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 : 생과 사의 틈새
[출처] 네이버웹툰/올가미/해무리
두렵거나 혹은 매력적이거나
예나 지금이나 괴물은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다. 특히 뱀파이어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 엄청난 부, 불사의 몸.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까지. 특히 사람을 매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뱀파이어는 지금도 여전히 추앙받는다. 사람과 비슷하되, 사람이 아닌 존재는 ‘사람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동시에 경외하도록 만든다. 어쩌면 두렵기에 매력적일수도.
괴물과 인간의 사이
웹툰 <올가미>는 한 여자가 뱀파이어와 얽히며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한채아는 전과자이지만 착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욱하는 성격 탓에 성당에 같이 다니던 박윤수가 밤에 여자와 데이트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면서 관계는 복잡해진다. 박윤수가 뱀파이어였기 때문이다. 한채아가 전과자인 것을 알고 있던 박윤수는 자신의 식사를 위해 한채아에게 1주일에 한 번 모처로 사람을 데려올 것을 요구한다. 이후 박윤수는 여러 곤경에 처하여 한채아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점차 더 크고 복잡한 사건들에 함께 처한다. 여전히 3부 연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줄거리를 모두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채아와 박윤수의 관계를 살펴보면 <올가미>를 조금 더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웹툰/올가미/해무리
사실 <올가미>에서 뱀파이어는 완벽하게 괴물로 상정된다. 아름답고, 강하지만 ‘되고 싶지 않은 존재’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것이다. 윤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뱀파이어가 된다. 자신이 생각했던 뱀파이어는 전지전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키고자 했던 소중한 존재는 ‘괴물’이 될 수 없다고 거절한다. 결국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 꿈꾸었던 모든 것들은 신기루가 되어 버린다. 뱀파이어가 되고 난 후 윤수는 홀로 영원히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친구를 뱀파이어로 만들어주지만, 뱀파이어가 된 친구는 ‘인간성’을 버리지 못하며 자신의 죽음을 윤수에게 촉구한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시간이 흐르며 윤수가 깨달은 것은 시간을 견디는 방법이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남되, 뒤에서 잔인하게 삶을 이어간다. 죽음이 없는 영원한 시간 속에서 윤수에게 오직 재미와 자신의 안위만이 소중해지는 것이다. 웹툰 초반 한채아와 박윤수의 관계는 예외성에서 시작된다. 윤수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반응과 다른 식으로 행동하는 채아에게 잔인한 결정들을 촉구하는 것은 결국 채아를 단순한 ‘유희’ 거리이자 ‘사냥감’으로 인식하고 올가미를 채우는 행위일 뿐이다.
어쩌면 결핍
<올가미>는 끊임없이 결핍을 이야기한다. 뱀파이어지만 반쪽이기에 한계가 존재하는 뱀파이어들.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잔인한 실험을 감행하는 뱀파이어. 자신을 위한 실험으로 수많은 존재가 희생당하는 것을 알기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막지 못하는 뱀파이어. 완벽한 존재로 변모했음에도 죽음을 원하는 뱀파이어. 사랑을 받지 못했던 사람, 어긋난 방식의 사랑을 하는 사람까지. <올가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결핍으로 쫓고 쫓기며, 복잡한 관계를 형성한다.
[출처] 네이버웹툰/올가미/해무리
주인공 한채아와 박윤수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건들을 같이 겪었음에도 채아와 윤수는 서로를 믿지 못한다. 오히려 서로의 불신을 믿는다. 채아와 윤수의 기저에는 채울 수 없는 결핍이 존재한다. 따라서 둘은 서로를 의식하고 인식하게 된다.
채아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는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반작용이다. 가족에게서도 연인에게서도 완전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기에 채아는 온기를 갈급하는 동시에 거부한다. 윤수 또한 마찬가지다. 소중한 존재를 위해 뱀파이어가 되고, 친구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주지만 둘 모두 죽음으로써 뱀파이어를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윤수에게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거절당하는 것과 동일한 사건이다. 곁에 두고 싶던 이들이 사라진 후에 곁에 남은 유일한 존재인 그림을 지키는 이유는 오히려 자신의 결함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아와 윤수의 결핍은 인간-뱀파이어라는 종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둘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결손의 이유가 된다.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인정하고, 죽음의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돌아와 살리려 애쓰는 모습이 납득되는 이유는 결국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정확하게 목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채아와 윤수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끊임없이 사는 것과 죽는 것을 넘나들며 존재 자체의 의미를 의심하고 의식하게 만든다.
현재 시점으로 153화까지 연재된 <올가미>의 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올가미>가 완결까지 매력적으로 진행될 것을 믿을 뿐이다. <올가미>는 아직 우리의 목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