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money)
흔히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에서 주체는 ‘돈’이다. 돈이 모든 것을 갖는다. 바꾸어 말하면 돈이 없다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빌리고자 한다. 당장 학비가 없어서, 혹은 먹을 것이 없어서, 살 곳이 없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자 하지만 대출은 만만치 않다. 결국 막다른 길에 내몰린 사람들은 사채를 쓰고 만다. 하지만 결말은 언제나 비극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돈 자체가 문제였을까. 웹툰 <사냥개들>은 사채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기실 돈은 더럽지 않다. 작금의 사회에서 자신이 딛고 있는 모든 것들은 ‘돈’으로 이루어진 것 아닌가. 자본주의 사회(혹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사회를 이루는 모든 것의 필수적 조건이자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 이율배반적으로 돈은 삶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촉매제다. 돈이 없어 내몰리는 사람들은 돈 때문에 죽고, 돈 때문에 살게 된다. 돈은 삶을 지배하고 있다. 돈이 삶의 모든 기반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돈이 단순히 ‘돈’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돈이 돈으로만 통용되는 사회의 ‘정의’가 부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 돈(미친)
<사냥꾼들>은 돈에 미쳐서 모든 것을 저버리는 존재들을 조명한다. 무지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사람들, 가족을 저버리는 사람들, 심지어 목숨까지 걸도록 하는 사람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람들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인공 건우다. 건우는 엄마의 사채빚으로 인해 사건에 연루되고, 삶이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빚을 갚기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 했던 건우는 사채를 받는 일을 선택한다. 사채를 받아내면서 건우는 옳고 그름과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한다. 돈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돈에 얽혀 더러워지는 상황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의 선택으로 어머니를 잃고 난 후, 감옥에 수감된 후 건우는 변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것과 달리 피해를 보고 ‘행동’하지 않는 자들을 단순히 동정받아야 할 대상으로 포장하지 않는 것이다.
| 돈(done)
변태우 검사는 복수와 정의에서 갈피를 못 잡던 <사냥개들>의 서사에 긴장감을 형성하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정의에 관한 광기 어린 집착을 보여주며 건우와 우진이에게 사회의 정의를 묻는다. 정의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정의는 어디에서부터 실현되어야 하는가를 질문하도록 한다. 법과 정의가 동의어가 아님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법기관에서의 단죄가 죄의 무게만큼 무겁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수많은 시도들을 목도해왔다. 한때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두에 올랐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보편적 대답은 누구도 명확히 하지 못한다. 입맛대로 내뱉는 정의가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는 탓이다. <사냥개들>은 사채를 빌미로 시작된 복수극이자, 정의의 시작점과 종착점에 대한 또 다른 질문들을 던진다. 사실 <사냥개들>의 끝은 시원하지 않다. 건우의 복수와 옥살이가 최선의 결말이었겠지만 여전히 질문들은 흔적처럼 남아있다. 여전히 ‘사냥개들’이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사회의 단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