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속 캐릭터 MBTI 심리
- ‘감정을 바탕으로 삶을 결정한다’ <마녀>의 캐릭터 이동진
마이어 - 브릭스 성격진단 또는 성격유형지표라고 불리우는 MBTI는 개인의 성격을 외향성과 내향성,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 판단과 인식의 4가지 기본 차원에 따라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MBTI는 사람들마다, 삶을 바라보는 ‘독특한 선호’가 있는 것에 주목한다. 독특한 선호가 서로 어우러져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래서 MBTI는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아닐 수 없다. 칼럼 <웹툰 속 캐릭터 MBTIi 심리>에서 MBTI라는 렌즈를 통해 웹툰 속 캐릭터의 심리를 흥미롭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유다.
I와 E의 친구 사이, 내향성과 외향성의 차이
웹툰 <마녀>에는 아주 대조적인 성향의 두 사람이 등장한다. 김중혁과 이동진, 이들은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 사이다. 말수가 극도로 없는 중혁은 학교에서 늘 혼자 밥을 먹는다. 여느 때처럼 혼자 밥 먹고 있던 중혁 앞에 자신의 식판을 내려놓으며 자연스레 함께 밥을 먹는 동진. 그런 동진이 중혁은 당황스러웠지만, 이후 동진은 중혁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실은 말을 하는 사람은 주로 동진이고, 중혁은 그저 동진의 말을 듣는 입장이지만 말이다.
그렇다. 중혁이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동진은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더구나 유년의 상처로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힘든 중혁과 친구가 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진은 중혁에게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친구가 된다.
mbti 성격유형에서 볼 때 우선, 중혁이 내향적 유형인 I, 동진이 외향적 성격 유형인 E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다양한 시점에서 전개될수록, 이 둘의 성격 유형을 구체적으로 추론해 나가는 것은 꽤 흥미롭다. 웹툰 <마녀>가 여러 인물의 다양한 시점으로 펼쳐지면서,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입체적으로 완결되어 가는 여정이, 마치 mbti 성격 유형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확장되어 가는 과정과도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이 흘러 경찰서 사이버 수사팀에서 일하게 된 중혁이 갑자기 동진의 이상한 문자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 죽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녀가 너무 좋다.”
동진은 이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그녀에게 고백하려고 한다고,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지금 말할 수 없다고, 하는 데까지 해보고 말해주겠다는, 미스터리 한 문자만 친구 중혁에게 남긴 채 잠적해 버린다.
그녀가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문자 속의 그녀는 동진이 나온 고등학교를 다녔던 여학생 박미정. 마을에서 사람들은 그녀가 ‘마녀’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급기야는 미정을 따돌리고 소외시킨다. 왜냐하면 미정을 조금이라도 좋아했던 주위 남자들이 우연찮게도 모두 사고를 당하고, 심지어는 죽었기 때문이다. 결국 암묵적으로 마녀로 낙인이 찍힌 미정은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에서도 쫓겨나다시피 떠나게 된다.
고등학교 때 미정을 남몰래 짝사랑했던 동진은 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늘 혼자 다니던 미정을 멀리서 바라보며 왠지 모를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런 동진의 존재조차 미정은 잘 모르지만, 동진은 미정이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한다. 대학생이 된 동진이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집으로 갔다가, 몇 해 전 마녀로 몰려 마을을 떠난 미정의 이야기를 뒤늦게 듣게 되고 나서부터였다. 그 이후 또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전철에서 어느 한 남자로부터 구애를 빌미로 한 집요한 추근거림을 받고 있는 미정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동진은 왜 미정이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마녀라고 아니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이 죽은 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라고 믿고 싶은 동진. 그는 친구 중혁의 경찰 신분증까지 몰래 도용하여 미정과 관련된 고향의 사고들을 추적해 들어간다. 사고를 당한 남자들을 수소문해 찾아가서 경찰인 척 조사를 한다.
미정을 좋아했다가 사고당한 남자들이, 사고당할 당시, 얼마큼 그녀와 가까이 있었는지, 또 그때 얼마큼 시간이 흘렀었는지, 조사를 하던 중, 동진은 자신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스스로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의 양을 측정하는 실험의 재료가 되기로 결심한다. 미정이 사는 집 앞에 방을 구해 살고, 때론 그녀의 집에 식품을 배달하는 마트 배달부로 위장한 채 말이다. 자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그녀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사람에게 관찰의 초점을 맞추는 성격유형
아마도 그의 mbti는 외향적 감각유형인 ESFP는 아닐까?
인간의 마음에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가지 인식방법이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오감을 통해 직접 사물을 자각하는 감각이고 또 하나는 무의식에 의한 간접적인 인식이라 불리는 직관. 이 두 가지 인식 방법 중에서 사람마다 더 선호하는 방법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동진은 철저히 눈에 보이는 현실을 토대로 한 통계조사로 미정이 마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내려고 했기에, 직관인 N보다는 감각, S에 가까울 터.
하지만 그 조사를 하기까지 추동력이 되었던 것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T보다는 감정, F였다. 미정을 향한 동진의 사랑의 감정. 그녀가 마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 그녀에 대한 사랑이 그로 하여금 모든 감각을 발휘해, 미정이 마녀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기 위한 통계조사를 시작하게 만든 것이다.
외향, 감각, 감정, 인식을 선호하는 외향적 감각유형인 ESFP유형은, 사고보다는 감정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사고 유형과는 달리, 감정은 관심과 관찰의 초점을 사물보다는 사람에게 맞추는 경향이 있다. 동진이 미정을 계속 바라보며 관찰하다가, 결국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러하다. 자칫 스토커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동진의 미정에 대한 오랜 바라봄. 결국 웹툰 <마녀>는 사랑 이야기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 속에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유독 빛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