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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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영업 중

자신의 정체가 드러남에 흠칫할지도 모르는 이들이 있다. ‘지구에서 영업 중’인 외계인들, 바로 이시영의 <지구에서 영업 중> 속 인물들이 그러하다...

2006-10-01 김미진
 
‘지구에 온 목적이 뭐냐?’ 우리는 가끔 친구들끼리 우스개 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어느 누구도 외계인이 아닌 다음에야 그저 한번쯤 웃고 지나갈 만한 내용이지만 여기 이 말을 들으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남에 흠칫할지도 모르는 이들이 있다. ‘지구에서 영업 중’인 외계인들, 바로 이시영의 <지구에서 영업 중> 속 인물들이 그러하다.

그 시절 장래희망은 지구정복

<지구에서 영업중>표지 이미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여긴 이가 있으니 그 이름 린. 그의 모습을 보면 어쩐지 우리들의 어린 시절과도 묘한 겹침을 이룬다. 골목길에서 뛰어놀다 넘어져서 다친 무릎 위로 솟아난 빨간 피를 들여다보며 명확히 지구인이었음을 확인했던 우리들에게 린의 생각은 그야말로 과대망상이겠지만 사실 린은 진짜 외계인이었던 것. 그는 지구에 꿈과 희망을 널리 전파시킨다는 임무를 지니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Man To Man 사무실을 운영하며 진, 타오 등과 함께 좌충우돌 지구 영업일지를 적어나간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인간들만 볼 수 있다’는 M-T-M의 설정 역시 왠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속의 도덕률을 생각나게 하는 요소다.

생각해보건대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 지구에서 영업 중인 ‘M-T-M’사무소를 만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슨 소원을 빌까?’ 지겹도록 고민만 하다가 어른들 말씀에 따라 ‘철’이 들어버렸고, 그러다가 순수한 마음이 사라짐과 동시에 더 이상 M-T-M을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자라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라는 당신의 꿈이 현실에서 서서히 멀어진 것처럼 말이다. 만일 순수한 마음만 지키고 있었더라면 ‘지구정복’의 꿈도 린과 진 그리고 타오의 도움을 받아 과대망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열려있다

<지구에서 영업 중>중 한장면
작품은 등장인물의 성별을 애써 구분 짓지는 않는다. 타오가 린을 좋아하든, 린이 진에 대해 어쩔 줄 몰라 하든 상관없다. 게다가 타오가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허무맹랑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허락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남성 혹은 여성처럼 자신이 부여받은 태생적인 한계에 막혀있지 않고 스스럼없이 생활해나간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주인’이라는 컨셉은 이들을 자유분방하게 하는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흡연여성에 대해 여전히 중요한 포인트는 ‘해로운 담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담배 피는 이가 ‘여성’이라는 사실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우리의 방식을 상기해 본다면 ‘우주인’은 선입견을 피해갈 수 있는 적절한 아이디어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좀 더 마음을 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구에서 영업 중? 사실 제목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 영업직 사원의 애환을 담은 직장인 이야기 정도로 여겨진다. 혹은 지구라는 거대한 유통바구니 안에서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풍자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상상의 한계가 거기까지인 이유가 지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면 우리는 좀 더 넓은 세계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어쩌면 친절한 우주인이 착한 당신의 모습에 반해 오늘밤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줄지도 모른다.

- 기본 정보 -
책 제목 : 지구에서 영업중
작 가 : 글그림 카테가와 이시영
출 판 사: 대원씨아이(주), 총 10권(완결)+1권(외전:지구에서 영업중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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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vol. 44호
글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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