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공동체의 이방인, 우투리
<우투리>(출처: 네이버 웹툰)>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태어난 아이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왕의 자리를 위협할 존재다.’ 아기 장수 전설의 장수들은 날개를 달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위험한 인물로 치부되어 죽음에 이른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우투리 전설이다. 전설 속 우투리는 결국 권력자에 의해 자신의 뜻을 펼치는 데 실패한다. 웹툰 <우투리>는 아기 장수 전설 속 우투리의 비극을 재현하면서도, 또 다른 우투리 이야기로 재해석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우투리가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웹툰에서는 모두 일곱 명의 우투리가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변을 한순간에 얼음으로 만들어 버리고, 커다란 바위를 한 방에 부숴버린다. 눈빛으로 불을 일으키며, 물을 이용해 투명 인간이 된다. 호랑이로 변해 맹수 같은 힘을 보여주고, 여러 도깨비를 부하로 부린다. 마치 <X맨> 시리즈의 각양각색 돌연변이들처럼 말이다. 실제로 작가는 <X맨>을 생각하고 창작했다고 한다. 왕은 우투리들을 막기 위한 특수부대인 참사단을 조직한다. 우투리 대 참사단. 공존할 수 없는 두 세력이 생사를 걸고 충돌한다.
역적이라는 낙인
한 무당이 우투리의 탄생을 예견한다. 왕을 위협할 존재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왕은 우투리의 힘이 아직 완전하지 않을 때 제거하기 위해 날개를 달고 태어난 아이들을 죽이라는 척살령을 내린다. 유성의 힘을 받고 태어난 일곱 명의 우투리. 하늘과 연결된 비범한 탄생의 증거인 날개가 오히려 역적의 낙인이 되고 만다. 결국 우투리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려야 했다.
우투리의 부모들은 특별하게 태어난 자식을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결국 죽음의 그림자를 피할 수 없었다. 자식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관아에 알리면 꼼짝없이 자식을 죽게 만드는 부모가 되는 것이고, 관아에 알리지 않으면 왕의 명령을 거부하는 역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식을 살리려는 부모들은 처절한 노력을 한다. 아이의 날개를 없애 죽은 척 위장하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떠나 산속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린다. 이렇게 자식을 살리려는 부모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선택을 한 부모도 있었다. 건의 부모는 자식을 죽이는 선택을 한다. 그래도 아이가 죽지 않자, 이번에는 나병환자에게 팔아넘긴다. 그런데도 다시 살아서 돌아오자, 현상금을 받기 위해 관아에 신고를 해버린다.
그런데 우투리를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은 운검의 아들 또한 우투리로 태어난다. 운검은 사랑하는 아내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 날개만 떼어내고 아들이 우투리인 것을 숨긴다. 우여곡절 끝에 우투리들은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모두 살아남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 속에서 시간은 흘러 우투리들은 성인이 된다.
우투리들은 태어났다는 이유로 배척의 대상으로 낙인찍혔다.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았음에도 공동체의 공적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21세기에도 우투리와 같은 낙인은 여전하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제적 능력이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편을 가른다. 섣부른 예단으로 평가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소외당하는 이들은 날개 잃은 우투리와 다르지 않다.
우투리, 그들을 뒤쫓는 참사단
왕은 우투리를 척결할 특별 부대인 참사단을 조직한다. 운검을 필두로 매, 난, 국, 죽의 부대들은 괴력난신을 상대하며 우투리들의 흔적을 뒤쫓는다. 우투리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고 하지만 낭중지추와 같은 그들은 능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우투리가 여럿이 있음을 알게 된다.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추구하는 우투리들의 행동이 마냥 정의롭지만은 않다. 건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마을 사람들을 몰살해 버린다. 왜관의 당주도 자신을 괴롭힌 왜인들을 살해한다. 반대로 범천은 무고한 살인을 이어가는 건을 막으려 한다. 황팔도는 자신이 도와준 여인에게 배신당해 죽을 뻔 하기도 한다. 심지어 월계는 우투리인 것을 숨기고 아이러니하게도 참사단의 일원으로 들어간다.
끈질긴 참사단의 추적에 우투리들은 위기를 맞는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우투리들은 서로의 신념이 충돌하며 반목을 거듭하고 만다. 그 와중에 우투리들은 조금씩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각한다. 건은 왕을 살해하려고 시도하고, 황팔도는 우투리들을 부하로 만들어 왕이 되려는 마음을 먹는다. 다혜와 월계 역시 잡혀간 부모님을 구하려고 우투리라는 정체를 드러내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우투리와 참사단의 대결. 결과는 어떠했을까? 우투리들은 하나가 되어 왕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이 이야기에서는 그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 뒷이야기는 수백 년을 건너뛰고 세계관이 이어진 <우투리: THE LEGACY(글 도토리맛 우유, 그림 홍기우/네이버 웹툰)>에서 살짝 언급된다.
우투리들이 바랐던 삶은 아주 평범한 삶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줄 가족들과, 우정을 나눌 친구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소소히 살아가는 삶을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투리에게는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의 바람은 욕심이었을까?
날개 잃은 우투리들, 참사단은 누구인가
지금 시대에 우투리에 해당되는 대상은 누굴까 생각해 보니 학교가 떠올랐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하지만 어렸을 적 장래가 촉망받는 능력을 보이던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잠재력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학교생활에서 오직 높은 성적을 얻고, 이름난 대학에 가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일률적인 교육이 참사단처럼 학생들의 날개를 여지없이 잘라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투리의 절망적인 상황이 현실에서 재현이 되는 것이다.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판에 박힌 듯 똑같은 규격으로 재단이 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면 오히려 자신만의 개성을 요구한다. 날개를 없애면서 우투리임을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X맨: 최후의 전쟁>에 등장하는 캐릭터 엔젤의 아버지는 아들의 날개를 없애려고 돌연변이를 평범한 인간으로 바꾸는 약을 만든다. 하지만 엔젤은 그 약을 거부하고 묶어두었던 날개를 활짝 펼쳐 자유롭게 날아간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오늘도 우리 주변의 우투리들은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날개를 꼭꼭 숨기고 다닌다. 엔젤처럼 아이들이 꿈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참사단이 되어 아이들의 날개를 여지없이 잘라버릴 것인가.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 나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