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GOD!> : 시네마틱 유니버스 아니고, 갓(god) 유니버스
사실 갓(god) 대신 미씨컬(mythical) 내지는 미쏠로지컬(mythological)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확하겠지만, 여튼 2012년 대학만화 최강자전 수상작인 <OH, MY GOD!>은, 비유하자면, 현존하는 모든 신화를 총망라한, 일명 신화판 <어벤져스>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웹툰/OH, MY GOD!/강지영&현예지
- 왼쪽부터 각각 아레스, 오딘, 붓다, 제우스, 하데스, 헤라, 그리고 시바 -
작품의 배경은, 작중‘신’이라는 명칭으로밖에 언급되지 않는 사장을 필두로 각종 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신들이 주주로 있는 주식회사 ‘HeaveN’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며칠간 작업한 파일을 날려 버린 ‘신’은 홧김에 종말을 제안하고, 과반수의 찬성으로 종말을 논의하던 신들(혹은 주주들)의 앞에 우연히 한 인간 소녀가 등장한다. 과거‘신’에게 원한이 있던 제우스는 이에 인간 소녀를 이용하여 주식회사 ‘HeaveN’을 무너뜨리려 하지만, 이는 갓(god) 어벤져스의 활약으로 물거품이 되고, 신들(주주들)의 도움으로 인간 소녀는 무사히 인간 세계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OH, MY GOD!>는 인간을 경멸하는 악의 축(주식회사 올림푸스)에 대항하여, 하찮아 보이지만 본질은 선하고 곧은‘HeaveN’의 사장과 주주들이 한 인간 소녀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는 이야기이다.
[출처] 네이버웹툰/OH, MY GOD!/강지영&현예지
유니버스답게, 개성 강한 캐릭터를 조형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것이 <OH, MY GOD!>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들의 외모는 보기 좋은 것을 넘어 개별 신의 특성을 잘 반영하며, 이는 능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종교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반영하여 평화주의자로 설정된 붓다는 결정적인 순간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며 인간 소녀를 지켜 낸다. 파괴의 신인 시바와 지혜와 전쟁의 신인 오딘이 올림푸스에 침입하여, 마찬가지로 파괴의 신과 지혜와 전쟁의 신인 아테나와 아레스를 상대하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꼽는 백미는 역시, 단군이 (풍백이 변신한) 총으로 인간 소녀를 헤르메스에게서 구출해 내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모두가 모인 곳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이들 신이 지닌 속성은 매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재적소에 활용되며, 그리하여 개성 강한 신들은 줄곧 티격태격하면서도 최강의 합을 선보이며 우리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출처] 네이버웹툰/OH, MY GOD!/강지영&현예지
-왼쪽부터 각각 천사 가브리엘, 단군, 모세, 인간 소녀, 붓다, 시바, 그리고 오딘-
작품 외적으로는, 기독교, 불교, 힌두교, 그리스 신화, 북유럽 신화, 단군 신화 등 다양한 종교와 신화가 뒤섞여 있는 만큼 <OH, MY GOD!>은 친숙하기도 낯설기도 한 이들 신화와 설화와 종교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리스 신화야 현(現) 웹툰 세대에게 홍은영 작가의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로 익숙하다손 치더라도, 북유럽 신화나 힌두교와 같이 비교적 덜 다뤄져 온 종교나 신화의 주인공들에게 <OH, MY GOD!>은 분명 자신들을 알릴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개별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었듯, <OH, MY GOD!>를 계기로 특정 신화나 종교를 공부하게 된 독자도 있을 것 같다.
******
글을 마무리하며, <OH, MY GOD!>는 각종 신화/설화/종교를 소재로 한 경쾌하고 개성 넘치는 액션 코미디 웹툰이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세계관이니만큼, 일부 독자들이 기대보다 짧았던 분량에 아쉬워하며, 2013년 12월 13일 공식적으로 완결되었음에도 2022년 현재까지 만화를 그리워하고 뒷이야기를 희망할 정도이다. 어딘가 답답하고 지치는 하루를 보냈다면, 잠깐 짬을 내어 이 신들의 우당탕퉁탕 유니버스에 한번 빠져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