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속 캐릭터 MBTI 심리
- ‘ 외향적인 사색가, <이태원 클라쓰>의 캐릭터 박새로이 ’
MBTI로 사람들의 성격을 유추하는 일이 언제부턴가 유행이 된 지 오래다. 마이어 - 브릭스 성격진단 또는 성격유형지표라고 불리우는 MBTI는 개인의 성격을 외향성과 내향성,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 판단과 인식의 4가지 기본 차원에 따라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MBTI는 사람들이 모두 서로 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사람마다, 삶을 바라보는 ‘독특한 선호’가 있다는 말이다. 독특한 선호가 서로 어우러져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래서 MBTI는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아닐 수 없다. 칼럼 <웹툰 속 캐릭터 MBTIi 심리>에서 MBTI라는 렌즈를 통해 웹툰 속 캐릭터의 심리를 흥미롭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유다.
<이태원 클라쓰>는 단연 개성 있는 캐릭터로 기억되는 웹툰이다. 드라마로 만들어질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에는, 박새로이, 조이서 등, 주요 캐릭터들의 독특한 성격이 커다란 한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생 박새로이는 새 학교에 전학하자마자 퇴학을 당하고 만다. 동급생들에게 이유 없이 폭력을 일삼는 장근원을 때렸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박새로이는 장근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면 퇴학만은 당하지 않게 선처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장근원의 아버지 장대희에게서. 하지만 박새로이는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다. 폭력을 저지른 것에 대해선 벌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에게 갑질하듯 폭력을 휘두르는 장근원에게 사과는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같은 반 학우가 괴롭힘을 당했고 선생님은 그것을 묵인했습니다. 교칙으로 제재가 불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저는 그 광경을 지나칠 수 없었고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는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말한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소신 있게 살자’이고, 자신 역시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소신을 지킨 결과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박새로이는 퇴학을 당하고 살인미수라는 죄명으로 교도소에서 실형까지 사는 전과자 신세가 된다. 또 그의 아버지는 20년간 다닌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된다. 장근원의 아버지 장대희가 박새로이의 아버지가 다니는 장가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그야말로 풍비박산으로 쓰러진 집. 마침내 박새로이는 복수를 결심한다. 이태원에 '단밤'이라는 작은 포차를 열어, 거대한 장가 그룹에 도전장을 내민다. 비록 처음엔 바위에 달걀 깨뜨리기 같은 모양새였지만, 그는 결국 복수에 성공한다. ‘소신 있게 살자’라는 자신의 신념을 올곧게 지키며 숱한 좌절에도 계속 직진해 나아간다.
그런 박새로이의 MBTI는 아마도 ESTJ가 아닐까?
외향, 감각, 사고, 판단형의 조합인 ESTJ는 흔히 ‘외향적인 성향의 사색가’로 불리운다. 현실적이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향이 있다. 그 특성이 발현된 모습은 바로 리더십이다. 사람들을 잘 조직하여 이끄는 성격인 것. 박새로이가 조이서, 마현이, 토니 김 등, 독특한 개성의 사람들을 단밤 포차의 팀원으로 조직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회사를 경영해 본 경험이 전무했지만, 오로지 강한 열망이 깃든 자신의 꿈으로 사람들을 움직인다. ‘ 자신의 목적을 사전에 명백하게 발표하기를 좋아하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는’ ESTJ의 특징답게, 단밤 포차의 팀원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곤 한다. ‘ 나의 목표는 성공한 포차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장가를 뛰어넘은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라고.
특히,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박새로이의 성격은, ESTJ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외향적인 사색가인 ESTJ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기본적인 판단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규칙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칙에 맞춰 사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다른 사람들 또한 그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박새로이가 현실적으로 피해를 받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키고 ‘정의’라는 자신만의 삶의 규칙을 고수하는 이유다.
또 감정에 함몰되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목표에 과도하리만치 집중하는 박새로이에게서, ESTJ의 특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분석적이지만 인간미가 떨어지는’ ESTJ 성격이, 결단력 있고 논리적이지만, 정서적인 부분에서는 때론 취약한 부분을 보여주는 박새로이의 캐릭터와 접점을 이루고 있어서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복수극의 외피를 둘렀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선인과 악인으로 캐릭터를 스테레오 타입화 하지 않고, 심리적인 개연성에 맞춰 각 캐릭터의 개성 있는 성격을 잘 구축해내고 있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와 성장을 이야기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단밤의 요리사 마현이가 나중에 트렌스젠더임이 밝혀지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직면하지만 동료들의 지지와 우정으로 결국은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며 성장하는 모습도 그중 하나일 터.
박새로이와 단밤 포차 팀원들의 성장은, 각자 독특한 성격으로 구축된 캐릭터 덕분에 더욱 입체적인 현실감으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가 단순한 복수극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