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이지만, 막장이라서 재밌는 소년만화 <갓 오브 하이스쿨>
일반적으로 일본 만화 하면 다들 소년만화를 떠올린다. 최근 작고한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의 대표작인 <드래곤볼>부터 시작해서, 한때 ‘원나블’이라는 약칭으로 불리기도 했던 <원피스>와 <나루토>, <블리치>, 최근 제작 국가인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는 <귀멸의 칼날>에 이르기까지. 소년만화는 일본 만화 시장에서 가장 큰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소년만화들의 특징은 초능력이던, 일반적인 신체적 능력이던, 능력을 갖고 싸우는, 이른바 ‘능력자 배틀물’이 주류라는 점이다. 다양한 능력으로 싸워나가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주인공이 자신만의 능력을 조금씩 키워나가며 강해지고, 점점 더 강한 적들과 싸워나가 끝내 가장 강한 적을 쓰러뜨린다. 독자들은 그런 과정을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독자들이 희열을 느끼는 요소는 소년만화에 여럿 있고, 이들이 모여 클리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박용제 작가의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은 이러한 소년만화의 클리셰들을 꽤 활용한 작품 중 하나다. <갓 오브 하이스쿨>(약칭 ‘갓오하’)은 전세계의 고등학교에서 가장 강한 고등학생을 뽑는 대회인 갓 오브 하이스쿨에 참전한 주인공 진모리와 유미라, 그리고 한대위의 이야기로, 전형적인 소년만화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는데, 주인공 1명과 조연 2명으로 이뤄진 3인 주인공, 격투기 대회, 주인공의 노력과 성장 그리고 각성, 몰래 큰 음모를 꾸미는 악역, 주인공과 악역의 허세, 스승의 희생, 그리고 숨겨진 혈통 등 일본 소년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클리셰는 최대한 사용했다.
다만 장점만 따라간 것은 아니다. 클리셰는 좋은 클리셰 뿐 아니라 안 좋은 클리셰도 있다. 일본 소년만화에서 흔히 보이는 실수이자 문제점 여러 개가 하나의 클리셰가 됐고, 이는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플롯 등을 비판하는데 쓰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이 갓 오브 하이스쿨에서도 보인다. 주인공 일행이 너무 강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나, 갑자기 새로운 능력이 새로 등장하고, 기구한 사연을 숨긴 악역, 음모를 꾸미는 사람 몰래 음모를 꾸미는 사람 몰래 음모를 꾸미는 사람으로 인해 복잡해지는 스토리, 화려하게 등장하거나 뭔가 꿍꿍이를 숨긴 듯한 캐릭터가 별 행적 없이 퇴장하는가 하면, 완결에 다가갈수록 점점 스토리 진도가 늘어지는 점까지도 따라갔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갓 오브 하이스쿨을 높게 평가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우선은 첫 번째로 화려한 액션이다. 작가 박용제는 데뷔작인 학원 액션물 <쎈놈>에서부터 인체의 동세를 잘 살리고, 여러 효과로 타격감을 살려 액션을 특색있고 멋지게 연출하는 작가로 유명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능력자 배틀물이다 보니, 단순하게 맨몸으로만 싸우던 쎈놈과 달리, 과장되면서 더 화려한 연출을 섞어도 돼서 액션이 더더욱 발전했다. 발전된 액션은 1부의 마지막 싸움인 진모리와 한 대위의 싸움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허나 이런 연출을 넣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일주일이라는 기한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초반엔 화려한 액션으로 호평받으면서도, 지각이 좀 있기도 했다. 이후 그러한 연출이 줄어들고, 어시스턴트도 빠지면서 액션 연출은 다소 화려함이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네이버 웹툰에선 상위권을 자랑했고, 이후 나온 5부의 진모리 VS 사탄 666이나, 6부의 중모리 VS 단모리에서 다시 한번 1부 때만큼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등장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능력자 배틀물은 여러 능력을 다루는 만큼 여러 등장인물이 많고, 이를 최대한 줄여나가기 위해 주인공 측과 악역 측 중 일부의 인물에게만 서사를 최대한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갓 오브 하이스쿨도 그러한 편이다. 특히 갓 오브 하이스쿨은 등장인물이 3인 체제인 작품인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작품의 경우 3인 중 한 명의 성장이 급격한 반면 다른 1명은 성장이 느리거나, 아예 중간에 퇴장해 버려 독자들로부터 놀림감 거리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주인공인 진모리는 물론, 한대위와 유미라의 서사와 성장을 전부 챙겼다. 또한 메인 악역인 박무진이 악역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절대 악으로 각성하는 서사 역시, 그동안 뿌려왔던 떡밥들을 해소하면서 훌륭하게 해내 한동안 질질 끄는 스토리로 비판받던 갓 오브 하이스쿨의 재미 부활을 알리기도 했다. 다만 능력에 비해 활약이 미미한 캐릭터들도 있기에 이 점은 아쉬운 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막장이 주는 재미이다. 작품 소개에서부터 ‘허구 100% 막장 액션의 끝’이라 말한 만큼, 그런 막장 액션이 많이 나온다. 사람을 발로 차서 하늘 높이 날리거나, 맨손으로 건물을 부수는 것 정도는 기본이다. 주인공 진모리가 진짜 능력을 각성한 후에는 한반도 만한 해일이 한반도를 덮치고, 조, 경 단위로 분신술을 쓰고, 화성을 지구까지 끌고 와 던지는가 하면, 더 나아가 목성을 던지고, 아예 발차기로 태양을 일시적으로 꺼뜨리기까지 했다. 태양을 일시적으로 꺼뜨릴 때 나온 내레이션 ‘우주가 잠시 꺼졌다.’는 특유의 허세적인 느낌 때문에 작품을 상징하는 하나의 대사로 자리잡아 작품 내에서는 물론이고, 타 작품에서도 패러디 할 정도로 유명한 밈이 되기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장면은 말이 안된다. 목성을 던지는 장면의 경우 목성은 기체 행성이라 불가능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으나, 작가는 이에 대해 ‘로망이 없다.’며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한때 <신의 탑>, 그리고 <노블레스>와 함께, ‘신노갓’이라 불리던 네이버 웹툰 소년만화 3대장 중 하나였다. 이후 <외모지상주의> 같은 작품이 치고 올라오고. 동 시기에 갓오하는 다소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이면서 평가가 낮아지긴 했으나, 박용제 작가는 끝내 작품을 훌륭하게 마무리 짓는 데 성공했다. 시작은 대단했고, 중간이 다소 미미했지만, 끝에서 다시 대단한 작품으로 남았다. 갓 오브 하이스쿨이 11년간의 연재를 끝낸 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박용제 작가가 이번엔 어떤 재밌는 차기작을 갖고 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