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라는 플롯은 상당히 강력하면서도 다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많은 작품에서 즐겨 쓰인다. 이만한 게 또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이 플롯은 강력하다. 명확한 목적의식은 주인공을 따라가기 쉽게 만들고, 적절한 사연만 받쳐준다면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이 쓰였기 때문에 차별성 또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복수는 이제 매력이 덜하다.
그런 의미에서 <할배무사와 지존 손녀>는 복수 플롯에 여러 차별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제목만 봐도 상당히 이색적인 느낌이다. 이게 어딜 봐서 복수 플롯이 기본인 작품으로 보이는가. 하지만 궁금증을 자아내기엔 충분해 보이는 제목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할아버지와 손녀가 동일선상에 언급되어 있는가. 이 작품은 그 궁금증으로 사람을 끌어모아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 여러 핸디캡을 지닌 주인공
<할배무사와 지존 손녀> 중 ‘할배무사’의 해당하는 주인공 ‘유진산’. 그는 손녀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몰살당한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손녀라도 살리기 위해 손녀를 데리고 도망친다. 그는 과거 그래도 나름 고강한 무공 공수였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에게는 세 개 정도의 핸디캡을 지니게 된다. 하나는 그의 머릿속에 있는 종양. 그는 시한부였다. 본래 그는 가족들에게 모든 걸 맡긴 채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려 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노화. 종양도 문제지만, 그 자체가 할배. 즉, 늙은 것이 문제다. 좀처럼 쓰지 않던 관절을 다시 쓰려고 하니 쉽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손녀를 데리고 다닌다는 점도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어찌 됐든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워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러한 핸디캡은 주기적으로 주인공에게 위기를 준다. 산적들과의 싸움에서 쉽게 우위를 점했음에도 종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는 바람에 생포된 것도 바로 그러한 부분에서 기인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는 깨어나자마자 바로 홀로 있을 손녀에게로 향한다. 이는 그가 지닌 핸디캡이 곧 ‘유진산’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를 설명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전개에 있어서는 핸디캡으로 작용하나, 캐릭터적으로 볼 때는 매력이 되기도 한다. 싸움을 잘하지만, 때에 따라 위험할 수 있고, 그 위험이 곧 손녀의 위협이 되니, 무인이 아닌 할아버지로의 정체성으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 기대되는 두 개의 관전 포인트
본인이 핸디캡을 지닌 것을 알고 있기에 그는 계획을 세운다. 본래 초연하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 어떻게든 ‘환골탈태’를 이루어 종양도 치료하고, 젊음도 되찾아 손녀를 지키고, 가족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 할배 주인공이 어떻게 힘을 되찾고, 복수할지에 대해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거기에 하나 더 있다. ‘지존 손녀’의 해당하는 유진산의 손녀 ‘유설’이다. 그녀는 설정상 엄청난 재능을 갖고 태어난 존재로 표현된다. 비록 어리지만,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필연적으로 그녀는 강해질 운명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제목에 포함되는 두 존재가 모두 강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그리하여 우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할배무사와 지존 손녀가 어떤 식으로 성장하여, 어떤 식으로 복수에 성공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