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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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매력이 중요해 <신혼일기>

캐릭터의 서사가 축적되고,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주인공에게 몰입되는 작품

2023-12-08 최윤석
모든 웹툰이 그렇듯, 자까 작가의 웹툰 <신혼일기>도 어느 날 갑자기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의미로 갑작스러웠다. 다름 아닌 ‘신혼’, 그러니까 결혼 소식을 동시에 가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 개인이 본인의 사생활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그래서 배신감을 느낄 이유도 없는데 묘한 기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배신감보다는 정말 순수한 놀라움이다. 그건 그동안 <대학일기>, <독립일기> 등을 통해 본인의 삶을 하나의 소재로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줬던 자까 작가라는 점이 컸다. 일상툰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독자들은 작가에게 좀 더 친근감을 가지기 쉽다. 흔히 말하는 내적 친밀감이다. 그래서 <신혼일기>의 첫 등장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 정보 자체가 임팩트가 있었다. 하다못해 중간에 <연애일기> 같은 작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임팩트가 있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듯 그럴 의무는 없다.
이러한 임팩트는 기이한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결제 충동이었다. 일상툰의 경우, 다음화를 궁금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사람의 일상을 아무리 과장한다고 해도 어떻게 극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하지만 <신혼일기>는 첫 등장의 임팩트를 제대로 활용한다. 제목은 <신혼일기>이지만, 놀랐을 독자들을 달래기 위해 초반 에피소드에 어떻게 하여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최대한 빠르게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들은 작가가 어떻게 결혼하게 된 건지 궁금하여 결제하게 된다. 그렇게 알게 된 비하인드는 소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센스와 매력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랬다. 사실 자까 작가의 작품은 항상 매력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작품 안에 보여주는 센스는 정말 탁월했고, 코믹하면서 경험해보지 않은 일조차 왜인지 공감되게 만드는 기묘한 재주가 있었다.


| 매력적인 작가
일상툰에서의 주인공은 작가 본인이 된다. 그리고 결국 작가의 매력이 작품의 재미를 결정 짓는다. 이러한 부분에서 자까 작가는 정말 탁월하다는 말 이외에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흔히 말해서 같은 말을 해도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 그런 부류의 사람이 웹툰화 된다면 이러한 결과이지 않을까. 그리 복잡하지 않은 그림체로 간결한 표정과 제스처를 표현해내는 것도 그렇다. 둥그런 얼굴에 눈코입 정도 들어간 기본 그림체 같은데 모든 인물이 구분되고, 제각기 개성까지 표현된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포인트를 잡고 그리는 건 보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번엔 ‘냥군’이라는 남편 캐릭터도 등장하기에 이른다. 그간 앞 작품들에서도 작가의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등장했었다. 특히, 엄마와의 케미가 남다른 재미를 줬는데 이번엔 제목이 <신혼일기>인 만큼 냥군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야기를 통해 보이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자면 참 무해하고, 묘하게 찰떡인 느낌이 든다.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긍정적인 기운을 느끼게 됨으로써 작품을 보는 소소한 재미를 배가시킨다.


| 축적되는 이야기의 힘
서사가 중심인 작품에서는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의 서사가 축적된다. 처음 주인공을 직면한 독자들은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축적되는 매력 속에서 작품 전체를 파악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일상이 소재라면 그런 걸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순간순간의 재치로 재미를 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혼일기>의 경우 일상물임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축적된 서사가 있다. 마치 시즌제 작품에서 이전 시즌에 이 캐릭터가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하는 것처럼 <신혼일기>에는 이전 작품 속 주인공 자까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다. 그리고 오늘날 그렇게 쌓인 거대한 내적 친밀감들이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기이하고, 그래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래, 결국엔 매력이 중요하다. 그것이 서사가 있는 작품이든 소소한 일상인 작품이든 말이다.

필진이미지

최윤석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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