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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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밤> :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시작

<침묵의 밤>/한동우&Q-Ha/네이버웹툰

2023-03-16 박민지

<침묵의 밤> :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시작


[출처] 네이버웹툰/침묵의 밤/한동우&Q-Ha

 

게임IP기반 웹툰

스릴러 장르 웹툰은 연재 시 불리한 장르라고 생각된다. 2시간짜리 스릴러 영화를 매주 5분씩 나누어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연재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반 설정과 주변 인물이 잊히기 마련이고 독자의 집중력도 흐려진다. 그래서 구독 중인 스릴러 웹툰이 완결되면 다시 처음부터 정주행해야 온전히 감상한 기분이 든다. 지난 10월 한동우/ Q-Ha작가의 만화 <침묵의 밤>이 총 50화로 완결되었다. 서바이벌 슈팅 게임 <베틀그라운드BATTLEGROUNDS> 세계관에 기반한 웹툰 프로젝트의 하나로 형은/ 최윤열 작가의 만화 <100>, 신형욱/ 김선희 작가의 만화 <리트리츠>와 궤를 같이한다. 세 작품 모두 해당 게임의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으며 장르도 시대 배경도 달라 독자성을 갖췄다.

이미 알려진 세계관을 기반으로 웹툰을 만들면 다소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잔혹한 설정과 장면으로 승부수를 띄울까 싶었지만, 만화 <침묵의 밤>은 매회 예측할 수 없는 반전과 짜임새 있는 구성력에 중점을 둔 완성도 높은 이야기였다. 또한,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를 통해 학습된 미국의 도태된 마을에서 고군분투하는 생존기는 북미 코믹스를 연상케 하는 그림체 덕분에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납치되거나 민폐 캐릭터로 욕받이가 되기에 십상인 스릴러 장르 속 여성 캐릭터가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실을 파헤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된다.

[출처] 네이버웹툰/침묵의 밤/[출처] 네이버웹툰/침묵의 밤/한동우&Q-Ha

 

소설가의 딸

만화 <침묵의 밤>은 대학생 레아가 3년 만에 귀향하며 시작된다. 인구도 줄고 발전이 정체되었던 시골 마을은 무슨 이유인지 도로가 새로 깔리고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선다. 그러나 레아를 기다리는 건 자살한 아버지를 최초 발견한 목격자라는 잔인한 현실이다. 장례식에 참석한 이웃들은 어떤 까닭인지 레아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레아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레아를 이방인으로 정의하고 정리되길 바란다. 레아는 위화감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진실의 단서는 소설가인 아버지가 남긴 차기작 원고뿐. 레아는 아버지의 소설을 읽고 100명의 사람이 모여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살육전을 벌인다는 내용에 경악한다. 아버지의 글이 맞나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원고는 누군가에 의해 상당 부분 분실된 상태다. 누구의 소행일까? 아버지는 자살한 게 맞을까? 자살이 아니라면 누가 어떤 이유로 죽인 걸까? 남아있는 원고만이 유일한 단서인 상황, 레아는 지난 3년간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알아보기로 한다. 그러나 레아가 진실의 공백을 채워갈수록 마을 사람들에게 노골적으로 감시받고 위협당한다. 설상가상 마을에 발이 묶인 레아, 침묵의 밤이 깊어질수록 레아의 분노는 점점 끓어오른다.


개와 늑대의 시간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한 마을에서 보낸 레아에게 소꿉친구 조쉬, 아버지 친구 조나단, 캔디가게 주인 로버트 등 이웃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다. 그러나 조쉬는 깊은 밤 집 안으로 침입했고, 조나단은 마을 대표로 모종의 음모에 가담 중이며, 로버트는 살기를 품고 레아를 공격한다. 그리고 마을의 유일한 동양인이며 이방인인 장민철. 레아가 곤란에 빠지면 도움을 주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남자다. 과연 이들 중 누가 레아에게 손을 내밀고, 누가 손을 물어뜯을 것인가?

만화 <침묵의 밤>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이들의 목적과 정체를 밝히는 과정이 결말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마을 사람들을 움직이는 배후세력보다 눈앞에서 칼을 휘두르고 총구를 겨누는 사람이 훨씬 위협적이며 이들과의 관계성이 레아의 생존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군과 적군을 분간한 황혼은 저물었다. 적자생존과 승자독식만이 허용된 베틀그라운드, 베틀타운. 살인 병기가 된 이웃들에게 둘러싸인 레아는 무사히 여명을 맞이할 수 있을까?



 침묵의 밤(글 한동우/그림 Q-Ha) 보러가기


필진이미지

박민지

만화평론가
2021 만화평론공모전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