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 수저 계급론으로 만나는 불평등한 부의 편재
[출처] 네이버웹툰/금수저/HD3
웹툰 <금수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 왕자와 거지’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똑 닮은 왕자와 거지, 이 두 사람이 서로의 옷을 바꿔 입고 각자의 삶을 경험하고는 다시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익숙한 이야기.
그리고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툭 던진다.
‘거지는 정말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란 의미심장한 질문을.
웹툰 <금수저>는 현대판 왕자와 거지 이야기다. 왕자와 거지가 금수저와 흙수저로 표현될 뿐이다. 그런데 제목부터가 ‘금수저’라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수저 계급론’이 웹툰으로까지 만들어지는 현상이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빈부격차는 이미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개천에서 용 났다 는 말이 이제는 통용되기 힘들 만큼, 경제적인 차이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상태.
빈부격차로 인한 이 상대적 박탈감이 최고조로 심화된 결과가 바로 ‘ 수저 계급론’ 아닌가. 2015년경 우리 사회에 등장했다는 ‘수저 계급론’은 부모의 자산과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의 성공이 결정된다는 생각을 가리키는데, 이 수저 계급론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본 웹툰이 바로 <금수저>다.
[출처] 네이버웹툰/금수저/HD3
금수저로 부모를 바꾸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하기만 한, 만화가 아버지를 둔 승천은 부자 아빠를 둔 태용이 부럽기만 하다. 어느 날 우연히 부모를 바꿀 수 있는 신비한 금수저를 파는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에게서 단돈 3,000원을 주고 금수저를 사게 되는 승천.
초등학교 6학년인 자신과 동갑인 아이가 있는 집에서 이 금수저로 세 번만 밥을 먹으면 그 집의 부모가 승천의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거짓말 같은 금수저의 효력을 일단 믿어보기로 한다. 늘 가난에 쫓기며 사는 흙수저의 삶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간절한 까닭이다.
할머니는 금수저 효력에 관해 차근차근 설명을 해준다. 금수저를 사용하여 부모를 바꾸면 승천의 정신과 의식은 그대로지만, 주변 사람들이 승천을 바뀐 아이로 인식하게 된다고. 바뀐 아이 또한, 승천의 기억을 단편적으로 가진 채 승천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부모와 자신을 얻게 된다는 것도.
하지만 한번 바뀐 후에, 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금수저를 사용한 후 3개월, 3년, 30년 후에 할머니를 만난 곳으로 찾아오면, 각 시기마다 원래 부모에게 돌아갈 것인지, 변한 상태로 계속 살 것인지를 선택할 기회를 얻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웹툰/금수저/HD3
마침내 승천이 금수저 친구인 태용의 집에서 할머니에게 산 금수저를 이용해 밥을 세번 먹고 나자 부모가 바뀌는 신통방통한 일이 일어난다! 그렇게 소원하던 금수저로 살게 된 것이다. 그전의 가난했던 삶과는 다르게 하루하루 풍족하게 사는 삶에 승천은 완전 만족하지만, 어른이 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승천은 흥청망청 돈을 쓰며 이기적으로 자신을 탕진하기 시작하는데....
[출처] 네이버웹툰/금수저/HD3
불평등한 부의 편재를 발견하기
웹툰 <금수저>는 ‘ 과연 내가 승천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란 질문을 숙제로 남겨주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풍족하게 사는 대신에, 가족과 친구를 배신한 채 살 수 있을까? 금수저가 된 승천이 그토록 원했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함으로 전전긍긍한 것에 반해, 승천으로 바뀐 태용이 가난한 환경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만족해하는 모습은, 웹툰 <금수저>를 더욱 ‘선택’의 문제로 독자들을 이끄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적인 시선이 못내 아쉬웠다. 심도 깊게 수저 계급론의 문제를 성찰하기보다는, 수저 계급론이라는 소재를 차용하고서, ‘물질보다는 그래도 마음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공허한 관념론으로 쉽게 안주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돈이 없으면 불행해지기 쉬운 세상에, 우리는 분명 살고 있다. 그 사실을 정확히 직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연 돈이 왜 그토록 위력을 지닐 수밖에 없는지, 무엇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잘못되었는지, 또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작가가 전달하고 싶어 한 ‘물질보다 소중한 가치’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부의 편재, 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하나씩 발견해서 개선해나갈 때, 비로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