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을 향한 적나라한 시선 - <흔한햄>
1.
오늘날에도 청춘들은 내일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각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자격증을 따고, 내일은 더욱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샌가 마음에 하나둘 상처가 쌓인다. 그렇게 우리 청춘들은 우울감에 사로잡힌다. 미래 계획들은 모두 불투명하다. 우리는 그렇게 그저 살아갈 뿐이다. 그런 모습을 작가 ‘잇선’은 웹툰으로 표현한다. 작가 본인이 느끼는 20~30대의 모습을 주인공에 투영해 스토리를 끌어낸다. 그의 작품 <우바우>,<이상징후> 등 그의 만화는 공통된 주제로 젊은 세대들의 아픔, 좌절 속에서 ‘우리’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런 작가의 세계관에 많은 팬은 열광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마음에 상처 입은 청춘들을 만화로 담아내는 잇선의 신작 <흔한햄>은 또 한 번 ‘N포세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주인공 햄은 27살의 평범한 햄스터다. 그림작가를 꿈꾸며 SNS에 그림을 올리며, 평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햄은 일상 속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조금만 뒤를 돌아보면 비어가는 통장 잔고와 보이지 않는 미래에 우울감을 느낀다. 햄에게 있어 우울감은 현실에서의 나약한 모습을 합리화할 수 있는 도피처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주인공의 모습에선 현대의 20대들의 모습을 투영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남는 시간에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잔하고, 그러다 집에 와서는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사로잡힌다. 잇선은 주인공 햄을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대체 나에게 뭘 바라는 거냐?’. 힘들고 지치는 일상생활 속에서 정작 외면해 오던 우리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다.
2.
어느 날, 햄은 ‘진짜’ 제대로 살기로 다짐한다. 이전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면 피곤에 지쳐 자고, 다시 아르바이트 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고, 돈이 없으니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만 박혀있다. 유튜브로 영화 리뷰나 찾아보고, 밥도 대충 먹는다. 그렇게 불안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모아놓은 돈도 점점 떨어져 간다. 햄은 그런 삶에서 벗어나고자 다짐한다. 하지만 하지 않던 일을 하려니 발목을 붙잡는다. 떨쳐내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햄은 외롭고 고된 싸움을 계속한다. 그러다 하루, 딱 한 번 잘 시간이지만 그간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인터넷으로 도피한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새벽 5시. 그날 이후로 햄의 하루 루틴은 박살 나버리고 만다.
3.
우리는 스트레스를 늘 받는다. 20대 청년들에게 존재하는 문제, 예를 들어 대인관계, 취업, 재정난 등의 문제는 스트레스 형성의 원인이 된다. 이윽고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감, 불안 등을 느끼며 자기혐오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받은 스트레스를 SNS와 음주로 부정적 정서를 스트레스로부터 통제한다. 주인공 햄도 친구들과의 술자리, 맛있는 초콜릿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지만 결국 일시적이다. 부모님과 주변의 압박, 생활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곤 다시 인터넷과 술로 도피한다. 마치 우리들의 모습과도 같다. 독자들은 햄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한다. 귀여운 모습의 햄이 겪는 감정적 기복에서 우리는 공감하고, 알 수 없는 연민을 느낀다. 독자들이 느끼는 연민은 결국 본인을 향한 연민으로 다가온다. 독자들은 그런 햄에 공감하며 스스로 위로한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햄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4.
<흔한햄>은 평범한 청년 햄스터의 성장 하이퍼리얼리즘 만화이다. 햄은 좌절하고, 도전하고, 절망하고, 쓰러진다. 그리곤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좌절에 공감하고, 도전에 응원한다. 잇선의 만화들은 이런 휴머니즘을 세계관에 녹여낸다. 자신의 일상에 힘듦이 있다면 이 만화를 보고 위로받고 공감하면 어떨까. 목표를 향한 햄의 성장 일기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