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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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밈

만화 속 밈에 대한 리뷰

2024-12-18 이종석

만화와 밈

  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1976년에 서술한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구조는 유전자의 특성과 닮았다.’는 이론으로, 그리스어로 모방인 미메시스(Mimesis)’유전자(Gene)’을 합친 단어 (meme)’을 만들었다. 밈은 처음엔 문화가 모방 등을 통해 후대로 전달되면서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뜻했고, 부모에서 후대로 전해지는 문화, 특히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였다.

  하지만 밈 자체가 변화를 설명하는 단어여서였을까? 밈이 가진 뜻 자체도 조금씩 변하게 됐다. 현대의 밈은 위에서 설명한 문화의 변화라는 의미보다는 유행어’, 또는 유행하는 패러디등을 뜻하게 되었다. 이러한 밈은 주로 당시 일어난 유명한 사건이나 작품에서 나오게 된다. 때로는 SNS에서 퍼진 단순한 사진이나 영상이 전세계에 퍼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러한 밈에 웃고 공감한다. 많은 사람을 한 감정으로 통하게 만드는 밈은 유행어들이 늘 그랬듯이, 한 시대상을 보여주는, 문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가 되었다.

  만화 또한 이러한 밈 생산에 꽤 큰 몫을 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 초창기 작품인 <골방환상곡>에서 나온 엄마 친구 아들은 그해에 가장 흥한 밈 중 하나가 되었고, 더 나아가 아예 하나의 단어로 자리를 잡아 2024년인 현재도 종종 쓰이고 있다. <마음의 소리>에서 나온 차가운 도시 남자,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좋아 자연스러웠어.’ 같은 대사들 역시 밈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의 사례로는 네이버 웹툰 <기자매>에서 나온 대사 ‘Queen never cry’가 한국을 넘어 아예 전세계에서 유행하며 수많은 패러디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밈들의 특징은 첫 번째로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두 번째로 여러 상황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엄마 친구 아들의 경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공부하도록 부추기면서 엄마가 아는 친구의 아들은 명문대에 붙었다.’는 식으로 비교하는 문화,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강압적인 교육 문화를 떠올리게 해 많은 한국인의 공감을 자아냈다. Queen never cry의 경우 신생아가 말 한마디에 울음을 뚝 그친다는 개그 코드가 사람들에게 통해 밈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마음의 소리에서 나온 유행어나 앞서 언급한 두 아마추어 작품에서 나온 대사의 경우 SNS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미지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답할 때, 또는 상황을 요약할 때 이러한 대사만 따와서 올리면서 밈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밈은 한 만화를 대표하는 단어 또는 장면으로써 만화를 설명할 때, 또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때 이 밈이 나왔던 만화다.’라 말하는 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밈이 퍼지는 것을 시작으로 만화가 유행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유행하는 것에 대해 어째서 유행하게 된 것인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호기심을 바탕으로 밈의 원작이 된 작품을 보게 된다. 밈은 누군가가 한 작품에 입문하게 되는 계기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밈이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밈은 사람들이 작품에 입문하게 해준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밈이 퍼져야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작가가 밈을 만드는 것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는 특히 개그 만화 쪽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으로, 과거 <개그콘서트><무한도전> 같은 TV 예능 프로그램이 들었던 유행어 만드는 데 집착한다.’는 비판을 떠올리게도 한다. 물론 이렇게 내놓은 밈이 흥하기도 한다. 마음의 소리 작가 조석은 후기에서 유행어를 만드는 데 집착했다 밝히기도 했고, 그렇게 밀었던 유행어 중 몇몇은 실제로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밈은 이렇게 일부러 만든 경우보다, 우연히 나온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단점은 밈을 너무 따라가 작품 자신이 가진 고유의 개성이 희박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유행하는 밈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개그 만화에서 패러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 밈을 곁다리 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밈을 패러디하는 것은 한 작품 또는 장르 전체를 패러디하는 것과 다르다.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것이다. 따라서 밈 패러디로 작품을 도배하다시피 하면 서로 다른 장면들이 들어가 따로 노는 격이 되면서 작품이 산만해지고, 작품 고유의 개그 또는 연출 같은 개성이 죽어버리게 된다. 개그 만화가 음식이라면, 작품 고유의 개그 코드는 음식 그 자체고, 밈 패러디는 음식을 장식하는 토핑이다.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는 없으나, 작품과 어울리게 있으면 작품을 빛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하면 사람들 눈에는 음식이 아닌 토핑만 눈에 들어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밈이 항상 원본 그대로 퍼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품을 패러디한, 또는 왜곡한 2차 창작 밈이 퍼지기도 한다. 이런 밈은 다른 밈처럼 작품을 홍보할 때 힘 써주기도 하지만, 안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작품의 이미지를 망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2차 창작 밈은 원작 팬들 사이에서 종종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몇몇 작가는 이러한 왜곡 밈을 막고자 작가의 말 또는 SNS를 통해 이런 왜곡 밈을 퍼뜨리지 말아달라 당부하기도 한다.

  수많은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오고 가는 시대에 밈은 독자와 작가 모두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밈은 독가 작품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 또 작가가 작품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작가와 독자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다. 어떠한 물건이던 사용 방법은 여러 가지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 작가가 밈을 소비하는 방식, 독자가 밈을 소비하는 방식 역시 여러 가지이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작품에 빛을 발하겠지만, 적절치 않게 사용하면 작품이 빛을 발하기는커녕 오히려 좋지 않은 이미지를 더 퍼뜨릴 것이다. 양날의 검이 된 밈, 우리는 이러한 밈을 더 자세히 알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더 연구해야 한다.

필진이미지

이종석

2023 대한민국 만화평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