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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와 만화적 상상력의 절묘한 배합 웹툰 <로딩>

예비 작가의 길이 험난하고 오랜 여정임을 상기시키며, 마음이 조급해질 때 <로딩>을 통해 인생의 진솔한 가치를 되새기는 것을 권합니다.

2024-04-25 김정영

리얼리티와 만화적 상상력의 절묘한 배합 웹툰 <로딩>

  오토바이 관련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2004>.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Gael Garcia Bernal) 주연의 영화로 체 게바라(Che Guevara)를 쿠바 혁명의 주역으로 이끈 청년 시절의 특별한 여행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다. 나도 언젠가 이 영화에 등장했던 길을 따라 남미로 여행하고 싶었던 꿈을 꾸게 한 영화이기도 했다. 웹툰에서 오토바이 관련 작품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나는 <로딩>을 이야기한다. 로딩(loading)은 컴퓨터에서 즐겨 사용하는 용어로 어떤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컴퓨터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로딩이 많이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넘어선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젊은이들, 아니 누구나 사람은 삶의 로딩이 걸린다. 저마다의 한계를 넘어갈 때 인생의 로딩이 걸리고 시간은 저마다 다르게 지나간다.

  웹툰<로딩>은 제대로 구르지도 못하는 바퀴 그리고 여기저기 문제가 있는 털털거리는 오래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성훈의 관점으로 시작한다. ‘성훈과 그의 친구 용만은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덤프트럭에 사고를 당해 친구 용만을 잃고 만다. 망연자실한 성훈은 10여 년이 흐른 후 다시 자신의 오래된 소지품들 속에서 지난날 잊었던, 아니 어쩌면 잊고 싶었던 오토바이 키를 발견하고 다시 과거의 시간 속을 되짚어 친구와 마무리하지 못한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한다.

△ 작품에 등장하는 오토바이   실재 오토바이 사진

  이지우 작가의 <로딩>은 스토리와 연출 캐릭터 표현 등 다양한 조형 요소에서 웹툰의 완성도를 멋지게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특징이라면 리얼리티와 만화적 상상력의 절묘한 배합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혼다 CG125 오토바이는 애호가들이나 전문가들이 보아도 공감할 만큼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반면 캐릭터와 배경은 만화적 조형 요소로 표현하고 있다. 어찌 보면 두 가지 요소는 상반된 표현이지만 이러한 요소로 오토바이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속도, 일탈, 자유, 인생 등 중의적인 의미들이 더욱 강조되어 전달되고 있다. 곳곳에 등장하는 오토바이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들은 작가가 얼마나 오토바이를 좋아하고 선망하는지 알 수 있다. 작가가 경험하고 체득한 정보들로 작품 속 오토바이는 하나의 기계가 아닌 캐릭터로 살아서 작품에 녹아 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오토바이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더욱더 작품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로딩>작품에 등장하는 만화적 표현

  반면 캐릭터나 배경은 만화적 요소로 표현하여 자칫 무거울 수 있었던 스토리를 독자들이 작품에 몰입하도록 하고 있다. 불의의 사고, 친구의 죽음, 죄책감, 방황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결코 가벼운 소재가 아니다. 거기에 더해 20대 젊은 시절 인생사까지 더 해지면 그 무게는 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뭔가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삶이 소중해진다. 작가의 삶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성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이다. 이는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철학적인 독백들이 그 성찰을 대변한다.


바이크에서 달리다 보면 뭔가 답을 찾을 것 같았는데...

지금의 상황은 날 더 초라해지게 만든다.”

 

여기 있으면 재미없는 이야기밖에 더해?

떠날 수 있을 때 떠나 그리고 재미있는 네 이야기를 만들어서 다시 와.“

 <로딩>의 명대사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이야기와 그림체 그리고 곳곳에 묻어나는 작가의 삶에 대한 진솔한 접근은 어느 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작가의 경험과 사색 속에 만들어진 것이다. <로딩> 연재 이후 10여 년이 지났다. 화려한 그림체와 어지러운 효과들로 가득 채워진 근래 웹툰 작품들 속에서 <로딩>은 오히려 그 가치가 돋보인다. 많은 예비 작가와 웹툰과 학생들은 데뷔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작가 데뷔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성과는 빨리 이루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이고 작가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그 긴 호흡 속에서 작가를 지켜 주는 것은 경험과 삶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마음에 조급함이 느껴질 때 <로딩>을 보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삶의 로딩이 끝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필진이미지

김정영

연성대학교 웹툰만화콘텐츠과 교수
문화기획자,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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