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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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그 이면의 이야기 <용사가 돌아왔다>

낭만 있는 이름 '용사'의 이면을 다룬 작품, 다양할 볼거리의 용사 캐릭터이 작품을 끝없이 이끌어 간다

2024-02-27 최윤석

‘용사’란 이름에는 왠지 모를 낭만이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용사가 되기를 꿈꿔보지 않았을까. 마왕으로부터 공주를 구하거나,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 용사. 웹툰 <용사가 돌아왔다>는 바로 그런 낭만 있는 이름 ‘용사’의 이면을 다룬다. 정확히는 용사‘들’이다. 작품 속에는 여러 용사가 등장한다. 저마다 각기 다른 세계에 소환되어 그 세계의 사람들을 구하고 다시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오는 구조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왕을 무찌른 후에 용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국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무찌르는 이야기는 메인 서사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세계의 마왕은 얼마나 강했으며, 그 세계는 어떤 특징을 지녔는가 정도이다. 설정상 현실로 돌아온 용사의 힘 정도가 그렇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 동화와 다른 현실

대체로 많은 이야기에서 해피엔딩이라 한다면 결국 행복하게 살 암시를 주고 끝난다. 로맨스는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 것이라 하고, 영웅은 세상을 구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진 예상일 뿐. 진짜는 알 수 없다. <용사가 돌아왔다> 속 1화를 보면 그러한 부분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갑작스럽게 소환되어 이세계를 구하는 용사로 지목된 ‘김민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결국 마왕을 무찌르길 성공한다. 김민수의 파티는 모두 그의 행복을 빌어주며, 그가 행한 선행에 고마워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돌아온 현실은 냉혹했다. 현실에선 그가 용사였던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남아 있는 거라곤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다가 부모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은 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은 슬픔을 느끼길 바라며 흔히 말하는 ‘흑화’를 하게 된다. 세상을 적으로 돌린 그는 한때 수많은 이세계인들을 구한 용사이자 영웅이었으나, 본래 자신의 세계에선 용사란 이름의 ‘악당’이 되어버린 셈이다. 결국 동화에서 흔히 말하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란 결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야기의 끝을 이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걸로 했다면 해피엔딩처럼 보였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이야기의 시작이 바로 이 지점이다. 


| 다양한 볼거리의 용사 캐릭터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은 1화에서 폭주한 김민수를 기점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생기면서 시작된다. 그를 돕는 용사들과 그를 막기 위해 움직이는 용사들. 그리고 정부. 대체로 이 세 개의 관계 속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러한 구조 안에는 ‘박정수’란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의 재미는 주인공의 활약보다는 다양한 ‘용사들’에 있다. 많은 용사가 나온다. 그리고 각자의 사연과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그건 그 용사를 표현하는 수식어가 되기도 한다. ‘검의 용사’, ‘창의 용사’, ‘흡혈의 용사’, ‘퇴마의 용사’, ‘회귀의 용사’ 등등 독자는 이런 다양한 용사 캐릭터로 인해 풍성한 볼거리를 느낄 수 있다. 수식에 따라 어떤 능력을 지녔을지, 얼마나 강할지를 예측하고, 다른 용사와 붙었을 때 어떤 식으로 전투를 해낼지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제목은 참 잘 지었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이야기의 시작을 알릴 ‘김민수’가 돌아왔음이 아니라 ‘용사’로 통칭되는 이들이 돌아온 이후를 본격적으로 담아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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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