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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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그의 디켄팅은 섬세하고도 대범했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했다.” 소믈리에 수업중인 시노하라 미야비는 근무처인 프랑스 식당에 찾아온 맥주회사 영업사원 칸자키 시즈쿠와 만난다. 그의 곡예처럼 대담하고 화려한 디켄팅은 아직 견고하고 마시기가 불편한 DRC ‘리쉬부...

2006-12-31 장헌길
“그의 디켄팅은 섬세하고도 대범했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했다.” 소믈리에 수업중인 시노하라 미야비는 근무처인 프랑스 식당에 찾아온 맥주회사 영업사원 칸자키 시즈쿠와 만난다. 그의 곡예처럼 대담하고 화려한 디켄팅은 아직 견고하고 마시기가 불편한 DRC ‘리쉬부르’를 한순간에 꽃피웠다. 그 다음날, 시즈쿠에게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아버지 칸자키 유타카의 갑작스런 부고가 날아든다. 그리고 “신의 물방울”이라고 쓰여진 유언장을 키리유 료코 변호사로부터 넘겨받는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칸자키 유타카가 고른 12병의 위대한 와인과 그 정점에 서있는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환상의 1병을 찾아라. 와인에 대한 힌트는 유언장 안에 칸자키 유타카가 직접 써놓은 와인의 맛을 묘사한 글로 쓰여 있다. 칸자키 유타카가 죽기 1주일 전 양자로 입적시킨 촉망받는 젊은 와인 평론가 토미네 잇세와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와인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으나 와인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칸자키 시즈쿠는 이 미션을 수행하여 승자가 되어야만 아버지가 남긴 유산, 위대한 와인 컬렉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와인이란 원래 가볍게 마개를 퐁, 따서 친구와 맛있는 밥을 먹으며 즐기는 거라구” 난 사실 이 만화가 무척이나 맘에 들지 않는다. 음식을 소재로 한 여타의 수많은 만화들에서 보여 지는 장황하고 과장되게 맛을 표현하는 방법 자체가 와인으로 옮겨지면서 더더욱 황당할 정도로 전혀 이해되지 않는 고상한 말들로 와인의 맛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술은 좋아해도 와인에는 무지한 본인의 탓이겠지만 어차피 음료수 또는 포도주의 일종이라고 생각되는 와인이라는 것이 과연 이 만화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맛을 보는 자를 천상의 세계에 데려다줄만한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기 때문이다. “와인이란 원래 가볍게 마개를 퐁, 따서 친구와 맛있는 밥을 먹으며 즐기는 거라구” 다만 시즈쿠가 찾아간 와인 바에서 마스터가 건넨 이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비록 와인에 대한 장황하고 거창한 설명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다른 부분, 즉 유구한 역사를 가진 와인의 깊이 있는 세계에 대한 설명부분은 아주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와인의 역사, 와인의 유래, 와인의 디자인, 와인의 빈티지, 와인의 디켄팅, 와인과 음식의 궁합, 와인의 시음법 등 와인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나로서는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모를 와인의 맛에 대한 찬양보다는 훨씬 깊이 있고 반갑게 다가왔다. 이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설명만은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만화의 강점은 와인이라는 까다롭고 방대한 소재를 대결이라는 형식을 통해 13개의 와인으로 압축하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중간에 전문지식을 끼워 넣음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작가의 구성과 연출에 있다고 하겠다. 특히 와인을 설명할 때 실물과 똑같이 사진처럼 그려낸 부분이라든가 어디에서 어떻게 구입하고 어떤 음식과 먹으면 아주 좋다는 식의 자상한 연출은 마치 잘 만들어진 재밌는 한 편의 학습만화를 보는 것처럼 초보자에게도 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대결 중간 중간에 와인과 관련된 재미있고 감동적인 사연들을 에피소드화 시킴으로서 작품의 재미를 높이고 등장인물들을 풍성하게 하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승부하여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