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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의 동거, <똑 닮은 딸>

똑 닮은 딸(글, 그림 이담 / 네이버웹툰) 연재

2024-08-23 최정연

살인자와의 동거, <똑 닮은 딸>

1. 다정한 위협, 어머니

네이버웹툰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하고 있는 이담 작가님의 <똑 닮은 딸>은 살인자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살해당한 동생의 복수를 꿈꾸는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 소명은 자신의 자식이 완벽하길 바라는 엄격한 교수 어머니 아래서 자라며, 억제된 삶을 살아간다. 핸드폰 사용은 물론, 어린 나이에 으레 즐기는 불량식품까지 통제당하는 일상이었지만, 소명에겐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같은 곳에서 나고 자랐어도 동생 명진이는 달랐다. 여느 초등학생 남자아이처럼 뛰어놀다 꽃병을 깨뜨리기도 하는 개구쟁이였던 명진이는 어머니의 통제가 잘 통하지 않는 존재였다. 불량식품을 먹고, 숙제를 하지 않는 명진이를 어머니는 마치 벌레 보듯 쳐다보는 일이 잦아졌고, 둘의 사이는 나아질 기미조차 없이 점점 더 틀어지기만 했다.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 날, 명진이와 소명이의 친구들은 눈싸움을 하고 놀기로 했다. 하교 후엔 항상 어머니의 차를 타고 학원을 가던 소명이는 내심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싶었고, 고민 끝에 딱 하루만 놀고 오기로 어머니께 허락을 받는다. 혼이 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학원을 빠진다는데도 이상하리만치 흔쾌히 허락하던 어머니. 심지어는 명진이와의 사이를 풀고 싶다며 잠시 아들과 대화를 나누기까지 한다. 친구들과의 재밌는 눈싸움 놀이, 드디어 완화된 둘의 관계에 소명이는 동생이 곁에서 사라진 것도 모른 채 행복한 순간에 취해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소명이는 친구들과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동생을 찾으러 다녔지만. 명진이는 이미 차갑게 죽은 채로 하천 한 가운데에 누워있었다. 눈싸움 직전, 어머니가 주신 사과주스와 언젠가 맡아본 적 있는 미세한 독약 냄새와 함께.

  자식을 사랑으로 보듬어주어야 마땅한 어머니는 사실 동생을 죽인 살인마였다. 숨 막히는 살인자와의 동거 속, 소명이는 끝까지 살아남아 동생의 복수를 성공할 수 있을까? 무더운 여름날, 간담이 서늘해지는 스릴러 웹툰, <똑 닮은 딸>을 추천한다.

2. 제목마저 반전의 틀

  모든 생물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의 품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유아기를 지나, 어쩌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식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울타리인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한순간에 가장 두렵고 위협적인 인물로 전환하는 충격적인 시작인 만큼, <똑 닮은 딸>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치는 바로, '반전'일 것이다.

  작품의 전개를 예상치 못하게 하며 새로움을 주는 반전은 작품을 단조롭지 않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장치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반전이란 단어조차도, 쏟아지는 미디어의 홍수 속, 어느샌가 진부하게 느껴진 적이 있지 않았던가. 플랫폼이 많아지고, 이전보다 다양한 작품들에 노출된 독자들은 자연스레 반복되는 전개들을 학습해 버렸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반전은 독자들이 예상할 수 있어짐으로써 반전 장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는 하는데, 이 작품은 반전 장치에 독자 참여 형식의 연출을 접합하여 형식적이고 상투적인 반전 전개를 벗어난다.

 

  우리는 보통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작품을 읽을 때, 그 인물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심지어는 잘 때, 목욕할 때까지도 주인공의 하루를 지켜보고, 속마음 독백까지 읽을 수 있으니 그 캐릭터를 완전히 파악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바탕으로 앞의 전개를 예상하기도 하는 것 또한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똑 닮은 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소명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소명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인물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소명이에 대하여 모범생에 흐트러지지 않는 올곧은 아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즘, 주인공에게 정신질환이라는 키워드가 하나 추가된다. 인물의 성실하고 선한 단면만을 보여주어 겉으로만 보이는 주인공을 평가하게 유도하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작품 속 인물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독자에게 있어 큰 반전으로 와 닿게 된다. 더불어, 이로 인해 어머니가 진짜 살인마인지, 그저 단순히 소명이의 망상인지 교란되어 작품의 큰 틀이 흔들리게 되고, 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더 거대한 반전을 다룰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계속해서 양쪽의 의견이 팽배하게 맞서는 댓글 창을 저격하듯, 독자들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는 1부의 마지막은 반전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마치 작품 안에 들어 와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3. 실수는 성장의 양분

  작품 속에는 계속하여, 실수를 저지르는 인물이 나온다. 어머니 말을 듣지 않는 천방지축 명진이부터 허영심에 가득 차 거짓말로 친구를 괴롭힌 남수,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류솔까지. 크고 작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물들을 보며 어머니는 기질적으로 틀려먹은 사람은 변하질 못하더라고, 좋은 쪽으로는 더더욱!”이라고 말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본인은 이미 완벽하기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완성하는 일을 삶의 보람으로 삼은 어머니는 눈에 거슬리는 그른 것들을 없애 자신의 주위를 완벽하게 통제한다.

 

  그러나 스스로가 완벽하다는 착각은 얼마나 오만한가. 과연 세상에 완벽한 것이 존재하긴 할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인간이기에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모두가 다른 기준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기에 다른 누군가를 옳고, 그르다며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작품 속 모든 에피소드는 끊임없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진심으로 사과를 구하는 사람은 언젠가 나아질 수 있다는 주제를 관통한다. 인간은 태초부터 완벽하지 않고,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모를 수 있으며, 실수를 반복하여 점점 나아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실패와 착오를 거듭하여 언젠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똑 닮은 딸>. 노키드존, 노실버존, 20대존 등으로 한 연령대를 거부하고 혐오하는 현상이 만연한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너무나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볼 시간이다.

필진이미지

최정연

만화평론가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 신인부문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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