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웹툰/아홉수 우리들/수박양
<아홉수 우리들> : ‘리셋’을 마주하는 우리들의 자세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아홉수 우리들>은 보통의 우리들의 삶을 조명한다. 주인공 세 명의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이름이 같아서 친해졌지만 각자 성격도, 매력도, 처한 상황도 다르다. 열정 페이와 갑질을 강요당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결혼을 생각했던 남자친구와의 이별에 급작스러운 사직을 겪는 봉우리. 언제나 아들이 우선인 엄마가 우선인 딸이자 상처받아도 웃어 넘겨야만 하는 서비스업의 비애를 겪는 차우리.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뜻 한번 말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김우리.
사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스물 아홉살이지만 인생의 고비에서 어떻게든 버텨 보려는 ‘우리’들의 삶은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웹툰 속 ‘우리’들의 하루와 ‘우리들’의 하루는 꽤나 닮았다. ‘우리’들이 겪는 상황은 직접 겪어 봤거나 혹은 주변에서 견디고 있는 일상이다. 아홉수에 다다른 ‘우리’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지금의 삶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인가.
새로운 시작이 어제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홉수 우리들>의 중요한 포인트는 ‘새로운 출발’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오히려 변화는 이전에 누리던 삶보다 더 못한 환경을 선사하기도 한다. 집에서 모범생을 강요받던 우리는 풍족한 환경을 포기하며 생전 하지도 않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출까지 감행한다. ‘우리’가 이러한 선택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소중한 친구들이지만 미묘하게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 어떻게 살아야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좋아하는 일을 이제야 찾았지만 지속적으로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출처] 네이버웹툰/아홉수 우리들/수박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새로운 시작을 감행한다. 봉우리는 새로 직장을 구하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전공인 그림을 그리고, 인스타에 웹툰을 올리며 변화를 감행한다. 차우리는 가족에게 얽혀 힘들었던 현실을 마주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접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김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베이킹을 하고, 상처를 마주한다. ‘우리’의 새로운 시작은 가장 가까운 데서 시작된다. ‘나’를 다시 반추하며 인생의 갈림길에서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주변 환경으로 인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었던 것들을 포기하던 ‘우리’들이 ‘나’를 제대로 마주하면서 새로운 날들을 기대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삶은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기에, 새로운 시작이 언제나 성공과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봉우리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지만, 이전의 연애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김우리는 원하는 베이킹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며 버스에서 공황상태를 겪고, 차우리는 자신의 인생의 짐인 엄마와 동생을 차마 저버리지 못한다. 새롭게 시작했다고 해서 어제와 완벽하게 다른 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아홉수 우리들>에서는 세심하게 짚어낸다. 나의 새로운 시작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시 넘어지고 아파하고, 과거에 얽매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은 조금씩 성장해 간다. 온전한 ‘나’를 알아내려고 하고, ‘나’로 살아 보려고 하는 것이다. 더디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을 바라보며 우리들은 ‘우리’들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들은 ‘우리들’과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웹툰 속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오히려 ‘나’를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들을 위로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완전한 리셋도, 완벽한 새로움도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아홉수 우리들>은 ‘나’, ‘내 인생’을 사랑해야만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고 다시금 말한다. 아홉수라는 위기는 결국 ‘나’를 마주하고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