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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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 담론을 통해 부활하는 예술

<치인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은 다원적인 감상을 내놓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4-02-16 손유진


<치즈인더트랩>은 십여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각색되어 왔다. 작중 인물들의 이름은 유행어가 되어 “손민수 하다” 등이 한 세대 안에서 통용되기도 하였다. 특히, 최근 한 고급 가전제품 광고에서 등장한 작품의 후일담은 다시금 화제가 되며 SNS를 달궜다. 여기서 특기할 점은, 이 광고를 통하여 작품의 정치적 입장을 비판하는 여론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유정’과 ‘홍설’이 기득권적 정상성에 편입하여 비싼 냉장고를 손쉽게 구매하는 모습이 계급적 관점에서 비판 가능한 대상임을 주장하였다. 특히 진보에 친화적인 입장은 ‘강남 좌파’ 등을 언급하며 작중 인물들이 가지는 보수성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시각은 연재 당시에 부각되지 않았던 부분으로, 독자의 관심과 의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듯 하나의 작품은 변화하는 시대 의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갖게 되며 이는 작품이 영속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새롭게 등장하는 관점에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시대의 변화에 대하여 갖는 의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큰 틀에서 보자면 관점의 변화는 주로 구조적인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다. 계급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이에 대한 이론들이 대중화되면서 “명문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이 어떠한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독자들이 의식하기 시작했다. 계급의 세습이 지적인 측면에서도 유효함을 시사하는 재벌 2세 유정과 노력을 통한 신분 상승을 도모하는 홍설이 자본주의를 긍정하는 보수적 인물이라는 해석을 통하여 독자들은 현대 한국 사회의 한 면모를 드러내고자 한다. 특히 선역인 유정과 홍설은 자본 친화적인 반면,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노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있으며 자본주의의 이상적 인물상에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이 품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비판하는 것이 하나의 주류 입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감상은 유정과 홍설의 정치적 입장, 즉 투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향유되는 동시에 신도시에 대한 경멸적 시선으로 ‘밈화’되었다. 


또한 이러한 정상성의 비판은 다른 양상으로 해석을 이어간다. 홍설을 추앙하고 모방하는 ‘손민수’라는 캐릭터를 통하여 독자들은 젠더적 관점에서 정상성을 내재화한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다루어 지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해낸다. 즉 홍설이 준수한 외모와 성실성, 적절한 사회성으로 주류 사회에 편입된 반면, 손민수는 사회적으로 도태된 여성임을 지적하면서 손민수가 작중 악역으로 등장하고 독자들은 이에 반응하며 손민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부당한 관점임을 주장한다. 젠더적 정상성을 강화하는 메시지를 작품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최근의 독자는 정상성과 계급성을 비판하는 시각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주인공의 시점을 탈피한, 메타적 독서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특히 주인공의 계급에 대한 민감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특히 엘리트주의가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부상하면서 학력과 학벌이 가지는 권력에 반감을 드러내는 입장을 다수가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치즈인더트랩>은 상당 부분 비판의 대상에 놓일 수밖에 없다. 맥락을 풍부하게 만드는 이론적 접근은 작품에 생명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감상이 주류가 될 때, 특정 입장이 평면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가지 기표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해석의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인물에 대한 편향적인 시선은 작품의 다양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재해석의 의의를 희석시킨다. 홍설과 악역의 구도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분명 유의미하지만 이를 단지 이분법적 접근으로 제한한다면 이는 또다른 밈에 불과한 것이다. 계급성과 정상성의 논의는 분명 유효한 것이나 이를 작품에 평면적으로 적용한다면 이는 작품과 그 비평을 퇴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들이 연애와 자본에 친화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향에 대한 반발로 이해 가능하다. 즉 환경의 변화가 독자의 감상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치즈인더트랩>에 대한 다양한 반응은 그 내용과 동시에 거시적인 시각으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만화 비평의 지평을 넓히고 또한 독자층이 다원적인 감상을 내놓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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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진

만화평론가(2019 만화평론 공모전 신인 부문 가작 수상)
텍스트의 의미를 중심에 두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