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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 캐릭터 MBTI 심리 -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바라본다’ <당신의 과녁>의 캐릭터 최엽

당신의 과녁(글, 그림 : 고태호 / 네이버웹툰 연재) 리뷰

2024-11-26 윤정선

웹툰 속 캐릭터 MBTI 심리

-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바라본다’ <당신의 과녁>의 캐릭터 최엽

  마이어 - 브릭스 성격진단 또는 성격유형지표라고 불리우는 MBTI는 개인의 성격을 외향성과 내향성,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 판단과 인식의 4가지 기본 차원에 따라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MBTI는 사람들마다, 삶을 바라보는 독특한 선호가 있는 것에 주목한다. 독특한 선호가 서로 어우러져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래서 MBTI는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아닐 수 없다. 칼럼 <웹툰 속 캐릭터 MBTIi 심리>에서 MBTI라는 렌즈를 통해 웹툰 속 캐릭터의 심리를 흥미롭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유다.

  웹툰 <당신의 과녁>은 스물두 살의 청년 최엽이 어느 날 갑자기 살인범이란 누명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감옥에서 17년이나 청춘을 저당 잡혀야 했던 최엽. 그가 세상에 나와 복수를 하게 되는 스릴러 복수극의 형식을 띤 <당신의 과녁>은 시작부터 흥미롭다.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억울하게 쓴 날, 아이러니하게도 최엽은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산에 올라가 혼자 술을 마시며 그는 이란 존재에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자신에게 가족과 친구들, 여자친구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 그만 눈물까지 흘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는 신에게 기도를 올리듯 말한다.

  감사합니다. 주신만큼 앞으로도 나쁜 짓 안 하고 착하게 늘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그렇다. 최엽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착한 청년이다. 그런 그가 산에서 내려와 마주친, 무거운 짐을 힘들게 차에 싣고 있는 할아버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준 것은, 누군가를 도와주기 좋아하는 그의 성격 덕분일 터.

  그러나 그날 밤 발휘된 따뜻한 인간애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줄은 몰랐다. 차에 짐 싣는 것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노인이 건넨 박카스 한 병을 마시자 정신을 잃어버린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몸에는 알 수 없는 피가 묻어 있었고, 하루아침에 그는 살인자가 되어 있었다.

  그에게 박카스 한 병을 건네고, 그 박카스를 마시고 기절한 최엽을 끌고 가 살인범의 누명을 씌운 노인. 그가 바로 연쇄 살인범이었던 것이다.

  최엽이 자신 대신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후, 노인은 살인을 그만두고,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족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지내다 평화롭게 생을 떠난다. 그리고 노인이 죽은 뒤 유품을 정리하던 그의 딸은 노인이 남긴 일기를 읽다가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었다는,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고 경악하고 만다.

  하지만 딸은 그 진실을 함구한다. 자신의 자식이 받을 충격이 걱정스럽고 두려워서였다. 그 결과 노인이 죽은 뒤 10년이 지나서야 익명으로 진실을 알리고, 그 때문에 최엽은 17년간이나 감옥에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아들의 무죄를 호소하는 1인 시위를 벌이던 그의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고, 그의 부모가 살인범의 부모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그뿐인가? 그가 감옥에 가 있는 동안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고, 그토록 가까웠던 친구들과도 하나, 둘 소원해졌다. 그래서 최엽은 그 딸의 아이를 납치해서 감금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자신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던 17년의 시간을 노인의 가족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자 한다.

  이렇게만 보면, 웹툰 <당신의 과녁>, 억울한 고통을 당했던 한 남자의 사적인 복수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당신의 과녁>은 단순한 복수극을 뛰어넘어, 죄와 심판, 용서, 더 나아가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묵직한 질문까지 던지는 서사로 확장된다. 작가 고태호가 성경의 욥기를 모티브로 복수극을 펼쳐나간 덕분이다.

  아마도 최엽의 mbtiesfj가 아닐까?

  esfj 유형은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참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교적이고 친절한 그들은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이 좋은 성격 유형이다. 첫 장면에서 최엽이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의 존재에 감사하는 장면은, 이러한 esfj의 성향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하겠다. 관계 지향적인 esfj 유형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은 물론, 가까운 친구들과 지인, 더 나아가 우연히 마주치는 타인의 경험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흥미롭다.

  이러한 성격적인 특징이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는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발현되기 때문이다. 최엽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 것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까닭이 아닌가?

  하지만 17년이나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고 세상에 나온 최엽은, 그 전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순하고 밝았던 둥글둥글한 모습은 퀭한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그 누구든 이렇게까지 고통을 당한다면 본래 있었던 밝은 성격도 복수심에 불타는 어두운 모습으로 충분히 변할 수 있을 터.

  최엽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연쇄살인범 노인의 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주위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계획을 세우는 일련의 과정은 꽤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이는 esfj 유형이 일을 할 때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점과 연관 있어 보인다. 목표를 세운 뒤 그에 필요한 인력을 조직적으로 배치하는 esfj 유형의 특성이 최엽의 행동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최엽은 노인의 가족에게 자신이 당한 만큼 그대로 돌려주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어쩌면 esfj 유형이 다른 성격 유형에 비해 타인의 결점과 실수를 잘 용납하는 관대함을 많이 지녔기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주인공 최엽의 성격 덕분에, 웹툰 <당신의 과녁>은 평범한 복수극을 넘어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죄와 용서를 이야기하며, 인간 존재에 관한 깊은 통찰까지 전하는 서사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필진이미지

윤정선

만화평론가
<2021 만화평론공모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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