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더좀비> :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당신이 갑작스런 사고로 한 장소에 갇혀 몇 년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밖에서 구조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명재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중인 <위아더 좀비>는 갑자기 나타난 좀비들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군인들로 인해 봉쇄된 가상의 공간, ‘서울타워’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다.
존재할 수 없었던 존재하는 사람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망을 생리적 욕구, 안전, 소속감과 애정, 자존심, 자아실현의 5단계로 구분하고 이를 피라미드 모양으로 정리해놓았다.
사흘을 굶은 사람에게 명예를 지키라고 하면 어떨까? 일주일을, 열흘을 굶었다면?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면 어떨까? 생리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인간에게 안전, 소속감, 자존심 같은 것들은 생각할 수조차 없고, 다음 단계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매슬로는 이를 결핍 욕구라고 칭했다.
<위아더 좀비>의 등장인물들은 좀비사태를 겪고 타워에 갇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군대에서 탈영한 의대생, 비싼 외제차에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 동생을 괴롭힌 사람을 때려죽인 살인자 등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들 또한 처음에는 배고픔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것들이 채워진 이후에는 타워에 갇히기 전에 자신들의 삶과 타워 밖을 나간 후 살아갈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좀비물이 흔히 소재로 삼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
<위아더 좀비>가 다른 좀비물과 달라지는 지점이 여기서 나타난다. 좀비 사태가 진압되고, 서울타워를 둘러싼 군인들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고서도 이들은 서울타워를 택한다. 적극적인 탈출을 시도하기보다는 오히려 타워 안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참작의 여지가 있다곤 해도 살인을 제외하곤 ‘안전한 바깥’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의 사연은 독자들을 갸웃거리게 만든다. 좀비가 드글거리는 서울타워가, 그들이 평생을 보내온 사회보다 안정감을 준단 말인가?
앞서 언급한 매슬로는 결핍이 어느정도 충족되면,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나’를 생각하고, 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매슬로는 이것을 ‘존재 욕구’라고 불렀는데, 생존과 안전이 보장된 인간이 자아실현의 욕구를 느끼게 되며, 이 존재 욕구는 생존과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강한 욕구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좀비가 가득한 세상이, 인간이 가득한 세상보다 낫다
아이러니하다. 작품 속 서울타워 안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좀비가 우글거리는 곳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살아간다. 생존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초반 타워 생활이 지나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 안전한 구역을 확보한 다음, 임무의 분배와 함께하는 의사결정을 통해 자아실현의 방법을 찾아나간다. ‘타워 밖의 삶’을 막연하게 계획하고는 있지만, 모두 지금 당장, 오늘 당장 나가자는 말을 입밖에 꺼내지는 않는다.
주인공 인종은 타워 안에 갇히기 전, 인생을 열심히 살거나,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거나, 열정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타워 안에서 인종은 의도치 않게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단순한 생존을 넘어, 그 이상의 것들을 하게 된다.
최근 인기작의 흐름이 “최강이 된 나”, “아싸였지만 인싸가 되는 나”를 조명한다면, <위아더 좀비>는 “최약체에 아싸지만 아싸로 살아가는 나”를 조명한다. 매 순간 고민하고,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린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인종이 고등학교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말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우리는 살아갈만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가? <위아더 좀비>가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