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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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트 베의 네 학자들

다비드 베라고 하면 이젠 왠만큼 만화를 읽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사람이다 . 1986 년경부터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고 , 그 중 ≪ 빌어먹을 우표 (Le Timbre maudit) ≫ 가 그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된 작품이 된다 . 이 시기 다른 작품들은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다 . 이후 독립만화 작가들의 움직임에 커다란 활동의 폭을 넓혀주게 되며 , 젊은 작가들의 진출을 활발하게 만들어 주게 될 , ≪ 라소시아시옹 (l Association) ≫ 이라는 작가들만의 출판사를 , 1990 년 , 므뉘 (Jean-Christophe Menu), 스타니스라스 (Stanislas), 콩튀르 (M

2005-11-01 한상정


<해외통신-프랑스>

다비드 베라고 하면 이젠 왠만큼 만화를 읽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사람이다 . 1986 년경부터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고 , 그 중 ≪ 빌어먹을 우표 (Le Timbre maudit) ≫ 가 그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된 작품이 된다 . 이 시기 다른 작품들은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다 . 이후 독립만화 작가들의 움직임에 커다란 활동의 폭을 넓혀주게 되며 , 젊은 작가들의 진출을 활발하게 만들어 주게 될 , ≪ 라소시아시옹 (l Association) ≫ 이라는 작가들만의 출판사를 , 1990 년 , 므뉘 (Jean-Christophe Menu), 스타니스라스 (Stanislas), 콩튀르 (Mattt Konture), 키로퍼 (Killoffer), 트롱하임 (Lewis Trondheim) 과 더불어 세웠다 . 거기에서 1992 년 ≪ 창백한 말 (Cheval Bl e me) ≫ 이라는 그의 몽상적 세계를 그려낸다 . 1993 년부터 94 년까지 ≪ 코르넬리우스 (Corn e lius) ≫ 출판사에서 ≪ 노란 난쟁이 (Le nain jeune) ≫ 가 발표되었다 .

그의 작품세계를 확실히 과시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 1996 년 말부터 라소시아이송에서 출간되어 현재 6 권까지 발간된 , ≪ 간질병의 승천 (L Ascension du Haut Mal) ≫ 이다 . 간질병에 걸린 자신의 형과 형을 둘러싼 가족의 내면적 , 외면적인 상황을 , ≪ 끊임없이 그려내고 이야길 하지 않으면 나 역시 이 병에 걸릴 것만 같았 ≫ 기 때문인지 몰라도 , 작가가 어린 나이 시절에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묘사된다 . 이 병이 작가 스스로에게도 덮쳐오는 공포와 절망 , 주변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피해들 , 병을 낫게 하기 위한 모든 서양 의학이나 동양 의학을 초월한 노력들이 그려져 있다 . 이 작품은 , 한 편으론 그다지 길지 않은 자서전적인 만화의 역사에 발을 정확히 담그면서도 이 작가의 그림체와 이야기의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다 . 번역이 되어 마땅하며 , 아마도 곧 번역출판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풍부한 정보 덕분에 , 이번에 우리가 볼 작품은 , 이 작품을 살짝 엇나간 , 바로 이 작품이 출간되기 전에 발표된 작품인 , 코르넬리우스 출판사에서 1996 년 초부터 출간된 < 네 학자들 > 이다 .

다비드 베는 < 간질병의 승천 > 을 발표하는 와중에도 여러 컬러화된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 2001 년에 드퓌 (Dupuis) 출판사에서 출판된 컬러버전의 ≪ 페허를 읽기 (La lecture de la ruine) ≫ 는 앙굴렘 국제 만화페스티벌에서 그 해 최고의 작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

자 , 뭐 이 정도면 이 작가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으론 충분하다 . 관습대로 , 먼저 작품을 읽고 , 보자 . 우리는 1 권의 6-9 페이지와 , 3 권의 76-77 페이지를 보기로 하겠다 . 일단 1 권의 페이지가 시작하기 전 : 배가 불뚝 나온 ≪ 몽티뵈프 ≫ 박사가 ≪ 욕스 교수 ( 일자 수염 ) ≫ 와 ≪ 네앙 - 페르튀스 ( 팔자 수염 ) ≫ 박사를 방문하면서 , 이 두 사람이 욕스의 꿈을 해석 , ≪ 진리란 우리 각자의 내장 속에 있다 ≫ 는 전제를 펼치는 것을 듣는다 .


1. 내장의 선회들은 뇌의 선회들과 더불어 정말 매혹적이야.
2. 내장들이야말로 아랫 부분의 뇌라고 할 수 있지.
3. 나는 배와 더불어서 사유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몰랐는 걸.
4. 배를 사용 안 한다구?
세상에 , 그렇다면 창조 , 상상력 , 사색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반을 잃는 거야
5.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지 ? 그럼 그걸 소화시켜봐.
6. 그걸 이중적으로 소용돌이치게 하는 거지.
7. 각 소화는 여행이며 , 모험이라구 !
8. 자, 와서 봐.



