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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그리고 유토피아

사형집행관(이제환, 박범진 / 네이버웹툰) 리뷰

2024-08-20 김민재

선과 악, 그리고 유토피아

  선한 사람은 천국에 가고 악한 사람은 지옥에 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선과 악에 대해 보고 들으며 살아간다. 어떤 것이 선이고 악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언급되었다. 하지만 그 기준은 언제나 모호하다. 지금까지의 선과 악의 기준은 다수가 인정하는 객관적인 도덕적 기준, 사회적 여론과 사회 구성원들의 약속, 규범 등으로 이루어져 왔다. 결국 선과 악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도덕적 규율에 의한 학습으로 구분하여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 어린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완성되지 못했으며, 선과 악, 도덕적 규율에 대해 아직 학습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이 독자적으로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살았을 때 사회적으로 어떤 혼란을 야기하는가?

 

  웹툰 <사형집행관>은 히어로 서강유가 흉악범들이 수감되어 있는 루클루스 교도소의 폭동을 교도관이 되어 사형수들을 집행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체적인 스토리로 본다면 흔한 먼치킨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강유의 내적 갈등, 법과 개인의 감정, 옳고 그름에 대한 철학적인 주제들이 돋보인다. 서강유와 같은 이퀄리티 소속의 라오사는 히어로들이 빌런들을 죽이지 못하게 막는다. 그리고 죄인들의 교화는 히어로의 몫이 아닌 사회의 법안을 토대로 처벌을 받게 한다. 그러나 서강유와 그것을 읽는 독자들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과연 수백수천, 수만 명을 살해한 흉악범들을 법의 심판대로만 처벌해야 하는가?

  미엘과 마엘은 뒷세계 이능력자 경매에 출품 당하게 된다. 어느 여자에게 팔려 가려던 차, 히어로 마고에 의해 구출된다. 그들은 마고에게 같은 소환 계열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자신들을 데리고 가 능력을 알려달라고 하고, 마고는 그 둘을 거두어 키우게 된다. 3년간 마고의 밑에서 마법을 배우게 된다. 미엘과 마엘은 각각 천사와 악마를 소환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가 죽기 직전 말한 선한사람은 천국에 가고, 악한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이야기의 영향으로, 그들은 엄마의 말처럼 세상을 올바른 세상으로 바꾸고 싶다고 한다. 마고는 미엘과 마엘에게 착한 아이들이니 장차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하며 선생님으로서 그들을 지탱해 준다. 하지만 히어로 협회의 요청으로 그들을 두고 핀란드로 향하게 되게 된다.

  미엘과 마엘은 선생님이 자신들을 두고 갔다는 사실과 새로운 인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외진 곳에 틀어박혀 능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알 수 없던 그들은, 그들만의 기준으로 선과 악의 구별을 마친다. 그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자신들이 상상하던 선과 악을 구분한 유토피아를 만들게 된다. 결국 수만 명을 천사와 악마로 만들어 인질로 잡게 되고 만다. 미엘과 마엘은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온 히어로 한명을 죽이고 수만명을 인질로 사로잡은 죄로 감옥에 사형수로 수감된다. 미엘과 마엘은 서강유에게 묻는다. 그들만의 대로 사람들을 심판했을 뿐인데, ‘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다. 그런 과 그들의 의 차이가 무엇인가?

  실제로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뜨거운 감자이다. 히어로가 범죄자를 처벌하거나 죽이도록 하게 하지 않은 라오사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는 반면, 법과 사회의 테두리가 있기에 사회가 재기능을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들의 도덕적인 교육을 받을 환경이 되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안타까운 시선도 존재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판별하지 못하고 고의성이 없었다고는 해도 잘못을 저지른 것은 저질렀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다양한 견해 속에서 서강유와 같이 독자들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

  그럼에도 사형집행관은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존재한다. 호쾌한 액션과 주인공의 강함. 애니메이션같은 역동성과 엄청난 작화 퀄리티를 매 화 보여준다. 주인공 서강유는 끊임없는 내적 갈등 속에서 지하 5층까지 빌런들을 사형시킬 수 있을 것인지 끝까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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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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