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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다 유리 作 「고양이 파트너 마루루와 하치」 리뷰

고양이 파트너 마루루와 하치(글, 그림 소노다 유리 / 대원씨아이 출판) 리뷰

2024-05-08 박민지

소노다 유리 고양이 파트너 마루루와 하치리뷰

나만 없어, 고양이

  SNS의 발달로 고양이는 귀엽다, 도도하다, 엉뚱하다 등 이미지로 소비된다. 부드러운 털, 금방울과 같은 신비로운 눈동자, 찹쌀떡을 닮은 동그란 발,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발바닥 등 매력적인 외모와 어딘가 바보스럽지만 도도한 행동이 그렇다. ‘나만 고양이 없어라고 푸념하는 랜선 집사들의 증가로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던 것보다는 친밀하고 긍정적인 동네 고양이라는 인식이 확대됐고, 실제로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도 늘었다. 그런 현실을 반영하듯 고양이가 등장하는 웹툰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드라마 <전설의 고향> 속 불길한 징조거나 요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반려동물이자 판타지적 상상력이 가미된 존재로 거듭났다. 이상의 온라인 상황이라면 오프라인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시민의 편의를 위해 설계되었다. 시민의 보호를 받는 반려동물도 아니고 보호종도 가축도 아닌, 생산성 떨어지는 동네 고양이를 위한 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양이는 영역 동물로 한 곳에서 떠나지 않고, 만약 내쫓으면 다른 고양이가 그 자리를 채우는 습성이 있다. 국내 실정과 비슷한 일본에서 건너온 소노다 유리 작가의 만화 <고양이 파트너 마루루와 하치>(이하 <마루루와 하치>)는 도심에서 살아가는 동네 고양이 생존기를 다룬다. 궁금했다. 소위 구매력 있는 독자가 선호하는 장르도 아닐뿐더러, 고양이는 귀엽지만 도라에몽처럼 덕질할만한 캐릭터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생산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고양이 파트너라는 건 대체 뭘까? 호기심에 첫 권을 펼쳤다면 이내 고양이 파트너에게 매료될 것이다.

스트릿 생존 파트너

  만화 <마루루와 하치>는 주택가와 공원이 어우러진 평범한 마을이 배경이다애완동물 가게 출신으로 유리 케이지에서 성장한 떠돌이 고양이 마루루는 거리 생활을 하며 깨닫는다. ‘인간들에게는 바깥에 있는 고양이에게 먹을 걸 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는 모양이다.’ 동물에게 먹이와 은신처가 없다면 하루하루가 위태롭다인간이 주인인 세상에서 인간이 먹이 주기를 꺼리고기존 고양이와의 경쟁에 밀려 설 곳이 없던 마루루는 대장 고양이 하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독립생활을 하는 고양이에게 동료의식은 딱히 없다하치는 야생과 다름없는 거리 생활을 통해 약육강식적자생존에 익숙하다그러나 마루루에게 목숨 빚을 진 뒤 동료로 받아들이며마루루와 하치는 생존을 함께하는 파트너가 된다이들에게 뚜렷한 적대자가 있다기보단 인간중심주의가 팽배한 세상에 태어나 생존하는 것이 갈등 그 자체다.

  스트릿 묘생 5년 차 하치는 마루루에게 먹이가 있는 곳도시에서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생존술을 알려준다인간의 눈높이에서 한참 아래에 머무는 동네 고양이 시점의 이야기는 그들이 사는 세계를 보여준다고양이들의 하루살이는 때론 기발하고 때론 처절하며 때론 천진하고 사랑스럽다마루루와 하치는 먹이가 없으면 굶주리고 겨울이 오면 추위에 시달리지만자연이 주는 선물과 자유로움을 만끽한다이런 고진감래식 구성은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작품의 톤 앤 매너를 균형 있게 유지한다그러나 둘의 파트너십에도 불구하고 어찌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온다동네 고양이로써 인간을 경계하지만인간에게 의존할 수밖에 운명임을 깨닫는다.

차가운 거리에서 따뜻한 보호소로

  마루루와 하치가 사는 3번지엔 엄마처럼 다정한 사비 누님수단 좋은 샴고양이 페르티구내염에 걸린 페르시안 털뭉치어디선가 나타난 새끼고양이 미케 등 다양한 고양이가 살고 있다그리고 이들의 주변을 맴도는 고양이 납치범’ 야스오도 있다포획용 틀을 설치한 뒤 고양이들을 잡아가 고환을 빼앗아가는 무시무시한 인간이다사실 야스오는 어느 동네나 한 명쯤 있는 고양이활동가다고양이보호소에 소속되어 TNR(포획-중성화수술-방사)활동을 통해 동네 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며위기에 처한 동네 고양이를 구조한다.

  이야기는 마루루와 하치가 3번지에서 민간고양이 보호소로 이동해 전환점을 맞이한다그것이 묘생 역전인지 또 다른 위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야스오를 비롯한 보호소 사람들은 고양이들을 살뜰히 보살핀다막 태어난 새끼고양이에게 3시간에 한 번씩 수유하고적지 않은 금액의 수술비와 보호소 유지비를 감수한다마루루와 하치는 이전보다 자유롭진 않지만 자고 일어나면 먹이가 제공되는 환경이 그리 불행하지만은 않다고 여긴다오히려 점차 편안해진다이쯤 되면 고양이도 궁금하다보호소 사람들은 누구도 요구하지 않은 생산성 없는 활동을 자처하는 걸까?

생명에 대한 책임감

  인간은 쥐로부터 창고의 곡식을 지키려 고양이를 곁에 두었으나 산업화로 고양이가 필요 없어지니 유기했다현재로선 고양이의 실용성이 눈에 띄지 않지만고양이는 여전히 쥐의 천적으로서 존재해왔다실제로 90년대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동네 고양이를 살처분해 쥐가 고층까지 출몰한 사례가 있었고, 2023년 마라도에서 고양이가 방출된 뒤 쥐로 인한 주민피해가 속출해 2024년 현재 1억 원을 투입해 '설치류 방제 사업'을 실시하는 중이다과거는 물론 현재도 인간의 편의에 따라 고양이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소노다 유리 작가는 동네 고양이의 습성과 실상고양이보호소 운영수의학적 지식 등 촘촘한 취재를 통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다양한 시점과 정보가 모여 하나의 진실로 수렴되는 것이 이야기의 본질이고작가는 만화를 통해 몰랐던 진실을 세상에 전달한다보호소 사람들이 동네 고양이의 실상을 알고 깨닫는 과정이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한다그것은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고양이에게 응당 가져야 할 윤리적 책임감이다그리고 그 방식이 살처분이나 방출이 아니라 인도적인 방법이 되길 희망한다.

  만화 <마루루와 하치>는 단행본으로 정식발매되며네이버 시리즈에서 유료로 연재 중이다주요 웹툰 플랫폼에서 무료연재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독자가 적지만생명존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족할만한 작품이다마루루와 하치, 3번지 고양이들의 묘생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필진이미지

박민지

만화평론가
2021 만화평론공모전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