1. 그들이 방을 떠났다 . 내려가자 ! ( 내장머리를 한 악마가 보낸 등불전사들 ... 나중에 나옴 )
2.
- 이 혼란스러운 미로의 자취는 ( 방의 난장판을 이야기함 ) 소화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지.
- 우리는 지금 위장 속에 있어 , 이제 소장 쪽으로 가자구.
- 아 , 이건 내 길들여진 베게야 . 그는 아주 착해.
- 롱 롱 ( 베게가 내는 소리 .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는게 당연함 )
- 그럼 여긴 뭐야 ?
- 췌장이지 !
- 결국 , 장들은 생각하고 , 꿈꾸며 , 말한다는 거야.
- 내가 배의 언어들을 해독할 수 있는 내 기계를 보여주지.
- 이런 무의미한 것들이 대체 뭐를 말할 수 있다는 거야 ?
( 꾸르륵 , 꾸르륵 ... 하고 배에서 소리가 나고 있음 )
- 네 배가 네 뇌보다 덜 바보같다는 거지 . 최소한 네 배는 내가 옳다는 걸 알고 있거든 .
그의 동의하는 소리들을 들어보라구 .



1. 내 배는 무엇보다도 , 송아지 머리고기 요리를 먹었으면 좋겠다는걸 잘 알고 있지. ( 꾸르르 ....)
2. 꾸르르 ...
3. 내가 네 배에다가 닥치라고 했어. 자 , 가자.
4. - 어떻게 너는 내 배에다가 그런 경망스러운 투로 말할 수 있냐 ?!
- 자 , 바로 이게 내 기계야 !
5. 내가 이 테이프에다가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녹음했지.
6. 빈도를 맞춰야만 돼 !



1. ... 자동차의 운전수인 , 돼지 한 마리가 엄청 큰 건물 앞에서 멈춰 선다 . 나는 마치 그림자처럼
커져서 창문으로 들어간다.
2. -... 그 무엇도 나를 보지 못한다 . 사막의 요정은 소고기 부족을 받는다 . 그들은 요정앞에서
내가 ... 을 하는 동안 경의를 표하고 있다.
- 뭐 완전히 동화구만 !
3. 그건 정말 그것들 중 하나에 불과해 . 배들은 이야기하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 . 그게 바로 그들의 표현 방법이야 !
4. ( 등불 전사들이 내려오고 있다 )
5. - 꿈들을 기록해놨어 ?
6. 아니 , 뇌의 꿈을 기록했다는 거야 ? 아니면 배의 꿈을 기록했다는 거야 ?
- 음 ... 배의 꿈은 아니지 ...
- 물론 다 기억하지
7. - 우리는 배와 뇌의 모든 꿈들을 모으는 사무실을 차린 거라고 !
- 바로 이게 정신분석학의 가장 커다란 문제야 . 왜냐하면 프로이드는 배의 꿈들을 완전히
잊어버렸거든 !

그리고 , 이 셋은 , 내장을 탐사하기 위해 먼저 떠났다가 실종된 ≪ 그랑 아 ≫ 가 내장머리를 한 악마에게 붙잡힌 것을 알아내고 , 그를 찾아내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 갖은 모험을 거쳐 , 낙원에 도착한 이 네 의 학자와 그랑 아의 여자친구는 지식의 나무와 낙원의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 드디어 내장머리 악마의 군단과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 .



1. 우리는 이 내장머리 악마로부터 낙원을 지켜야만 해요 !
2. 호랑이는 이빨과 발톱을 무기로 우리에게 빌려주고 , 개미핥기도 발톱을 ...



1. 그들이 도착했다 !
2. 준비됐느냐 ? ( 지식의 나무 왈 )
그리고 , 이 결전의 결과는 시시하게 이 4 명의 학자들이 악마를 물리치고 의기양양하게 현실의 세계로 귀환 ...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 하지만 , 끝을 미리 알려주는 예의 바르지 못한 짓을 저지를 수가 없어 , 그냥 침묵 . 여하간 , 끝을 알지 못해도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 뭐 , 그냥 아주 기발하고 재미있게 끝난다 . 시작처럼 . 아마도 ≪ 혼자 살아남은 네앙 - 플뤼보스는 .... 배게와 함께 ... 무슨 현명한 잼을 만든대나 ... ≫ 정도로만 해두자 .

여하간 , 이러한 것이 다비드 베의 일반적인 세계이다 .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그의 이집트 벽화 같은 평면화된 그림체 , 흑백의 강렬함과 더불어 힘찬 선이 자아내는 매력 , 이파리 하나하나를 긋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배경들 , 큼지막하고 거의 규칙적인 사각형의 칸들 사이에서 예외적으로 몇 번씩 튀어나오는 불규칙한 칸들이 그의 작품들의 시각적 특징이다 . 이러한 시각적 특성들은 ≪ 간질별의 승천 ≫ 에서 그 정점에 달하게 되는데 , 우리가 3 권의 77 페이지 2 번째 칸에서 본 이러한 환상적 세계의 병정들은 , 그의 < 간질병의 승천 > 에서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 이러한 그의 그래픽적인 특성은 , 그가 한껏 만들어내는 꿈과 환상 , 상상력과 더불어 독자들을 그만의 특이한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 그의 작품에서 죽음이나 , 전설 , 신화 , 꿈 , 악몽은 함께 존재하며 그들은 손쉽게 우리의 일상을 파헤칠 수 있는 것들이다 . 아마도 가장 간단한 방법은 , 잠시 그의 작품의 한 칸을 맘껏 머리 속에서 확대시키면 일어날지도 모른다 . 어찌 보면 결국 그는 , 밤의 몽환적인 냄새에 훨씬 민감하며 , 그것을 우리에게 쉽게 전염시킬 수 있기도 하다 . 그와 함께 , 꿈의 장막 속으로의 여행은 즐거우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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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정

만화평론가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