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이란, 일반 사람들에게 조금 생소한 분야를 전공했다. 학교에 다니며 ‘어떻게 하면 외국인이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지’,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의 올바른 한국어 구사 방법’에 관하여 늘 고민했다.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읽을 때 맞춤법 오류나 비문에 꽤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만화 <양아치의 스피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잘못된 언어 습관을 관찰하는 것이 만화를 읽는 내내 편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잘못된 언어 습관을 올바르게 바꾸려는 주인공에게 마음이 이입되기도 했다. 마치 필자가 주인공이 되어 언어 습관이 변화하는 것 같은 뿌듯함도 느꼈다.
만화 <양아치의 스피치>는 잘못된 언어 습관을 가진 남자 주인공 이솔과 올바른 언어 습관을 가진 여자 주인공 송이도가 함께 만들어 가는 언어 로맨스다. 솔은 말도 생각도 비속어, 유행어, 줄임말, 욕설, 밈(모방을 통해 전해지는 문화의 요소를 뜻하며 현재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모든 문화요소라는 의미로 쓰인다)으로 표현하는 훈남 남학생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수업만 하던 어느 날, 미술관 현장 학습에서 마주친 여학생 송이도에게 첫눈에 반한다. 마음속으로 ‘비대면 수업 쌉새끼~~!’를 외치며 이도와 친해질 방법을 고민하던 솔은 자신의 훈훈한 외모만을 믿고 무작정 이도에게 고백한다. 솔의 당돌한 고백에 이도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거는데 바로 ‘일주일 안에 솔이 밈, 유행어, 은어, 신조어, 비속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이도와 대화할 수 있으면 사귀겠다’였다. 정제된 말을 사용하기 어려운 솔과 정제되지 않은 말이 어색한 이도의 로맨스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양아치의 스피치>는 학생들이 쓰는 언어 습관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 만화 속 주인공 솔의 말에서 비속어, 줄임말, 밈을 빼면 대화가 불가능하다. 솔이 생각 속에서 말하는 ‘개쌉노잼!’, ‘개오지네’, ‘개꿀잼’, ‘야부리를 잘 털어야’, ‘ㅅㅂ!! 도랏네? 이쁘네? 와 ㅅㅂ!’는 요즘 학생들의 언어 습관을 보여준다. 독자는 주어진 일주일 동안 자신의 잘못된 언어 습관 고치려는, 특히 왜 말을 할 때 밈을 쓰면 안 되는지 의문을 솔과 함께 해소할 수 있다. 솔의 언어 습관을 바꿔나가는 것이 만화의 주요 서사이지만, 이 만화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소통’이다. 말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는 것은 비속어나 밈을 쓰지 않는 것을 넘어, 자신의 진심과 생각을 말에 담아 상대방에게 온전하게 전달하는 소통의 문제와 직결된다. 지금 우리에게 <양아치의 스피치>가 의미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 내 소통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솔과 이도 사이의 소통 갈등은 단지 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지만, 그 외연을 고등학교에서 사회 전체로 확장하면 이는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소통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구성원의 생각이 투영된 언어는 구성원 간 벽을 만든다. 세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이념 간의 갈등, 종교 간의 갈등 등은 일정 부분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솔과 이도가 시간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나와 다른 구성원, 우리와 다른 집단과 100% 완벽하게 소통할 수는 없겠지만 벽을 허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솔과 이도는 사랑의 감정을 매개로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고 그 결과 둘 사이에 존재한 견고한 벽이 허물어지면서 각각의 세계는 더욱 확장된다.
만화 <양아치의 스피치>를 읽고 올바른 언어 습관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두 권 있다. 먼저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맞춤법>(김남미, 나무의 철학)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한국어 체계의 핵심적인 내용과 원칙을 사례와 함께 풍성하게 실었다. <글쓰기 필수 비타민 50>(김상우, 페이퍼로드)도 읽어 볼 만하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글을 쓸 때 참고하기에 좋아 글쓰기 울렁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리뷰를 마치며 한편으로는 전공을 밝힌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아무리 여러 번 퇴고해도 글을 쓰다 보면 꼭 어디에선가 맞춤법이 틀린 문장이 나온다. 원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글을 읽다가 비문을 발견하더라도 그러려니 했으면 좋겠다.
|
너무 다른 말을 쓰는 그 남자, 그 여자의톡톡talktalk 튀는 하이스쿨 로맨스 코미디
“일주일 안에 네가 밈, 유행어, 신조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나랑 대화할 수 있다면 사귈게.”
말도 생각도 밈, 신조어, 비문으로 하는 온정 고등학교 2학년 1반 이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만 하던 어느 날, 미술관 현장 학습에서 마주친 2반 여학생 송이도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마음속으로 ‘비대면 수업 쌉새끼!’를 외치며 이도와 친해질 방법을 고민하던 솔은 자신의 훈훈한 외모를 믿고 냅다 고백! 솔의 고백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이도는 한 가지 제안을 하는데…
솔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이도와 사귈 수 있을까? 바른 말을 쓰기 힘든 이솔 × 정제되지 않은 말이 힘든 송이도. 너무 다른 말을 쓰는 남녀의 본격 ‘언어’ 로맨스 코미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