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하지 않은 것의 매력, 웹툰 <새동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웹툰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면서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웹툰을 즐기는 대다수의 독자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다만 높아진 수준만큼이나 많은 작품들의 작화와 스타일, 그리고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이븐”해졌다는 점에서 일부 웹툰 미식가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식가분들께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안정적인 맛의 작품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맛을 보유한 웹툰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 드릴 웹툰 <새동네> 또한 이 같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맛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새동네>의 첫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날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날것”은 긍정적인 의미의 날것이다.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세련된 방식으로 세공되진 않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원초적인 재미가 있으며, “날것”이기에 과거 웹툰 시장 부흥기의 독창적 작품들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새동네>의 작화는 최근 미려해진 한국 웹툰의 작화 수준을 고려한다면 특이점이라고 표현을 해도 무방할 것이다. 스토리 역시 최근 유행하는 웹툰 문법보다는 오히려 같은 장르 영화들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오리지널 스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스토리 부분은 <새동네>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웹소설 원작의 웹툰들이 유행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웹툰의 서사 템포 역시 그에 따라 느려지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독자의 몰입을 돕는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 많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장르에서는 그 장르에 어울리는 간결하고 빠른 템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동네>는 이러한 지점을 매우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스토리로 직조해내는 것에 성공 했다.
신기우를 비롯한 주인공 일행들의 현재와 과거사를 풀어내는 부분에서 해당 장르에서 통용되는 클리셰들을 적절하게 사용, 서사의 맥락은 간결하게 가져가면서도 캐릭터들이 가지는 개성은 클리셰를 사용하여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서사를 구성한 것이다. 우리는 <새동네>의 주인공인 신기우와 그 일행들에게서 이퀄라이저와 맨온파이어의 덴젤워싱턴을, 테이큰의 리암 닐슨을 발견하게 된다. 헐리우드를 통해 익히 전달되어온 느와르 장르 주인공들이 가지는 이미지들이 <새동네>의 서사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사의 힘으로 말미암아 작품의 후반에 이르게 되면 앞서 특이점이라고 표현했던 작화가 오히려 작품에 대한 몰입을 돕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조금 나이가 있는 독자들이라면 과거 웹툰의 부흥기에 작화는 비록 세련되지 못했으나 이야기 하나만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부흥기 웹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시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앞서 언급했던 <새동네>의 장점들을 바탕으로 느와르 장르라는 장르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이제 <새동네>에 대한 “날것”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근원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간혹 인기가 있는 웹툰이라는 형태가 고정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물론 이러한 느낌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한 나이든 독자의 푸념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웹툰이라는 장르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보여주었던 새로움은 지금_여기에도 여전히 필요함을 느낀다. 이러한 부분에서 <새동네>와 같은 작품이 나타나 주었음에 감사한다. “이븐”한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날것”의 가능성이 결국 새로운 맛을 선사해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