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멋진 말이지만, 실제로 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꽤 힘든 일이다. 그리고 오늘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콘텐츠를 통해서 이런 힘듦보다는 다소 뻔하더라도 시원한 즐거움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대개 ‘먼치킨류’ 판타지가 바로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준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위기에서도 마냥 고전하기보다는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태 공자, 노력 천재 되다>는 어떻게 보면 이러한 시대에 흔치 않은 작품이다. 시원시원한 전개보다는 차근차근 나아가면서 주인공의 성장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흔히 제일 재미없을 수 있는 주인공의 수련 부분이 이 작품에서는 거의 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괜히 제목에 ‘노력 천재’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 소년 만화 주인공의 정석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그랬던가. 이 작품의 주인공 ‘아이른’은 바로 옛 소년 만화의 정석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본래 나태 공자라 불리울 정도로 힘없이 살아가던 소년이 어느 날, 꿈속에서 이상한 남자를 보게 됨으로써 왠지 모르게 검 수련을 하기 시작했고, 그걸 계기로 점점 강해진다는 이야기. 거기에 왜인지 모르게 선하고, 내재 된 듯한 정의감. 우리는 한때, 그러한 주인공을 많이 봐왔다. 하지만 어느 새부터 정의보다는 돈을 따지고, 이게 악당인지 주인공인지 헷갈릴 정도의 만행을 벌이는 주인공들이 생겨나면서 너무 착한 캐릭터는 답답한 캐릭터란 이미지마저 생겼다. 그런데 아이른은 오늘날에 와서 보니 전형적인 고지식한 캐릭터가 개성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전형적이라는 게 모든 게 똑같다는 건 아니다. 아이른은 끊임없이 고뇌하고 자아성찰을 시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단순한 정의감보다는 끊임없는 고찰 속에서 그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좀 더 단단한 캐릭터로 구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좀 더 나아간 점이라 할만하다.
| 꼬지 않고, 정직한 캐릭터들
정석적이라 느껴지는 건 아이른과 함께 파티를 구성하게 되는 조연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일리아’라는 캐릭터는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히로인 포지션인데 검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고 솔직하지 못한 면이 있어. 주인공과 갈등하는 면모가 있다. ‘브랫’과 ‘주디스’ 또한 같이 검을 배우는 동료들인데 이 두 사람은 각각 파랑 머리와 빨강 머리를 함으로써 성격적으로 대비 효과도 주었으며, 귀족과 평민이라는 신분적인 차이도 두어 캐릭터성이 더 두드러지게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건 ‘브랫’이다. 아이른이 검을 배우겠다고 검술관에 들어섰을 때, 시작은 마치 아이른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질투하는 캐릭터로 쓰일 줄 알았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이른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함으로써 전형적인 캐릭터 설정의 단점을 역이용하여 작은 반전을 주기도 했다. 덕분에 ‘브랫’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발돋움을 할 수 있었고, 조연 캐릭터의 이러한 점이 강조됨에 따라 주인공 아이른과 일리아, 주디스 모두 대비가 되면서 각 캐릭터의 장점이 돋보이는 효과를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는 ‘요술’이라는 개념도 등장한다. ‘마법’이란 요소도 등장하지만, ‘요술’이 좀 더 주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인데 이 작품만의 차별적 요소이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롭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이 섞이니 주인공의 성장하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롭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