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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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를 향한 공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각색 명랑, 작화, 김병관, 원작 송희구 / 네이버 웹툰 연재) 리뷰

2024-10-18 김민재

꼰대를 향한 공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꼰대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게 된 단어다.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고, 권위적이며 남에게 으스대는 그런 사람. 물론 자신의 주관없이 남에게 휘둘리는 사람보단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자신의 소신과 판단은 온전히 자신을 향해 있어야만 한다. 자신의 삶에서 만들어진 생각, 주관을 남에게 주입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판단해선 안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꼰대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스토리와, 주변에도 쉽게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닮아 있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에도 지치는데 왜 만화에서까지 독자들은 꼰대의 모습을 들여다 보며 스트레스를 받을까? 그러나 하이퍼리얼리즘 만화의 모습은 그런 모습을 들여다보는데 방점을 찍지 않는다.

  주인공 김 부장은 25년간 대기업에 근속하며 빠르게 승진하고, 억대 연봉을 받으며 서울 소재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남들 부럽지 않은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비싼 차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노력과 재능에 있다고 치하한다. 자신의 선택은 항상 옳으며, 다른 선택을 하는 부하직원, 자영업을 하겠다는 아들의 선택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폄하한다. 자기 철학이 강하고, 타협을 잘 안하려 한다. 김 부장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이 희망 퇴직과 함께 사라진다. 모아 놓은 돈과 퇴직금은 미분양 상가에 투자하다 모두 날리고 만다. 김 부장은 자신이 쌓아 올린 것들을 순식간에 잃었다는 기분에 빠져 좌절한다. 하지만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가족, 친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결국 공황 장애까지 겪는다. 힘들어 하는 김 부장은 이제는 못마땅하던 아내와 아들, 그리고 그의 친구, 가족에게서 힘을 얻게 된다. 아내는 곁에서 조언하고, 보필하며, 아들은 자신과 다른 길을 걸으며 아들로서 아버지를 격려한다. 친구는 그를 위해 행동하며, 그의 형은 함께 일하자며 손을 내민다. 그리고 김 부장은 회사 속 경험만이 정답은 아니며 외부적인 요인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렇게 꼰대김 부장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만화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켠이 슬퍼진다. 주인공의 마음은 결국 힘들게 일하는 것은 나이고, 책임을 지는 것 또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아내는 좀 더 고상하게 살 길 바라며, 아들은 본인이 대우 받았듯, 멋있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지만, 꽉 막혀서 표현에는 좀 서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웹툰을 보며 꼰대김 부장의 행보에 공감한다. 그러다 문득 나도 그런 꼰대같은 마인드와 행동을 한 적은 있는지 자신의 행보를 되짚어 본다. 만화에서 자신의 행동들을 돌아보고 반성의 계기를 얻기도 한다. 독자들은 나였고, 내 모습이며, 나 일 것인 등장인물들에게 빠져든다. 만화를 보며 반성하고, 삶의 교훈을 얻는, 마치 사람과 사람끼리 조언하고 충고해주는 모습, 바로 만화의 선순환이자 만화를 보는 행복이라 칭하고 싶다.

  꼰대라는 단어는 이제는 기성 세대층에도 널리 퍼져 누구나 꼰대가 되지 않고자 조심하고 공부하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많이, 깊게 깨달은 어른들은 입을 닫게 되며, 결국 젊은 세대는 그들이 답습한 많은 것들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그들이 하는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지만,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가 필요로 하는 답이 나올 때가 있다. 결국 등장인물 송 대리가 하는 것처럼 새겨들을 것은 새겨 듣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걸러 들으며 취사 선택을 할 필요가 있고 생각한다.

필진이미지

김민재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