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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탑> : 인생의 탑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신의 탑>/SIU/네이버웹툰

2022-08-04 최기현

<신의 탑> : 인생의 탑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출처] 네이버웹툰/신의 탑/SIU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어렸을 때 많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훌륭한 사람을 이해하기에 너무 막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른들이 말한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은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는 목표는 중·고등학교 시절 소위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좁혀진다. 누군가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들어갈 수 없다. 모두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없기 때문에 옆에 있는 친구는 친구인 동시에 경쟁자가 된다. 치열하게 공부한 끝에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도 끝이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경쟁한다. 취업 역시 최종 결승점이 아니다. 입사해서 승진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 사이 가족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몸도 마음도 지쳐 버린다. 인생이라는 탑의 꼭대기에 좋은 것이 있을 것이라 소망하고 노력하지만 이내 만신창이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후회한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말한 훌륭한 사람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출처] 네이버웹툰/신의 탑/SIU

 

웹툰 <신의 탑> 탑 꼭대기에는 모든 것이 있다. 돈과 재물, 명예와 긍지, 권력과 힘, 복수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어떤 것, 무엇을 원하든 그것은 탑 위에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싶은 이들은 탑을 올라간다. 탑은 올라가기에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주인공 스물다섯 번째 밤(이하 밤)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라헬을 찾기 위해 탑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밤에게 라헬은 별과 같이 소중한 존재였고 살아가는 이유였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탑을 올라가는 다른 이들과 달리 밤이 탑을 올라가는 이유는 라헬을 찾기 위해서다. 물론 그것이 밤의 욕망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라헬만 찾는다면 밤은 탑을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아도 좋다.

탑을 오르는 사람들은 서로 경쟁자이다.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겨야 한다. 경쟁에서 지면 탑을 올라갈 수 없다. 그렇기에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료가 되고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된다. 배신과 계략이 난무한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사람들은 탑을 오르기 위한 꿈을 꾸지만 어느 순간 멈춰야 할 현실을 맞이한다. 그 멈추는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길 바랄 수밖에 없다. 꿈과 현실의 괴리를 온몸으로 체감할 때 인간은 좌절한다.

[출처] 네이버웹툰/신의 탑/SIU

 

처음으로 만나 친해진 사람들, 소중한 친구들, 저에게 소중한 건 모두......이렇게 소중한 것을 모두 밟고 올라가면 이 위에 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죠? (중략) 꼭 싸워야 한다면 제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울래요.”

탑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밤이 빛난 이유는 사람들이 탑에 들어오기 전에 빼앗긴 것을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탑에 들어온 자들은 그저 탑을 오르기 위해 다른 소중한 것들을 버린다. 대부분 탑에 오르기 위해 상대방을 짓밟고, 속이고, 이기기 위해 혈안이다. 그러나 밤은 다른 사람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 함께 탑을 오르기 위한 동료로 생각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밤 스스로가 외로운 것은 질색이라 다른 사람이 혼자가 되는 것도 가만두지 못한다. 자신에게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동료와 함께한다는 가치가 밤에게 우선이다. 밤의 순수한 마음은 무모할 정도로 이상적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순수한 마음은 밤 한 사람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동료들에게 전해진다. 밤에게 매료된 동료들은 밤이 그것을 빼앗기기를 원치 않기에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탑을 오른다. 사실 밤을 시기한 사람들도 밤의 재능이나 힘이 아니라 밤이 그 힘으로 지키고자 하는 소중한 가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의 탑을 오른다. 어렸을 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면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며, 취업과 승진을 위해, 탑의 다음 층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탑을 오르면서 다른 소중한 것들을 버린다면 우리는 어느 순간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신의 탑>은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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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며 퇴근 후에 만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 공연, 전시를 관람하는 것과 만화 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글로는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들>(2022 대한민국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