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인간 VS 개구리

개구리인간 (글, 그림 : 장혁준 / 네이버 웹툰 연재) 리뷰

2024-10-08 최정연

인간 VS 개구리

1. 이방인의 출현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개구리 인간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마치 인간과 같이 두 발로 걸어 다녔고 사람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하지만 인간을 훌쩍 뛰어넘는 덩치와 힘을 가진 그들은 인간에게 있어서 위협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압도적인 힘으로 인간을 향한 범죄를 일삼던 일부 개구리 인간에 의해 개구리 족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불이 붙었고, 두 종족은 같은 땅을 공유하면서도 대립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작품의 주인공인 정우네 가족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옆집으로 이사 온 개구리, 철수에게 경계의 시선을 숨기지 않았으며 그들은 자신의 딸 연우에게 개구리 족은 멀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순진무구한 아이였던 연우는 공놀이를 하다 철수와 마주쳤고, 차별 없이 그에게 웃으며 손 인사를 건넨다. 바로 그날. 정우의 사랑스러운 딸은 그대로 실종되었다.


  

경찰과 정우 모두 철수를 용의자로 의심하였으나, 세상은 개구리 족을 잡아 지지율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되어있을 뿐, 연우를 찾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은 참고 있을 수 없어 결국 직접 딸을 찾아 나선 정우.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이 사건이 단순 실종사건이 아닌, 개구리 족들이 꾸민, 세상을 뒤흔들만한 거대한 계획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에 직면한다. 연우를 납치한 범인은 정말 개구리 족, 철수였을까? 탄압받던 개구리 족들이 꾸미고 있는 계획은 과연 무엇일까? 개구리 족에게서 딸을 되찾기 위한 아버지의 힘겨운 사투를 그린 네이버 웹툰, 장혁준 작가의 <개구리 인간>을 주목하자.

2. <개구리 인간>으로 사회를 엿보다

  “요즘 세상이 이상해. 이러다 다 불타 없어질 것 같아.”

  14화 중, 정우의 장인어른이 세상을 가리키며 한 대사이다. 여혐, 남혐, 일혐, 한혐 등. 한 집단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말들이 만연한 요즘, <개구리 인간>의 한 대사 한 대사는 마치 현재 우리 사회를 꼬집고 있는 듯하다.

  작품의 주인공 중 하나인 철수는 어릴 적 인간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상처를 입었음에도 계속해서 인간과의 공존을 꿈꾸는 개구리 인간이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던 아내를 잃고도, 인간이 아니라는 불합리한 이유 하나로 사인(死因) 조차 알 수 없었던 철수지만, 그는 범죄를 일삼는 개구리 족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착한 개구리들의 모임에 참석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이웃집에도 직접 만든 떡을 나눠주기도 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증거도 없이 옆집 아이를 유괴했다는 누명뿐. 


  이렇듯 옆집에 이사 온 것만으로도 경멸의 시선을 받고, 항상 범죄의 용의자로 먼저 몰리는 개구리 족은 우리에게 조선족, 유색인종, 외국인 노동자 등의 소외계층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중 실종된 아이를 찾는 것이 아닌, 그저 개구리 족을 체포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찰, 성급한 일반화로 개인의 잘못을 집단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사회는 무엇이 중점인지를 잊은 채 그저 분노에 타오르는 오늘날의 우리를 떠오르게 하지 않는가. <개구리 인간>은 개구리와 인간의 갈등을 통해 선입견으로 가득 찬 현재 사회를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간혹 비겁한 인간의 본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장면들에 왜인지 가슴 한 켠이 찔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작품 속의 편협한 인물들과 비슷하지는 않은지, 색안경을 낀 채 누군가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과연 싸움만이 증오로 가득한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 모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착한 개구리 족의 대사처럼, 불과도 같은 시대에 <개구리 인간>이 한줄기의 물이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3. 참신함과 진부함

  <개구리 인간>은 개구리와 인간의 공존 및 대립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위압적이고 독창적인 개구리 족의 디자인과 작품 초반의 섬뜩하고 기이한 분위기는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비주얼적인 측면을 잘 살렸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하기엔 조금 모호하다. 바로, 창의적인 소재에 비해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진부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 인간>을 진심으로 아끼는 한 명의 독자로서 작품의 아쉬운 점을 하나 꼽아보자면, 신박한 소재를 이끌어 나가는 힘의 부재이다. 작품을 크게 보았을 때, 탄압당하던 개구리 족이 인간에게 반기를 들기까지의 장면과 연우의 실종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정우네 가족 이야기는 고작 작품의 서막 정도일 것이다. , 정우가 딸을 직접 찾겠다고 다짐을 하는 14화까지가 일종의 프롤로그인 셈인데, 문제는 이 본격적인 장이 열리기까지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장황하다는 것이다. 철수를 향한 의미 없는 의심과 계속되는 정우네 가족의 자학. 진전없는 스토리에 독자들은 감정을 소모 당하고 결국엔 지쳐간다. 15화에 와서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사이다를 전개를 기대했던 독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다시 뻔한 클리셰의 연속이었다. 집에 몰래 침입했는데 지갑을 두고 온 철수에 의해 들킬 뻔하거나, 벽 뒤에 숨어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위치를 들키는 등의 눈에 익은 연출은 작품의 연독률을 줄이는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2023 지상 최대 공모전에서 이미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후, 1화의 좋아요 수는 무려 2,349, 댓글 수는 400개를 기록했지만 서막이 오른 15화의 좋아요 수는 1,010개에 댓글 64. 최신 30화는 좋아요 643개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의 장르가 스릴러인 만큼, 가족들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는 5화 정도로 짧게 끊고 개구리 족과의 싸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탈하는 독자의 수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작품의 시작은 인간과 개구리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알린 지금부터이다. 어두운 색감과 개구리의 울음소리로 음산한 분위기를 배가시켜 모두를 숨죽이게 한 작품의 초반, 그리고 드디어 밝혀진 개구리 족들의 충격적인 계획. 치열했던 2023 지상 최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개구리 인간>은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할 만한 큰 잠재력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다시 한번 작품의 매력을 이끌어낼 힘 있는 한방을 기대해 본다.

필진이미지

최정연

만화평론가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 신인부문 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