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이머> : 참신했지만, 조금은 아쉬운
[출처] 네이버웹툰/더 게이머/성상영&상아
〈더 게이머〉는 한 소년이 게임 속 캐릭터들처럼 현실에서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추가할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함에 따라 겪게 되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담았다. 2013년 첫 화를 시작으로 2022년 7월 현재까지 바통을 넘겨주고 있으니 오랜 시간 장수하고 있는 웹툰이다.
[출처] 네이버웹툰/더 게이머/성상영&상아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레벨을 무한대로 올릴 수 있는 게임의 속성 때문이다. 실제로 주인공 한지한은 현실에서 소소한 것을 통해 레벨과 스킬을 올리기 시작하는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것들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덩달아 레벨과 스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독자들은 이러한 광경을 쳐다보면서 직접 게임하는 입장이 되어 ‘한지한’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무의식적으로 지켜보게 된다. 즉, 이 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는지, 더 나아가 습득한 스킬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는지에 대해 자신이 직접 다루고 있는 게임처럼 스크롤이나 손가락으로 웹툰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로 인해 오래도록 이 웹툰이 멈추지 않고 연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더 게이머〉 초반에 많은 독자들은 BEST 댓글을 통해 이러한 욕망을 드러냈다. 특히 군대에 다녀온 어느 한 독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군대 갔다 오면 렙 얼마나 오를까”(choi****), “군대를 갔다 오면 스킬 1. 갑빠 2. 헤드샷 3. 반사 신경 4. 구르기 5. 신속한 무기 교체 등등 ㅋㅋ”(tmd4****) 등의 반응이 그것이다.
[출처] 네이버웹툰/더 게이머/성상영&상아
독자들은 〈더 게이머〉의 주인공 ‘한지한’처럼 현실에서의 쓸모없는 행위가 유용한 것들로 채워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게임이 지니고 있는 ‘환상’을 대리 체험해 주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이곳의 현실은 결핍된 상태로 존재하지만,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 결핍은 더 이상 결핍이 아닌 가능성의 형태로 남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의 주인공 파시발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소망을 가상현실에서 채웠던 것처럼, 레벨을 올리는 게임 ‘웹툰’의 궁극적인 목적은 텅 빈 현실에서의 틈을 채우는 즐거운 행위일 테다. 웹툰 〈더 게이머〉는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많은 독자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평론가 입장에서 〈더 게이머〉에 대한 애정 있는 호평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틈을 채워 주는 행위가 다소 아쉬웠다. 단점 역시 게임 밖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자들은 레벨을 올리는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실행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게임 중에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도 있지만 어떤 게임은 금방 지루해져 더 이상 하기 싫어지기도 한다. 패턴이 똑같고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아이템과 캐릭터들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뀔 뿐, 큰 틀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게임의 목적이 무색해진다. 웹툰 〈더 게이머〉도 ‘한지한’이라는 캐릭터가 레벨을 올리는 것에만 힘을 쏟은 나머지 정작 작품에서 다뤄져야 하는 스토리는 흔들렸다. 영화로 따지자면 킬링타임용으로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으나, 이 작품을 보고 큰 여운이 남거나, 스크롤을 모두 내리고 난 후 문득 그리워지는 경험은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회차는 읽지도 않고 상승 레벨만을 확인하기 위해 스크롤을 빠르게 내린 적도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킬링타임용 이상의 의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 웹툰은 시대적인 공감도, 역사적인 교훈도, 뭉클한 삶과 죽음의 문제도 찾아볼 수 없다. 유사한 패턴 형식이 나열되거나 변용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가 장수하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것 역시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더 게이머〉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 ‘한지한’이 현실을 게임 속 캐릭터처럼 살아간다는 것이고, 이러한 내용이 ‘웹툰의 형식’으로 이행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것은 용기 있는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참신한 아이디어의 시작은 분명 기발했다. 시작이 우연일 수 있고, 재미일 수도 있지만, 참신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먼 훗날에 〈더 게이머〉를 다른 장르로 변용할 수도 있다. 그때는 이 웹툰이 새로운 방법으로 재수록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소재를 어떻게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인데, 이 부분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느슨해졌다.
실존적인 맥락에서 자신의 한계와 삶을 게임 소재로 그린 만화가 심대섭의 <투명한 남자>(2021), 게임에서 중요한 선택의 특징을 부각 시킨 섬뜩한 〈블랙미러〉 시리즈 <밴더스내치>(2018), VR 게임을 현실과 뒤섞은 〈스트라이킹 바이퍼스〉(2018)와 비교해 본다면 웹툰 〈더 게이머〉가 지향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더 게이머〉는 연재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지속해서 반응을 표시하며 이 웹툰을 응원한다. 아직 여정이 끝나지 않았으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웹툰도 만화도 영화도 문학도 다양한 장르가 있고 그 누구에게나 ‘결’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