허영만의 만화는 소재를 다루는 전문성에 있어서 일본만화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직장인’의 생활을 만화로 표현하는데 있어 그들만의 희노애락을 절묘하게 캐치하여 삶의 밑바닥에 흐르는 한국적인 정서까지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해마제과 기획실에 근무하는 이태모 대리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느낌의 샐러리맨이다. 회사에서는 후배보다도 진급이 늦은 만년대리 이태모지만 ‘이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귀한 대우를 받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주말마다 가는 경마장이다. 경마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중독성 높은 도박이기도 하다. 추종자들에게 ‘이박사’라 불릴 만큼 말을 고르는 뛰어난 안목과 넓은 식견으로 우승 예상마를 90 이상의 확률로 적중시키는 그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로 고액으로 베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마를 도박으로 대하지 않고 가볍게 즐기는 취미로 대하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 스스로 생각하는 이태모 대리는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경마장에서처럼 일관된 삶의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자신의 옛사랑 오숙경과 마주친 이태모 대리는 반가운 마음에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체를 하지만 이태모 대리를 알아본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도망친다. 며칠 후 평상시의 주말과 다름없이 경마를 즐기던 이태모 대리는 추종자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부담스러워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다 남편의 지갑을 빼앗아 도망치던 오숙경과 부딪힌다. 오숙경은 남편에게 월세 얻을 돈마저 날릴 수 없다며 결사 항전하지만 오숙경의 남편은 폭력까지 행사하며 막무가내다.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보였다는 자괴감에 눈물을 모이며 남편을 말리러 뛰어가는 오숙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태모는 마권을 파는 곳에서 여전히 옥신각신 하고 있는 오숙경의 남편에게 ‘가지고 있는 돈을 3-5에 모두 걸어라, 만약 안들어오면 물어주겠다, 대신 마권은 부인에게 줘라’라고 제안한다.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이기에 이태모의 말을 따른 오숙경의 남편은 257배의 배당금을 벌게 된다. 며칠 후 회사로 찾아온 오숙경은 그 동안 남편이 잃은 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뻔뻔한 부탁을 하고 첫사랑의 추억마저 씁쓸하게 잃어버린 이태모는 울적한 마음에 혼자 소주를 마신다.
"오늘은 마요일"의 연출법은 매 에피소드마다 경마와 관련된 하나의 소재를 직장생활에서 벌어질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하여 "경마장에서 삶의 사소한 진리 하나를 발견한다"는 밝고 긍정적인 결론을 내는 연출법을 쓰는데 이러한 ‘전문적인 소재의 드라마화"는 현재 동아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식객’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는 허영만 식 연출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출법의 장점은 독자들에게 정보와 정서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 연출법을 통해 작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만 치우치거나 정서를 강조하는 것에만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치우치면 만화는 ‘재미’를 상실하고 정서를 강조하는 것에 치우치면 만화의 ‘무게’를 상실하기 때문에 단행본 54만부의 판매실적을 올린 ‘식객’의 성공은 바로 이 중도의 균형을 절묘하게 유지했다는 데 있다.
[기본 정보] 책제목 : 오늘은 마요일 작가 : 허영만_글/그림 출판사 : 세주문화사, 총5권(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